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던 걸까? 그래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갖가지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던 걸까? 그래서 인사 파동을 불렀던 걸까?
맞다. 결과를 보면 그렇다. 몇 가지 조회만 했어도 걸러낼 수 있는 사안까지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이 부실했는지가 아니라 검증을 했는지를 물어야 할 정도였다.
누구 책임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파격인사'를, 이 '파격인사'를 통해 정국을 반전시키려 했던 '원대한' 계획을 망가뜨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인사검증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청와대 민정라인일까?
단정할 수 없다. 응당 민정라인을 향해 눈을 흘겨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럴 수 없는 정황을 여기저기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신문이 오늘 보도했다. '비선라인'을 통해 천성관 후보자가 추천됐다는 '설'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천성관 후보자가 지방 근무 시절 알게 된 청와대 고위인사"가, "천성관 후보자와 먼 혈연관계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권력기관의 고위 인사"가 천거했다는 '설'을 전했고, '한겨레'는 "천성관 후보자가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으며, '조선일보' 또한 "천성관 후보자의 경우는 (비선라인을 통해 청와대로 직접 추천이 들어오는 경우) 아니냐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보도를 믿고 의지할 수는 없다. 한결같이 '설' 아니면 '알려졌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 눈을 뗄 수 없는 건 인사파동 이전, 즉 천성관 후보자 내정 직후에도 거의 똑같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6월 23일(인터넷판 기준) 보도했다. "민정라인은 발표 직전까지 '깜짝카드' 몰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보도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처음에 천성관 내정자가 빠진 후보군을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천성관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너무 잦다. '설' 보도치고는, '전언' 보도치고는 겹치는 빈도가 너무 잦다.
그래서 풀 수가 없다. 천성관 후보자 내정은 그 누구의 '작품'도 아니라는 가정을,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수제품'이라는 가정을 풀 수가 없다.
그래서 눈을 흘길 수 없다. 민정라인에게만 매타작을 가할 수 없다. '조선일보'가 이미 지적했다. "비선라인을 통해 추천이 들어올 경우 바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릴 수 있고, 이 경우 공적인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궁금하다. 여러 언론의 '전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천성관 후보자의 어떤 '매력'에 매료됐던 걸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뿌듯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어떤 점을 높이 산 걸까?
두 개의 보도가 있다. 천성관 후보자 내정 직후 나온 보도다.
'한국일보'가 6월 23일 보도했다. 여러 요인 가운데 으뜸은 '공안'이라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성관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는 검찰을 방패로 '공안 안전판'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천성관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들을 사법처리하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기소하고, 최근에는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점을 꼽았다.
MBC가 6월 21일 보도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난주 PD수첩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천성관 검사장을 극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보도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인사파동의 진원지이자 책임자는 다름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천성관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뒷통수를 치기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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