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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박종원 총장 취임…학생들 '감사 철회'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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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박종원 총장 취임…학생들 '감사 철회' 시위

'진행형' 한예종 사태, 화합·소통으로 '돌파' 가능할까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종원 신임 총장의 취임식이 31일 서울 석관동 한예종 캠퍼스에서 열렸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발표로 한예종 사태가 촉발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당시 문화부는 이론과 축소, 서사창작과 폐지, 통섭 교육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를 통보했고,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은 이에 항의하며 중도 사퇴했다. 이후 선거와 문화부, 청와대 신임을 거쳐 새 총장이 임명됐지만, 여전히 사태는 '진행형'이다. 이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문화부는 일부 문구만 변경한 채 감사 결과를 그대로 재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날 한예종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2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박종원 총장의 취임식장 앞에서 '부당 감사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와 퍼포먼스를 벌였다.

"2학기 중 감사 내용 현실화 될 것"

▲ 한예종 학생과 일부 학부모는 박종원 총장 취임식장 밖에서 문화부 및 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프레시안
당초 한예종 총학생회는 박 총장의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축사에 감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총학생회 축사에는 "감사 사태 이후 상처받은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형성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게 '한예종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고 책임은 당연히 부당한 감사를 시행한 문화부에 있다고 본다"며 내용을 바꿀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총학생회의 축사는 빠진 채 행사가 진행됐고, 학생과 일부 학부모는 대신 식장 밖에서 취임식에 참석하러 온 문화부 및 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공개한 감사 조치 이행 계획 보고서를 보면 부당하다고 판단했던 내용들이 이번 학기 중에 계획되고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비대위 위원장은 "조만간 총장-학생 간의 열린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라며 "학생과 소통하는 총장이 되겠다고 하신 만큼 박 총장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예종이 학생들에게 공개한 감사 조치 이행 계획 보고서에는 10가지 처분 통보에 대한 이행 계획이 담겨 있다. 한예종은 이론과 축소와 협동 과정 조정은 2010년부터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실행하며, 통섭 교육 사업(U-AT)도 오는 12월 31일 시범교과가 완료된 뒤 중단한다고 보고했다. 또 통섭 교육 사업단장을 맡았던 심광현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9월 중 징계위를 구성하고 11월 중 징계 처분하겠다고 보고했으며, 통섭 교육에 참여했던 진중권 교수의 강의료에 대해서도 환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은 감사와 별개로 황지우 전 총장의 2학기 강의가 무산된 점도 문제삼고 있다. 총장직 사퇴 이후 교수직도 박탈된 황 전 총장은 애초 서사창작과에서 3개 과목를 맡는 시간 강사 자격으로 위촉됐으나 학교 측은 '이론과 축소와 협동 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황 전 총장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임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공개한 감사 조치 이행 계획 보고서를 보면 부당하다고 판단했던 내용들이 이번 학기 중에 계획되고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박종원 "지난 몇 달간 학교가 몸살을 앓았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서 박종원 총장이 내건 슬로건은 '무애'였다. 박 총장은 이를 원효 대사가 제시한 화두라고 소개하며 "'간쟁(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견을 설득하는 일)'을 통해 '화쟁(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융합으로 나아가는 것)'을 이뤄 모두 평등하고 존중되는 경지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박종원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몇 달간 우리 학교는 구성원 모두가 몸살을 앓았다"며 "그러나 이내 회복될 것이고,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예술학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며 "비장한 마음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이강숙 초대 한예종 총장은 "바다의 파도를 인간이 이길 수는 없지만 인간은 파도 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박 총장이 마련할 거대한 서핑 보드에 함께 올라 파도를 타면서 종국에는 바다까지 잠잠하게 만들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날 취임식 공연 중간중간에는 유난히 '화합', '소통', '화해'라는 말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지금 한예종이 처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으로 비춰졌다.

▲ 박종원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몇 달간 우리 학교는 구성원 모두가 몸살을 앓았다"며 "그러나 이내 회복될 것이고,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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