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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연대, 힘겹지만 이뤄내야"

[토론회]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방안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는 데에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5년 전 만해도 '비정규직'이란 개념마저 모호했지만, 현재는 TV 드라마 속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이 등장하는 점을 비춰보면 이 같은 노동계의 평가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현재 노동계의 고민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문제다. 2004년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율은 3.1%.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55%를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셈이다. 노동 활동가들은 노동시장의 극심한 차별, 노동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행정적 제약, 자본의 탄압 등을 비정규직 조직률 저조의 이유로 들고 있다.

따라서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있어 정규직 노조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직력과 교섭력을 지닌 정규직의 힘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긴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공동 불법파견 투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낸 금호타이어 노조의 사례는 이러한 기대의 주요 판단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투쟁을 통한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간단치 않다는 주장도 많다. 일단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서 비정규직을 '고용안정의 안전판'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양자간 연대의 핵심적인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노동조합, 학자, 시민단체, 정당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성희)는 13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비정규직 조직화의 효과적인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비정규직 조직화,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에 달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2000년 이후 비정규직 조직화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노동자의 관계에 따라 조직화의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직접 조직한 이랜드·롯데호텔·한라병원 등의 경우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독자적인 조직화와 정규직의 연대가 있었던 금호타이어·기아차 사내하청·신호제지 등의 경우는 비정규직 조직화에 높은 성과를 보였다.

반면, 한국통신 계약직노조·캐리아사내하청노조의 사례처럼 정규직 노조의 지원 없이 비정규직이 독자적으로 조직화를 이뤄내려던 시도는 매우 힘겹게 진행되고 있거나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관건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투쟁을 얼마나 조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노조의 부정적 역할도 공론화 해야"**

전국비정규연대회의 구권서 의장은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 의장은 비정규직 조직화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등을 보다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 의장은 "현장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은 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사실보다 정규직 노조의 배신이나 왕따에 더 분노한다"며 "실제 비정규직 조직화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의 긍정적 역할보다 부정적 역할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비정규직의 실질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조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규직 노조의 부정적 역할을 묻어둘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장에서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한 연대를 위해서는 상대를 하나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장 밀착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주장은 실제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에 메울 수 없는 높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민주노총 "차이를 인정해야 연대 가능"**

한편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은 연대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반적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또한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존재하는 장벽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장벽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신 부위원장은 "노동운동 판에는 너무도 쉽게 상대를 규정하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한 뒤에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내에는 다양한 성향을 보이는 조직들이 존재한다"며 "이들과 모두 함께 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은 상급단체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지원하고 추동하기 위해 지난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50억 기금 모금과 비정규직 조직화를 전담하는 '비정규조직화센터' 설립을 결의했다"며 "(본격적인 비정규 조직화 사업의) 시작이 늦었지만, 대중조직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비정규 보호법 입법투쟁 강화해야"**

한편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 이전에 다수의 비정규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보호법 제정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은 "비정규직 투쟁 5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향후 전망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정규보호법' 문제"라며 "노동시장 내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떤 기준도 없고 차별과 남용,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나 기준도 없다는 데에 '입법투쟁'의 중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부 비정규법안에 대한 의견표명 이후 '개악안 저지투쟁'에서 '권리입법 쟁취투쟁'으로 변했다"며 "법안이 다시 논의되는 9월 정기국회 회기 동안 대규모 대중투쟁을 조직해야만 노동계가 원하는 비정규 권리입법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입법 쟁취 투쟁에서 (노동계의) 역량을 반영한 협상 전략과 협상 마무리를 위한 정치적 결단도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는 올해 하반기 대규모 대중투쟁을 위한 조직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구권서 전비연 의장,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박원석 참여연대 정책국장,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 이재영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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