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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대란' 정부가 앞장서나?

李 노동 "공공 비정규직 13만 '정규직 전환' 불가"…盧 정부 때와 정반대

정부가 공공기관을 앞세워 자신들이 주장해 온 '해고대란'을 현실로 만들 태세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일 당정회의에서 "공공 기관에 남아 있는 13만 명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직종이 없다"고 말했다. 즉 13만 명이 모두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최근 발생한 비정규직의 해고 사례가 모두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과 연결시키면 의미심장하다.

한국방송(KBS)은 이날 "6월 30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연봉 계약직 6명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12명은 자회사로 이관시켰다. 사실상 계약 기간이 끝난 18명 전원을 놓고 정규직화라는 법적 의무 이행 대신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 한국방송(KBS)은 이날 "6월 30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연봉 계약직 6명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12명은 자회사로 이관시켰다. ⓒ프레시안

농협도 마찬가지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2007년 7월 1일 이후 계약 시점부터 2년이 되는 시점에 근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의 이런 지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일하는 1만 명의 비정규직이 차례로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각각 계약 기간이 2년을 채운 비정규직을 모두 계약 해지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148명, 대한주택공사가 31명을 이미 지난달 30일 부로 해고했다. 이들 기관은 각각 연말까지 50여 명, 300여 명의 비정규직이 계약 해지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도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40여 명의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계약 해지한다는 입장이다.

주목할 점은 공공 기관의 고용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계약 해지에 앞장서고 있는 공공 기관은 불과 2년 전인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 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을 보이겠다"던 정부의 의지를 따라 총 8만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결국 공공기관에서 시작되는 '해고 대란'은 정부의 작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공공 기관의 해고 대란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이 장관을 놓고 "정부가 유언비어 살포에 이어 뜻대로 되지 않자 공공기관이라는 칼을 들고 법 개정을 협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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