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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민주당이 다시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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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민주당이 다시 만나려면

[기자의 눈] '뉴민주당 플랜'을 박물관으로 보내라

과거는 묻지 않겠다. 민주당의 내노라 하는 고위급부터 미관말직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돌 던지지 않은 사람 있느냐는 식의 지난날 캐묻기는 부질없다. 그래놓고 지금 '노무현의 가치'를 운운하며 맏상주를 자임하는 게 꼴불견이어도 그러려니 하겠다. '대통령 노무현'에게는 공과 함께 과가 엄존하고, 시류에 순응하는 걸 현실 정치판의 생존방식으로 체득한 정치인들이 민주당에만 모여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5.23 이전과 이후, 적어도 정치국면은 질적으로 달라졌다. 만 4년만에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처음으로 앞선 것은 변화한 정치환경의 지표다. 5년 전 노무현의 '정치적 죽음'인 탄핵이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선사했듯이, 그의 '물리적 죽음'이 현재의 민주당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겨준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주목해야 할 것은 5.23 이후의 민주당이 '노무현 유산 상속자'로서 자격 심사대를 통과할지 여부다.

제대로 재평가 하라

민주당이 천명한대로 노무현 시대에 대한 재평가는 필수불가결하다. 재평가는 공과 과에 대한 냉정한 구분에서 출발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 학벌·재산·인맥으로 차별받는 보통사람들을 대신해 지배세력과 싸웠다"며 "거대 권력과 싸운 전사"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사회 비주류를 감싸안고 대변하려 했던 진정성 만큼은 그의 생애를 관통했다는 데에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명박 시대에 들어 이 모든 것들이 전면부정되는 현실은 '노무현 집권기'에 이것이 제도적으로 착근되지 못한 한계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제도화 미완의 책임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예컨대 국가보안법 개정 등 4대 입법 추진 때 열린우리당이 과연 얼만큼 의지를 투영했는지는 자신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오히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후퇴, 한미 FTA 추진 등 농민과 서민 지지기반을 무너뜨린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오류에 대해선 일부를 제외한 민주당 대다수가 동의를 표하거나 적극적이었다. '거대 권력과 싸운 전사'가 대통령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의 '좌파 낙인찍기'에 민주당이 부화뇌동한 결과다.

요컨대 노무현 시대에 대한 민주당의 재평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민주당이 대변자를 자처하는 '서민과 중산층' 본위로 이뤄져야 하며, 민주당의 과오까지도 솔직한 반성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당수의 우려대로 무조건적인 노무현 예찬론이나 민주당 포장으로 채색된다면 망자의 명예를 한 번 더 더럽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연합뉴스

아직도 뉴민주당 플랜인가?

5.23 이전까지,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뉴민주당 플랜'의 향배는 노무현 시대 재평가의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김진표 의원은 2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을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으로 포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뉴민주당 플랜이 노무현의 가치와 만날 수 있을까?

뉴민주당 플랜의 요지는 "낡은 진보를 버리고 현대화의 길"로 노선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 이에 깊이 관여한 김효석 의원은 미국 민주당의 예를 들며 "소수계층만 대변해선 집권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뉴민주당 플랜 초안에는 "참여정부가 표방한 기본 가치와 정책방향은 옳았지만, 정책수단은 유효하지 못했다"는 대목도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뒤 부랴부랴 지역주의 극복과 균형발전 등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과제 몇가지를 뉴민주당 플랜에 추가키로 했다. 그러나 탈진보, 성장지향 등 주류의 가치를 기본 방향으로 담은 뉴민주당 플랜이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긍정적 유산과 맞물리기 쉽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이 생애 마지막까지 진보주의에 천착했으며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을 탐독했음을 상기해보면 더욱 대조된다.

특히 뉴민주당 플랜은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에 창궐했던 '반노(反盧)' 흐름으로부터 태동한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며 내세운 '새로운 진보', '중도' 노선이 그것이다. 손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보따리 장수'라고 비난하자 "노 전 대통령이 무능한 진보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를 향해 쏟아낸 보수진영의 '잃어버린 10년', '좌파' 색깔론에 대한 수세적 대응 차원에서 나온 '노무현 지우기'의 상징이 곧 뉴민주당 플랜의 토대였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자명해진다. 소외받는 계층과 함께 하며 '거대 권력과 싸우는 전사'를 부활시키는 일이 노무현의 가치 계승의 핵심이라면, 민주당은 뉴민주당 플랜을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으로부터 '달라진 민주당'을 증명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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