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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물가↑-일자리↓…국가경제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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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물가↑-일자리↓…국가경제도 파괴"

[분석]대형마트·SSM이 가져온 변화 (下)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 대형 유통업체 간 싸움에 영세상인들이 죽어나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역 물가를 올리고, 대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결국 프랜차이즈화 돼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들어 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까지 SSM 경쟁 대열에 본격 합류하면서 여론의 관심도 대형마트에서 SSM으로 옮아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제의 중심은 대형마트라는 평가다.

대형마트서 SSM 경쟁까지…

지난 1993년 11월 창동에 처음 선보인 대형마트(이마트)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인 지난 1996년 이후 본격 성장가도를 달렸다. 곧바로 까르푸, 마크로, 월마트 등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가 속속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한동안은 한국계 유통업체와 외국계 간의 싸움이 유통업계의 화두였다.

이 기간 유통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대형마트 매출액은 지난 2000년 이후 8년 사이 26조2000억 원에서 49조4000억 원으로 88.5% 급증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에만 대형마트 매출액은 9조2000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같은 기간 재래시장 매출액은 9조3000억 원 감소했다. 시장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장경기동향지수(M-BSI) 전망치는 63.4로 9월(111.7)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위기가 가장 심각했던 당시보다 바닥론이 확산됐던 연말에 오히려 시장상인들의 비관이 심화됐다.

▲대형마트의 빠른 성장은 유통산업 구조를 뒤흔들었다. ⓒ뉴시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이 불길한 전망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대형마트-중형마트-소형점포로까지 자유롭게 형태를 바꾸는 대형 유통업체의 발 빠른 변신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변신을 이끄는 촉매제는 대형마트 간 경쟁이다.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던 대형마트 업황은 지난 2007년 점포수가 350개를 넘어서면서 포화상태로 진입했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등 전국의 주요 대형마트 점포수는 약 400여개로 추산된다. 유통업체의 SSM 진출은 점차 새로 지을 점포수가 한계에 다다른데 따른 시장점유율 싸움의 결과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자료에서 "시장 포화로 대형마트 입점 규제가 강해지자 대기업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SSM으로 골목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에만 200여개의 SSM이 새로 출점할 것"으로 우려했다.

통상 100평 안팎의 소형마트를 SSM(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이라 부르며 1000평 이상 대형매장을 대형마트로 분류한다.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대형마트(이마트)와 SSM(이마트 에브리데이) 사이에 1000평 미만의 이마트 메트로를 따로 내고 있다.

대기업 간 경쟁, 재래시장 초토화 자극

원종문 남서울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홈플러스가 국내 유통업계 1위 탈환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약 2년 전부터 SSM에 진출, 대형마트 점포 경쟁이 엉뚱하게 SSM 출점 경쟁으로 변했다"며 "SSM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이익률이 높지 않다. 결국 대기업 간 명백한 출혈 경쟁에 소상공인만 피해를 입는 셈"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년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150여개를 전국에 걸쳐 오픈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국내 유통시장에서 이마트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유통업계 내부의 경쟁은 국가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지역물가를 올린다는 게 문제다. 대기업형 마트는 진출 초기 보통 대규모 가격 공세를 단행, 지역 상권을 짓누른다. 이에 따라 지역 유통 시스템이 사실상 독과점화되면 물가는 오히려 오른다.

이와 관련, 지난 2006년 9월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의뢰해 조사한 '대형마트 출점이 지역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지역 전체물가는 0.03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다손 치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원 교수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점원 1인을 고용하는데 따라 1.8명의 지역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정부가 서비스업 선진화에 거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대기업의 유통시장 장악은 실업을 심화시킨다"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유통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중소 제조업체도 고사위기에 처한다.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이른바 '쥐어짜기'에 나서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대형 유통업체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OEM으로 싼 가격에 공급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SSM 역시 자사 대형마트에 들어오는 PB 상품을 싼 가격에 진열한다.

▲지난 4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경배 한국슈퍼마켓 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SSM도 프랜차이즈化… "경쟁 규제해야"

특히 SSM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프랜차이즈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원 교수는 "SSM은 이미 소형슈퍼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진출했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봐도 비효율적"이라며 "시장 잠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결국 프랜차이즈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 모든 슈퍼마켓 주인이 대기업 직원이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해소를 위해 유통업계의 경쟁을 보다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교수는 "지금은 모든 유통산업이 대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되는 와중에 있다. 소상공인은 장기적으로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며 "정부가 지난 십수년 간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유통산업 도매물류정책을 지금이라도 만들어 영세상인의 유통부담을 줄여주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의 유통구조 왜곡 등 온갖 과당 경쟁조치는 과감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배승철 전북도의회 의원(익산1)은 대형점포의 시장교란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점포 확산방지를 위한 범도민기구"를 제안했다. 지방 입법기구(의회)와 정치권, 도민 등이 뭉쳐 대형마트의 과당경쟁에 따른 지역상권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다.

배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최근 소규모 SSM 개설로 규제를 피해가기 때문에 조례개정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용도지역의 성격이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교통 유발부담금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한편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으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SSM)을 규제하기 어렵다. 3000㎡(약 1000평) 이상 대형마트만 등록제 시행(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SSM은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출점 가능하다. 개정안은 등록제를 슈퍼마켓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미디어법 강행 기류에 휩쓸려 이번 국회에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21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처리 대상이었던 이 법안은 이날 한나라당의 요구로 갑자기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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