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은 최근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 박사급 연구위원을 해고한 데 이어 박사급 연구위원들로 구성된 연구위원노조 황덕순 위원장을 외부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노조 위원장을 파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社 "노조도 아닌데 무슨 '위원장'?" vs. 勞 "법적으로도, 관례로도 부당"
연구위원노조는 2일 "지난달 31일 황덕순 위원장이 박기성 원장으로부터 인사발령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파견지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이 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발족 의사를 밝힌 기구로 아직 위원장조차 선임하지 못했다.
황덕순 박사는 "현재 노조위원장 신분으로 노사관계 해결의 책임이 있고 현재 수행 중인 7개 과제 가운데 5개 과제의 연구책임자"라며 인사발령 철회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위원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파견을 보낼 때 개인의 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인사발령을 낸 경우는 없다"며 "더욱이 노조 위원장을 파견 보내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전보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장의 운영 방식을 놓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원장 박기성)이 잇따라 부당노동행위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프레시안 |
노동연구원 측은 "연구위원노조가 낸 설립신고서가 반려돼 합법 노조가 아닌 만큼 위원장 발령이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구위원노조는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런 연구원 측의 주장에 대해 "법외노조라는 것은 사 측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만 없을 뿐, 기타 노조 활동은 보장받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위원장 인사발령과 관련된 법리적 검토를 마친 상태이며, 공식 인사발령이 나는 대로 연구원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할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노조는 '파견 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설립신고필증 반려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다.
이에 앞서 노동연구원은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 연구위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은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만이 아니고 지시 불이행 등 종합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 박사가 지난해 무려 9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연구원의 역할에 대한 기여도가 크며 국민의례는 양심의 자유의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해당 연구위원은 오는 16일 계약이 해지일을 앞두고 대응 방법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 "좌파 연구원들이 많아 문제"…"원인은 비민주적 운영과 인사권 남용"
일부 언론이 연구원의 노사 갈등을 두고 "연구원 내의 이념 갈등" 혹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분석하면서 오히려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18일 "'국민의례 거부'…노동硏 또 노사갈등"이라는 기사에서 "노동연구원에 박사노조가 결성되고 박사들이 원장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노동학자들은 이념적 갈등과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좌파적 시각을 가진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많아 "국책연구기관이면서도 노사관계에 균형잡힌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런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도 지난달 29일 "人事 힘없는 원장…말은 연봉제, 실은 호봉제" 기사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노사문제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0년간 진보정권을 거치면서 진보성향의 연구 인력들이 제도권에 많이 들어왔고 노동연구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며 "이들은 국가를 위해 일은 하지만 이념 마인드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원장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인사권 남용이 현재 갈등의 원인인데 이념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악의적 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승진심사에서 승진 대상자 가운데 노조 간부 2명만 탈락한 것도 연구원의 인사권 남용이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와 관련 기사를 게재한 포털 사이트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비슷한 다른 보도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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