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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산성'을 배회하는 스톡만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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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산성'을 배회하는 스톡만의 유령

[손호철 칼럼] 강부자 감세정책의 비극적 결말

데이비드 스톡만. 아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인물이다. 그는 30대에 미국 연방정부 예산청장이라는 중요한 정부의 보직을 맡아 월남전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맥나마라에 이어 미국정부의 '천재 소년(whiz kid)' 계보를 이어간 수재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월스트리트 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1930년대 이후 미국을 지배해온 민주당 지배체제, 그리고 뉴딜정책처럼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케인스주의에 종지부를 찍은 레이건 대통령의 예산청장으로 감세정책 등 레이건 혁명을 주도했다.

지난 해 9월 이명박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국역사상 아마도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자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감세정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톡만 실험의 비극이었다. 그래서 한 칼럼("스톡만을 아시나요", <한국일보>)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스톡만 실험만이 아니라 그간의 여러 경험을 비교해보면 감세정책이 경제활성화를 가져온다는 증거는 없다. 사실 정부의 감세정책 발표가 있자 한나라당의 초선의원들까지도 정부는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기업 규제 완화와 감세를 사용하고 있는데, 외국 사례에서도 감세가 경제 활성화를 가져 왔다는 보장은 없다고 비판적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결국 고소득 재산가와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 이명박 정부의 감세안이 경제활성화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국가의 재정적자만 누적시키고 이미 사상최고수준으로 악화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박산성'을 배회하는 스톡만의 유령을 어찌할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 데이비드 스톡만 ⓒ로이터(=뉴시스)

스톡만의 실험을 보면 왜 이같은 주장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 미국은 소위 '큰 정부'로 인해 많은 국가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예를 들어 1981년 현재 한 해 예산적자가 800억 달러에 달했고 누적된 정부의 빚이 1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온 '큰 정부'를 공격하고 정부의 규제와 활동,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보수적인 신자유주의정책을 약속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부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를 한다는 것이 기이하지만 스톡만은 '래퍼곡선'이라는 이론을 동원해 이 같은 정책을 정당화했다. 즉 세금을 줄이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해 경제활동이 활발해짐으로서 세금징수의 대상이 되는 경제규모가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율을 낮추어도 실제로 증수되는 세금액은 늘어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쉽게 말해, 세금을 30% 걷으면 경제규모가 1조달러가 되서 세금이 3000억 달러 걷히지만 세금을 25%로 낮추면 경제규모가 1조 4000억 달러로 늘어나 3500억 달러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가 예산청장을 사임한 1986년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2.1조 달러로 늘어나고 말았다. 즉 1776년 미국이 건국한 이래 레이건 집권 전까지 225년 동안 96개 의회와 39명의 대통령이 남북전쟁, 대공황,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누적해 놓은 빚보다 더 많은 적자를 레이건 정부는 불과 5년 동안 기록하고 만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레이건의 감세정책이 소수부유층을 위한 특혜정책을 사탕발림으로 포장한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판했다. 스톡만 역시 자신의 감세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 했다.

우려했던 스톡만의 유령이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감세정책' 1년 만에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27조95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반 년만에 이미 올해 목표인 22조원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대상수지역시 4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예정된 추가감세, 그리고 '4대강 죽이기'라는 삽질경제에 쏟아 부을 추가예산 등을 생각하면 앞으로 재정적자는 더욱 늘어나 위험수위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주 허겁지겁 세수를 확충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세제 중 비과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줄여 앞으로 3년간 10조5000억원의 세수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수확충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게다가 세제개편안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중산층등으로부터 세수를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어 부자 감세의 부담을 중산층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고적으로, 이명박정부는 강부자 감세 등 '우파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좌파 신자유주의'정책을 통해) 이미 군사독재시절보다 더 악화시킨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 바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김성조정책위원장은 30일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주도한 감세가 기업의 투자 확대와 소비 진작이라는 기대효과를 가져오고 있지 않다면서 재정적자 누적을 막기위해 내년부터 적용될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오는 4-5일 의원연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누르고 채택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감세 유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을 버는 것 일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강부자 감세정책을 바로 잡지 않는 한, 나아가 '4대강 죽이기' 같은 시대착오적인 삽질경제 부양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스톡만의 유령은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MB산성'을 배회하는 스톡만의 유령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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