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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개헌론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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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개헌론에 주목하는 이유

[김종배의 it] 이명박-박근혜의 진짜 본게임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일언지하에 내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쇄신특위를 평가절하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미국에서 언급한 '개헌론'이다. 이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의 '개헌론'이 한나라당 갈등의 향배와 분열의 시점을 강력히 시사하기에 그렇다.

얼핏봐선 의미부여할 일이 아닌 것 같다. 1차 발언은 미국 정치학자가 물어서, 2차 발언은 동행기자가 물어서 대답한 것이다. 일부러, 먼저 발언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지론인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특별히 한 가지 점을 강조해서 그렇다. 대선과 총선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서 그렇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과 대선 동시실시 구상을 실천하려면 빨리 몸을 풀어야 한다. 늦어도 2010년 지방선거 직후부터는 전면에 나서 개헌을 주장해야 한다. 역산하면 그렇다.

타이밍은 2012년이다. 이때를 놓치면 기회는 2032년이 돼서야 열린다. 이 타이밍을 맞추려면 늦어도 2011년 상반기에는 개헌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 그래야 그 해 하반기부터 대선후보 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 또 2011년 상반기 개헌을 달성하려면 2010년 상반기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

일정표는 이렇게 간명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연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의원 홈페이지
총선·대선 동시실시 구상을 실현하려면 한 가지 조건을 선결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가운데 8개월을 뚝 떼어 반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하는 건 위헌이니까 불가능하다. 과정이 어떻든 이명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임기를 반납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한다.

기대할 일이 아니다. 권력의 속성으로 봐서도 그렇고 개헌 절차를 봐서도 그렇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데 게다가 임기마저 반납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임기가 사실상 반쪽이 되고, 권력의 힘이 반쪽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임기를 반납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지와 같게 만드는 것이다. 누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임기 반납을 공언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권력기반을 와해시키고 대통령의 처지를 식물상태로 내몰아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심판'을 받으면, 그래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사를 겪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면 해볼 만하다. 한나라당 전체가 생존 위기감에 휩싸이면 중립성향 의원들은 물론 이명박계 일부의 '월박'까지 유도해볼 만하다.

안성맞춤이다. '개헌론'은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데 좋은 명분을 선사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동요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엑소더스'를 정당화할 수 있는 포장지를 선물한다.

개헌은 살기 위해 추진하는 일이 아니라고 외치면 된다. 노무현 정부 때 약속했던 일, 즉 18대 국회 때 처리하겠다던 약속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강변하면 된다. 이번에 미루면 2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기에 이명박 정부의 명운과는 상관없이 매진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안 돼도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끝끝내 임기 반납을 거부해도 상관없다. 개헌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건다면, 개헌을 매개로 여권내 세력구도를 뒤흔들어놓는 성과만 올린다면 밑지는 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1차 목표는 당심을 쥐는 것이고 차기를 쥐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부질없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무산된 후 한나라당 쇄신파가 외치는 '조기 전당대회론'은 무의미하다. 차별화하려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봉의 바늘을 선사하려고 하니 그렇고, 새 옷을 입으려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헌옷 짜깁기를 요구하려고 하니 그렇다.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ps.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4월초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개헌연구 잠정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권력구조와 관련해 대통령 4년중임제와 '권력분점형 정부형태' 두 가지 안과 함께 일정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7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하고 9월에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헌특위가 9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다음달에 바로 10월 재보선이 있고, 12월까지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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