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심으로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동시에 총파업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미 오는 27일부터 건설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고, 화물연대도 시기만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산하 조직들에 6월 10일까지 조정신청을 모두 완료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정부가 민주노총의 교섭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16일 대전에서 열린 집회 등) 위법 행동을 불사하면서 교섭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세계에 보도돼 한국의 브랜드 가치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민주노총이 19일 정부에게 만나서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전국민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지키기, 만들기를 놓고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오는 6월 9일을 최종 시한으로 정했다. "이명박 정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서 정부가 민주노총의 교섭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뉴시스 |
대한통운 택배 기사를 돕던 화물연대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특수고용직 문제가 노동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는 민주노총을 비판하며 노정 관계 역시 경색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날 민주노총이 내놓은 '대화 제의'는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명분 쌓기다. 임 위원장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지난 16일 투쟁보다 더 강도 높은 싸움으로 전환하고 싶지만 일은 순리가 있으니 한 번 만나 얘기라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화 기조 유지 속 "6월 총파업 앞당긴다"
임성규 위원장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교섭요구 서한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책임 아래, 관련 부처 장관으로 정부 교섭단을 구성해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나도 지금 화가 많이 나 있지만 다 누르고 대정부 교섭이 성사되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시위로 경찰차가 파손되고 경찰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서도 임 위원장은 "의도하지 않았던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유감"이라며 "부상 당한 경찰을 찾아 병문안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대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제스처'는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부의 민주노총 탄압과 경찰의 지나친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자체적으로 정한 교섭 시한까지 아무 반응이 없으면 "6월 말로 예정했던 총파업 등 총력 투쟁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6월 10일 이후에는 전술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강도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와 화물연대가 '스타트'…27일 공동 상경 투쟁
민주노총은 오는 6월 10일 이후를 일종의 '노정 격돌'의 시기로 상정하고 있지만 이미 곳곳에서 대정부 투쟁은 시작되는 분위기다. 첫 시작은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다.
건설노조는 이날 기자 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2만5000명의 조합원이 모두 대학로에 모이는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설립에 대한 노동부의 '시정 명령'과 노무현 정부 시절 약속했던 건설기계수급위원회 구성 등의 이행 촉구다.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7년 동안 한 번도 시비 건 적 없었던 노조 활동을 새삼스럽게 탄압하지 말고 지난해 건설기계분과의 총파업과 2007년 타워크레인분과의 총파업 이후 정부가 약속한 것들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7일 건설노조의 상경 투쟁에는 화물연대도 함께 한다. 지도부의 상당수가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알려진 화물연대도 아직 총파업 시기를 공식화하진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과 함께 화물도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들도 6월 총력투쟁을 앞두고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 등에서 오는 20일 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중앙교섭 불참 사업장은 6월 5일 쟁의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노정 충돌은 이미 정해진 수순?
노정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18일 대전 집회에서 연행한 참가자들 가운데 3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불구속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무려 249명에 이른다.
또 경찰은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과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 등 7명에 대해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대회였던 만큼 임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이 신청될 가능성도 있다.
지도부가 사실상 수배 상태가 되면 보궐 선거로 당선된 임성규 체제가 불과 한 달만에 또 다시 위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비록 민주노총은 '마지막 기회'를 얘기했지만, 노정 충돌은 이미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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