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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1면에 박지성은 있고, 노무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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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1면에 박지성은 있고, 노무현은 없다

'서울광장 봉쇄' 보도 안해…"촛불 같은 무법천지 재현 우려"

28일 조간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는 뚜렷이 둘로 갈렸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날 북한 핵실험 사태 후폭풍에 대해 다뤘고, <한겨레>,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에 대해 보도했다. 북한 핵실험과 노 전 대통령 서거 모두 경천동지할 큰 사건들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느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하느냐는 '충분히 정치적'인 선택이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동아>의 보도태도였다. 이 신문은 이날 1면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기사를 한건도 게재하지 않았다. "하얗게 새운 '박지성의 밤'"이라는 제목의 축구선수 박지성의 경기와 관련된 기사는 있었다. <조선>과 <중앙>이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 전후의 정황이 투신 당일 알려졌던 것과 다르다는 소식을 1면 하단기사로 보도한 것을 뛰어넘는 보도였다.

<동아>는 또 27일 밤 시민추모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끝내 서울시청을 봉쇄한 일에 대해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27일 늦은 밤, 시내 주점서 끼리끼리 모여 축구 얘기로 꽃피워"

이날 조간신문의 백미는 <동아> 1면 하단에 실린 박지성 관련 보도. "하얗게 새운 '박지성의 밤'-챔스리그 결승전 '행복한 철야'"라는 제목의 기사는 28일 새벽 3시45분 시작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관련 기사다. 박 선수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결승에 올랐다.

경기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예상 기사를 1면 하단에 배치하면서 이 신문은 "늦은 밤까지 아파트 곳곳은 불빛으로 환했고 시내 주점에서는 끼리끼리 모여 축구 얘기로 꽃을 피웠다"고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동아>의 보도는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날 상당수의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없었다.

<동아>는 정작 27일 저녁 일어났던 노 전 대통령 추모제에 대해서는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날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종단으로 구성된 시민추모위원회가 주최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애초 추모위원회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행사를 주최하려고 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불허'했다. 결국 4000여 평의 서울시청 앞 광장은 경찰버스로 칭칭 둘러싸인 채 남았고, 추모행사는 서울시립미술관 앞 정동길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민추모제 관련 기사를 <조선>은 10면 하단에 사진 없이 짧은 단신으로, <중앙>은 27면에 경찰버스가 가로막은 서울광장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검찰-정권-언론의 합작 살인'은 망발…MB, 주눅 들어선 안 돼"

한편 <동아>는 이날 사설에서 29일 예정된 노 전 대통령 국민장과 관련해 "우리사회 일각에는 고인의 영결식을 이용해 한바탕 광풍을 몰고 오려는 세력이 있다"며 "촛불시위 같은 무법천지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정부는 고인을 예우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뜻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복궁을 영결식장으로 잡았다"며 "일부 세력은 이 기회를 틈타 영결식과 운구행렬, 서울시청 앞 노제를 이용해 한바탕 사회혼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미디어도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넘어 선동의 기미마저 보인다.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고 다른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이어 "고인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다 충격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일은 안타깝지만 일부 세력이 '검찰과 정권 그리고 일부 언론의 합작 살인'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망발"이라며 '정치적 타살설'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이 신문은 마지막으로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정부는 내일의 영결식이 차분하고 질서 있게 치러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살인정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낙인에 주눅이 들어 일부 과격세력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큰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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