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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두 번 죽이는 넋나간 노동조합…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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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두 번 죽이는 넋나간 노동조합…넌 누구냐?

[기고] 대한통운노조에 묻는다

민주노총의 '폭력성'에 대한 비난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우려'가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 선정적으로 도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기막힌 광고가 일간지들에 실렸다. 대부분의 일간지 1면에는 대한통운 임직원 명의의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이 실렸고, <중앙일보> 2면에는 특히 대한통운노동조합 명의로 큼직한 '성명서'가 실렸다.

성명서를 보는 순간, 먼저 든 생각은 '돈'이었다. 회사 측이야 일종의 '광고 비용'으로 치더라도, 노조에서 2면 5단짜리 광고를 실으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텐데라는 궁금증이었다. 혹 회사에서 비용을 지불한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마저 들었다.

대한통운노조의 광고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씁쓸한 마음이 점점 더해졌다. 이번 싸움에 대해 의도적으로 노-노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적대시하면서 온갖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급단체와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단다.

성 명 서


-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 화물연대는 국가의 물류 대동맥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통운에 대한 불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1. 화물연대는 고 박종태 씨의 죽음을 대한통운과 관련 짓지 마라.

고인의 죽음에 대하여 당 조합은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나, 고인은 대한통운과는 어떠한 법적, 사실적인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는 고인의 죽음을 대한통운과 관련 지어 그 책임을 전가하며 이를 기회로 조직적 선동을 통해 조직 확대를 위한 악의적인 기도을 하고 있는바, 당 노동조합은 깊은 유감과 함께 결연하고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는 바이다.

2. 당 조합원들의 피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화물연대는 당 조합원에 대한 집단 폭행, 각 사업장의 차량 파손 및 직·간접적 업무 방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바, 이에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며, 또 다시 화물연대가 당사 사업장의 장비 시설 및 조합원에 대해 불법 행위를 계속 자행한다면 당 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3. 대한통운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조직적 침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화물연대는 택배 부문에 대한 전국적인 조직 확대를 위하여 국민들의 기초생활권을 볼모로 현행법상 불법인 타 단체와의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한통운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당 조합의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불법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인정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바, 정부와 회사는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철저하고 엄중하게 대응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만일 화물연대가 계속해서 불법 행위를 자행한다면 당 조합은 5만 대한통운 가족의 생존권 사수를 위하여 부득이 상급단체와 연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

2009년 5월 19일
한국노총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대한통운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회



상급단체라면 바로 한국노총이다.

그 순간, 한국노총의 김태환 열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06년 화물연대와 비슷한 처지인 레미콘 특수고용노동를 위해 회사와 '아무런 법적 사실적 관계도 없는' 한국노총 간부로서 열심히 싸우다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이다.

당시 한국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고 민주노총도 연대했었다. 대한통운노조가 '연대하겠다'고 밝힌 한국노총도 적어도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새삼 쓸쓸함이 분노가 됐다.

"당신들이 내팽개치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도움을 찾고자 화물연대에 가입한 것을 가지고 '조직 확대를 위한 악의적인 기도'라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나요? 또 조직 확대는 노동조합 고유의 사명입니다. 대한통운에만도 1000여 명이 넘는 '지입차주', '택배사업자'들이 있습니다. 대한통운노조가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습니까?"

▲ 대한통운에만도 1000여 명이 넘는 '지입차주', '택배사업자'들이 있습니다. 대한통운노조가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습니까? ⓒ프레시안

대한통운 노조는 형법상 저촉이 될 수 있는 내용도 서슴없이 성명서에 담고 있다. "그 동안 화물연대는 당 조합원에 대한 집단 폭행, 각 사업장의 차량 파손 및 직·간접적 업무 방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바"라니 이게 무슨 해괴하고 황당한 주장인가? 도대체 어떤 집단 폭행, 어떤 차량 파손이 있었단 말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화물연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 훼손이다. 화물연대는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49년 동안 파업 한 번 하지 않았고, 경선도 없이 단일 후보를 내세워 간접 선거로 임원을 뽑으며, 스스로 5만 가족을 말하면서 홈페이지 하나 없는, 21세기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하게 노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노총 대한통운 노동조합 관계자 여러분!

박종태 지회장은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 했습니다. 제발 고인의 죽음을 두 번 세 번 짓밟는 파렴치한 행위를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당신들의 광고가 얼마나 큰 역효과를 가져왔는지는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다음의 글과 댓글들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바로 보기)

아마도 대한통운 노조의 뜬금없는 광고 때문에 대한통운의 기업 이미지는 더 실추되고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조차 부끄러워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들이 연대하겠다 했던 한국노총에게 김태환 열사에 대해 알려 달라 먼저 얘기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난 뒤에도, 명색이 노동조합이 정부와 회사와 똑같은 주장을 버젓이 이름 걸고 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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