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미국 등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었다. 그러나 하반기를 앞두고 다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각국의 재정정책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했지만, 실물경제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시중 금리도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다.
세계은행 "올해 무역감소 9.7%"
세계은행(WB)이 22일(현지시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 -1.7%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처럼 세계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역 감소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무역 감소규모가 9.7%로, 당초 예상했던 6.1%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이같은 무역급감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내년에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2%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보다 더 비관적이었다. IMF는 세계경제성장률을 올해 -1.3%, 내년 2.4%로 전망했었다.
루비니 "미국 실업률 11%에 달할 것"
최근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며 이전에 비해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2일(현지시간) '더블딥' 가능성을 예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급등하는 유가와 상승하기 시작한 장기 금리가 경기 회복세를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W자 형태의 '더블딥'의 위험도 존재한다"고 비관적 전망을 밝혔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현재도 10%에 육박하는 미국의 실업률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향후 몇 개월 내로 미국의 실업률이 11%에 달할 것"이라면서 "유럽의 실업률도 10% 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의 제품수요와 가격결정력이 약화된 가운데 기업들의 이익 전망 역시 밝지 않다"면서 "주식시장이 앞으로 상당한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이번 경기 침체로 없어진 미국의 가계 부(富)가 회복되는데는 최장 15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예측하면서 "미국의 경기 회생은 기업 재고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는 본격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도 세계경제가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이 또다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또 한 번의 주가 폭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가 경제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초 일본이 겪었던 침체와 비슷한 형태로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증시도 일제히 급락
세계은행의 성장률 하향조정, 루비니 교수의 '더블딥' 경고 등 다시 확산되는 비관론으로 22일 세계증시는 휘청거렸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2.35% 하락했다. 프랑스(-3.04%), 독일(-3.02%), 영국(-2.57%), 브라질(-3.66%) 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증시도 큰폭으로 하락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17포인트(-2.80%) 급락한 1360.5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에 비해 15.10포인트(-2.94%) 떨어진 498.03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400선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4월29일 494.47 이후 50여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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