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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낙하산' 내려보내면서 '관치금융'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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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낙하산' 내려보내면서 '관치금융' 끝내겠다?

앞뒤 안 맞는 MB '금융회사론'…"금융공공성 무시한 발상"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이 정부 소유였을 때 금융기관이지,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적합한 용어냐"며 "금융회사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기관이라는 용어는 관치금융시대의 느낌이 난다"는 것.

이 대통령이 금융기관을 금융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 '금융회사론' 앞세워 산은 민영화 추진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었던 지난해 1월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도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맞다"고 자신의 '금융관'을 밝혔다. 금융도 이익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렸다.

이 대통령의 이런 '금융관'은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동력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산업 선진화'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면서 전통적인 상업은행에 비해 '고위험 고수익'인 미국식 투자은행을 키울려고 했다. 임기 내에 산업은행을 민영화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에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글로벌 IB를 민영화 이후 모델로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민영화될 산업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당장 기업의 유동성 지원 등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으로써 해야 할 일이 늘었다.

하지만 관련법은 속속 마련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월 30일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을 의결했다. 5년 안에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회사를 분리하고 산은지주회사의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49%를 인수한 업체에게는 추가로 2%를 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줌으로써 경영권마저 완전히 넘길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회사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선 것은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가속도를 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에 따르면, 2013년까지 49%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주인 찾기'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MB시대, '신관치'가 시작됐다"

금융을 '돈 버는 산업'으로만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회사론'에 대해 금융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은 사회적·공적 시스템으로서 '자금중개 기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개인 등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기업 등 자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대주는 '중개 기능'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금융이 수익성만을 좇을 때 금융의 공공성은 종종 무시된다.

정용건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은 "금융회사를 강조하는 것은 금융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드러났듯이 은행이 경영을 잘못해 부실이 발생했는데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등이 투입될 수 있는 이유도 금융기관이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도 은행에 지급보증, 공적자금 투여 등 혈세를 투입하고 있으면서 금융을 단순하게 이익만 내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을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연설까지 했던 G20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 뭐냐"고 반문하면서 "금융의 공공성을 위해 금융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아니었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이 대통령이 '관치금융'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현재 금융계의 가장 큰 논란이 바로 '낙하산 인사'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인사권을 좌지우지 하면서 관치금융 운운한다는 게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관치금융 중에서 제일 나쁜 게 낙하산 인사"라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명박 정권들어 신관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공기업 뿐 아니라 은행, 증권사들까지도 친MB 인사가 독식하고 있다"며 "과거 관료들보다 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내리꽂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연합

해도 너무 한 TK독식…부글부글 끓는 금융계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계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TK(대구·경북), 고려대, 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으로 대부분의 인사가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대우증권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임기영 IBK투자증권 사장은 MB 대선 캠프 출신이다. 김성태 전 사장이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임기 1년을 앞둔 지난 13일 갑작스레 사의를 밝힌 뒤 MB 측근이 임명된 것이다. 최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포스코 회장 인선과 동일한 수순을 밟았다.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성호 PCA 투신운용 대표, 같은 회사 감사로 내정된 이득희 전 기은캐피탈 감사도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다. 황 대표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한국증권금융 이선재 상무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MB 대선 캠프에 있었다.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은행권도 마찬가지. 지난달 26일 선임된 김윤환 금융연수원장은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최근 취임한 이주형 수협 신용부문 대표(경북고), 배성환 예보 부사장(경북대사대부고), 김영기 산업은행 부행장(경북 의성 출신) 등도 모두 TK 출신이다.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거래소와 참여정부 때 은행장이 임명된 기업은행을 뺀 6개 금융공기업의 수장 중 4명이 영남 출신이다. 이중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경북 예천),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대구),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경북 안동)이 TK 출신.

금융지주회사에서는 황영기 KB금융회장(경북 영덕), 이팔성 우리금융회장(경남 하동)이 영남 인사다. 황 회장은 MB 대선 캠프 출신이고,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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