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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시한폭탄'…고용대란ㆍ세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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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시한폭탄'…고용대란ㆍ세금전쟁

유가-환율도 부담…MB정부 '전전긍긍'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걷히는가 싶더니 다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경제지표가 다시 한 번 거꾸러지는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2.9%로 지난 3월 전망치에 비해 1.2% 하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글로벌 무역 규모 감소가 클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 주가가 다시 1400선을 돌파하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최고점 수준을 다시 회복하는 등 금융시장에 '봄바람'이 찾아오는 듯 했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은 결코 밝지 못하다. '세계은행 개발경제회의(ABCDE)' 참석차 한국을 찾은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22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면서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럴당 3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70달러 대로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 1200원 대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당장 하반기 한국경제를 괴롭히는 주요 변수다. 윤증현 장관은 지난 18일 경제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에서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감지되는데 이러한 변수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 환율 등 외생변수보다 더 큰 구조적 차원의 문제들이 한국경제 앞에 놓여 있다. 폭발할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고용과 세금 문제다.

한국 고용률 OECD 최저 수준…청년층 고용률 25.4%

미국의 지난 5월 실업률은 1983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인 9.4%를 기록했다. 지난 4월(8.9%)에 비해 한달 새 0.5%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구직을 단념한 사람과 시간제로 일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6.4%나 됐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실업률이 1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은 경기 후행지표다.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대기업,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용 문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의 비정규직법 처리와 별개로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계약해지(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창립 23주년 기념 심포지엄 주제로 '고용경색' 문제를 택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등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향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현재까지는 3%대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상태다. 실업률에는 구직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자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따라서 고용률이 실업률보다 고용상황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면서 한국의 고용률은 63.9%(2007년 기준)로 전체 OECD 평균 고용률(66.6%)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고용률은 슬로바키아(60.7%) 등 GDP 1만 달러 대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15-24세)의 고용률(2007년)은 25.7%로 OECD 평균(43.4%)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4명 중 1명만 취업 상태로 상당수의 청년들이 만성실업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용률 자체가 낮은 상태에서 현 경제위기 이후 실업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9년 4-5월 실업자는 93만60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만7000명 증가했다.

경제위기를 맞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영업 구조조정도 '고용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이 자영업주인 한국의 비임금 근로자 비중(2007년)은 32%로 미국(7.2%), 캐나다(9.3%), 영국(13.8%)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헝가리(12.5%), 체코(16.2%)보다도 상당히 높다. 경기악화는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자영업주는 전년 동월 대비 4.9%(30만1000명)이나 줄었다. 특히 이 가운데 영세상인에 해당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5.4%(24만5000명)나 감소했다. 이들 자영업자들이 폐업할 경우 다시 고용시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실업의 충격을 완화시킬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진 한국에서 고용시장에서 내몰리는 것은 곧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토론회에서 여러차례 "고용문제가 사회경제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청년인턴제, 희망근로 등을 통해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경색의 충격을 줄여보겠다고 하지만 이들 일자리는 모두 6개월-1년 사이의 저임의 단기적 일자리에 불과하다. '고용대란'의 시기를 조금 늦출 뿐이라는 얘기다.
▲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문제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중 하나다. 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자영업이 충격 흡수용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자영업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연합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 서민들 주머니 털어 메워?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불안은 서민, 중산층 등 경제적 약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폭증할 수 밖에 없는 이들 경제적 약자들을 자극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세금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경기침체를 빌미로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실시했다.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양도소득세 등을 완화했다. 이런 감세 정책의 수혜는 대부분 부유층에 집중됐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발표할 때부터 이미 경제위기를 맞아 세수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재정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감세정책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는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 '부자 감세'를 밀어붙였다.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부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 연구원이 한국의 국가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경고했다. 고영선 KDI 사회개발연구부장은 "세제개편으로 인한 국세수입 감소규모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98조9000억 원에 달한다"며 "재정균형을 조속히 회복하지 못하면 과거 선진국과 같이 재정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슬그머니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부는 냉장고, TV, 세탁기 등에도 개별소비세(과거 특별소비세)를 부활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백색가전에 개소세를 부활시키겠다는 것.

또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품목을 기존의 75개에서 하반기에는 48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밀가루와 밀, LNG 등의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조세특례제한법상의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이 모두 서민층의 가계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형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자영업자들이 음식점 등에 많이 설치하고 있다. 그 가격이 오르면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밀가루, LNG 등 수입 생필품들의 가격이 오르면 물가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또 사료원료 품목들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이 폐지되면서 당장 축산농가의 반발이 일고 있다.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도 농어민, 생계형 운전자,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경제위기에 따른 재정적자 문제를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메우려는 미국, 영국 등의 정책 방향과는 대조적인 해법이다. 미국 정부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위해 비용 절반을 부자 증세로 감당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연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9000만 원) 이상의 소득자에 대해 최고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메우려 하고 있다"며 "보은성 부자감세에 대한 사회각계의 우려를 무시하며 재정운영에 자신감을 보이던 정부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한 치 앞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당국의 무책임함과 무능력만이 여실히 드러날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서민·저소득층 증세 정책' 방침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보편타당하지 않은 조세정책이 어떠한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지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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