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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鄭 합작'으로 용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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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鄭 합작'으로 용산 해결해야

[손호철 칼럼] 정운찬 선배와 정몽준 대표에게 드리는 글

정운찬 선배님, 잘 지내시지요. 마지막으로 뵌 것이 함께 했던 간행물 윤리위원회 좋은 책 선정위원회 위원을 선배님이 먼저 그만두게 되어 작별파티 겸 술 한 잔 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째든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정몽준 대표, 잘 지내지요. 근래에 자주 보지 못하고 적적했네요. 집권여당의 당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인 만큼 '완전존칭'을 써야 마땅하나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어려서부터 잘 아는 사이에 존칭을 쓰려니 너무 어색해 '준존칭'으로 쓰니 양해 바라네요.

정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간 뒤 지면에서 여러 발언들을 보고 "기반이 없는 한나라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그러는 것"이려니 하고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는데, 이번에 대표에 취임을 했다니 축하합니다. 특히 취임 후 첫 발언으로 서민과 약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산시장을 찾아 서민경제를 피부로 느끼려 했다는 기사를 보고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아주 반가웠네요.

▲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정 선배와 정 대표가 차기 대권과 관련해 경쟁적 관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관계와는 별개로, 두 분이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우선은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민생을 챙겨주는 것이 급선무이자 두 분이 모두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두 분이 손을 잡아 당정협력을 통해 용산참사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두 분이 손을 잡으면 이 정도 문제쯤 풀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정 대표의 경우 며칠 전 진보신당 당사를 찾아가 노회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노 대표가 용산참사 문제를 이야기하자 대화를 통해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잘 아시겠지만, 공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비극적인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서울시는 문제가 재개발조합과 유족간의 사적인 문제라는 기이한 논리를 내세우며 "나 몰라라"해 왔습니다. 그 결과 억울한 죽음들이 장례조차 지내지 못한 채 차가운 영안실에 7개월 이상 방치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얼마 전 가까운 교수들과 용산참사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고 박래군-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 등 용산참사 범대위 지도부가 몇 달째 농성중인 순천향병원 영안실을 위문, 격려차 방문했는데 그간의 자세한 경과에 대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정부가 이같이 문제를 방치할 수가 있나 분노했습니다. 보수니, 중도니 하는 이념을 떠나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두 공동집행위원장 등 농성 중이던 범대위 지도부는 며칠 전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영안실을 탈출해 명동성당으로 농성장을 옮겼습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바에 따르면 얼마 전 민주당이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나 정부와 서울시, 민주당대책위원회, 유가족 대표 등이 4자 협의회를 만들어 사태를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자는 제의를 했고 한 총리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총리가 협의체 구성에 동의한 바로 다음날 정 선배가 국무총리 내정자로 발표되는 바람에 다시 문제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 선배의 경제철학을 고려할 때, 용산문제 해결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등으로 이 문제가 뒤로 미루어지면서 어렵게 만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다시 엉키고 실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사실 한 총리 동의로 움직이기 시작하던 총리실이 총리 교체 후 올스톱하여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범대위측 설명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정 선배는 본의 아니게 '해결될 수 있었던 용산참사 해결을 다시 한 번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범대위에서 정 선배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사방에서 용산문제의 해결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 선배가 용산 현장이나 명동성당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정 선배님, 인사청문회 준비 등으로 바쁘시겠지만 빨리 시간을 내서 용산현장과 명동성당을 방문하십시오. 그래서 유가족들을 위무하고 한 총리가 동의한 협의체 구성 등 문제해결에 노력할 것을 약속해주십시오.

정 선배가 정몽준 대표에게 전화를 해 약속을 잡고 함께 방문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아니면 정 대표가 먼저 정 총리 내정자에게 전화해 함께 방문하자고 제의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 대표도 대표 취임 후 각계인사 등 일정에 바쁘겠지만 노회찬 대표에 대한 약속대로 용산해결에 시간을 내주기 바라네요.

정 총리 내정자와 정 대표가 함께 용산과 명동성당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범대위와 문제해결을 논의하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중도실용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림이 어디 있겠습니까? 두 사람과 범대위 간의 대화에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달려갈 것이니,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내침 김에 한 마디 한다면, 오세훈 서울시장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용산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기 바랍니다. '정-정'에 오 시장까지 더해져 '정-정-오 트리오'가 이루어진다면 당정에 서울시까지 가세하는 것인데 이는 용산문제가 해결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차기대권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정 총리 내정자와 정 대표가 용산참사 해결에 적극 나서는데 당사자인 오 시장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다면 용산문제는 다음 대선에서 오 시장에게 엄청난 짐이 될 것입니다. 아니 오 시장을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씻을 수 없는 원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 이대로 간다면 오 시장은 차기 대권은 고사하고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거센 낙선운동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정 선배, 정 대표, 두 분의 건투를 빌며, 용산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두 분의 조속한 노력을 기대합니다. 추석 전에는 반드시 문제가 풀려 농성중인 유가족들과 관련자들이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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