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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노가 보이지 않는가?"

2005년 현대차 임단협에 시민단체 등 비판 봇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위원장 이상욱)은 민주노동운동 진영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다. 2만 여 명이 넘는조합원을 가진 대형 노조라는 규모 외에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본격화 된 민주노조 운동의 최일선에서 사용자와 정부 측의 탄압에 맞서 온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승리는 전체 노동계의 승리'라는 인식이 민주노조 운동진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공감대를 얻어갔다. 그런 만큼 정부와 사용자 측의 공격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집중됐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 '민주노동운동의 대들보'에서 '기업별 조합주의의 전형'으로 전락?**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조금씩 허물어져 갔다. 사회 문제화 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현대자동차 노조가 보인 일련의 행보가 민주노조 운동진영에서 아쉬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사용을 보장해준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 파문, 비정규직 노동조합 직가입에 대한 2003~4년 잇따른 유보 결정이 이어지면서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아쉬움은 비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민주노조 운동진영 내에서는 말하기 힘든 '골칫덩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최근 현대차 노조에게 쏟아지는 비판 역시 이런 맥락 속에 있다. 국내 최대 노조로서의 사회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현대차 노조의 오늘날 모습에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골화된 비판의 목소리**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기대 반 아쉬움 반'의 심정은 최근 들어 새로운 양상을 띄고 있다. 종전의 비판이 주로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서 이뤄진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공개 비판이 줄을 잇고, 간접화법보다 직설화법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 10일 현대차 노·사 임금단체협상 타결 이후 본격화됐다. 이번 임단협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고 류기혁씨의 비관 자살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사내하청 노조의 불법파견 철폐-정규직화 투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임단협이 마무리되자 가장 먼저 불만을 토로한 곳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다. 이들은 지난 9일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 소식이 들려오자 배포한 소식지에서 "왜 정규직만을 위한 임단협이어야 하는가"라며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현대차 임단협 타결 소식에 비정규노동자는 침울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침울하다. 아직 류기혁 열사의 소원이었던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한 투쟁이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는데,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과 손배가압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떻게 버텨나가나 막막한 심정이 든다."

"불법파견 특별교섭 요구의 경우 잠정합의에서는 '단체교섭 체결 후 1개월 이내에 특별교섭을 실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투쟁 정당성의 근거이자 법률적 근거였던 불법파견 문제를 임단협과 분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한 달 뒤면 임원 선거에 돌입하는데, 과연 특별교섭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임단협이 끝난 상황에서 쟁의권이 없어졌는데 '투쟁 없는 협상'으로 과연 얼마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정규직 노조에 가해지는 현대 자본의 구속, 수배, 가압류, 가처분 등의 탄압에 대해 극히 일부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적극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불법파견 등 비정규노조의 현안에 대해 매우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임단협이 잠정 합의되기 불과 며칠 전 현대차 비정규노동자 류기혁씨가 비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폭발적인 양상을 보였다.

***시민단체, "현대차 노조, 연대하라 또 연대하라" 촉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노조 간의 갈등은 비단 단위사업장 내의 문제로만 국한돼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도 새로워진 대목이다. 그간 노동계 내부의 일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시민사회단체가 현대차 임단협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나선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은 13일 '현대차 임단협 타결에 대한 입장'이란 제하의 논평을 내고 현대차 노조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참여연대가 단위 노조의 임단협 결과에 대해 논평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논평은 상당부분을 불법파견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현대차 사측에 대한 비판에 할애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미온적 태도를 겨냥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 사내하청의 해결은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굳건한 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확고하게 끌어안지 않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비정규노조의 파업 시 사측의 대체인력투입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가 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비정규직의 투쟁을 엄호·지지하지 못했다. 또 이번 임단협 교섭안에 불법파견 문제의 해결 등 비정규직 요구사안이 직접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노동자 연대의 정신에 비춰 책임있는 태도라 볼 수 없다."

"민주노동운동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노동운동이 당면한 연대성 위기를 극복하는 모범적인 실천에 나서기를 바란다. 임단협 타결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세로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는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의 일단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도 지게 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요컨대 참여연대의 논평은 이번 현대차 임단협에 사실상 사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대들보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라는 촉구였던 것이다.

***현대차 노조, 제 역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현대차 노조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의 비판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출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는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이 극에 달하고 있고, 이에 대해 힘 있는 정규직 노조의 지원과 연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일차적 분석이 가능하다.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의식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들이 정규직 노조에 대한 의존에 머무는 운동을 넘어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도 매우 달라진 정황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문제를 넘어 사회문제화 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노동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도 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각계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이렇게 현대차 노조를 압박하는 것뿐만 아니라 논쟁이 진행될수록 기업별 조합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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