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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대란' 시작? 당정, 실태 파악도 못한 채 '남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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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대란' 시작? 당정, 실태 파악도 못한 채 '남 탓'만

이영희는 <조선일보> 따라하기…"'정규직' 중심 양대 노총 탓"

1일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다. 하루 전까지 이뤄졌던 국회의 법 개정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기습적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여전히 법은 유효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노동계, 야당을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해고 대란'을 이유로 법 개정을 말했지만, 대책 마련은 뒷전이다. 노동부는 당장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의 현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비난의 향연…이영희 "국회, 비민주적…경영계 빠진 '5인 연석회의'는 변칙"

▲이영희 노동부 장관. ⓒ뉴시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날 법 개정이 물거품된 상황을 놓고 "비민주적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법률 개정안을 4월에 제출했는데도 국회가 행정부의 정당한 법률제안권 행사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노동계와 함께 합의하고자 시작된 '5인 연석회의'도 "변칙적인 논의 구조"라고 비난했다. 이 장관은 "고용 주체인 경영계는 완전히 배제한 채 비정규직을 대표하지 못하는 노동단체만 일방적으로 참여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동계도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 장관은 "정규직 중심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규직 전환만 주장할 뿐 당장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조직 입장만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이 '정규직 중심'이어서 반대했다는 <조선일보>의 논리와 똑같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거의 7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적잖은 실망 속에서 오늘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노동계와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민주당의 작태는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비난했다.

'100만 해고설' 주장하던 정부, 현황은 '난 몰라'

70만~100만 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해 온 정부는 당장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해고 위협에 놓이는지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해고할 때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규직과 달리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은 사전 통보도 신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 역시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당장 7월에 해고되는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직접 나서 각 업체의 동향을 파악해야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실태 파악의 미숙을 인정했다.

법은 시행됐는데 대책은? 기존의 실업 대책뿐

실태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노동부는 관련 대책도 거의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실업 대책이 전부다. 고용지원센터를 통한 구직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실업급여 신청자가 대폭 늘어날 것에 대비한다는 수준이다.

이날 있었던 당·정·청의 후속 대책 논의 자리에서도 정규직 전환 유도 계획 없이 오직 실업 대책만 논의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오히려 "형평성"을 얘기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실업자도 많은데 비정규직을 위한 별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왜곡과 모순으로 점철된 정부의 '입맛대로' 주장

우여곡절 끝에 비정규직법이 효력 발생일을 맞았지만, 관련 논의는 점점 진흙탕으로 변해가고 있다. 각자 자기 입맛에 맞게 통계를 부풀리고 왜곡하는 것은 기본이다. 각 주장들의 논리조차 모순 투성이다.

가장 볼성 사나운 것은 정부다. 법 개정의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100만 명이 해고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얘기하던 정부는 "법이 그대로 유지될 때를 대비한 대책이 없다"는 비판에는 미묘하게 말을 바꾸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실업이 일시에 대량으로 불거지는 것은 아니고 조금씩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의 실업 대책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나온 언급이었다. 이는 기존 정부의 '대량해고' 주장과 정반대다.

또 있다. "노동부는 기존 비정규직법에 따라 실직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으로 한두 달 안에 옮기는 근로자가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기대한다." 역시 같은 언론 보도다. 이 말은 설사 현행법 때문에 해고되더라도 다른 비정규직으로 재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100만 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때와는 많이 다른 입장이다.

양대 노총 "이영희, 황당하다 못해 안쓰럽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법 개정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 대해 노동계는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맺은 한국노총마저 "이영희 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앞장서야 할 노동부가 소모적 논란과 갈등만 촉발시켰다"며 "책임자인 장관이 그동안의 논란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도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언론이 해고 위기감만 부추기고 비정규직 대규모 해고에 앞장서는 공공기관의 문제점과 이들을 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일체 언급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보도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법 지킬 생각은 안하고 '기간 연장' 운운하며 이 혼란을 빚은 주범이 오히려 남을 탓하다니, 황당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지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사용자의 탈법행위를 부추긴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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