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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늦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아니다"…대질신문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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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늦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아니다"…대질신문 거부

착잡 표정 출두해 미소에 손 흔들며 귀가…신경전 팽팽

"시간이 늦었다. (대질신문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어서 거부하겠다."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한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는 조사 마지막 단계로 오후 11시 20분께 박연차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대질신문을 시도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함으로써 무산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달을 넘겨 1일 새벽 2시 10분께 귀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귀가 길에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조사 받았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사진 기자들을 위한 포즈를 잠시 취한 뒤 곧바로 타고 왔던 버스에 올랐다.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가 통상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며 이날 조사를 종결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정리한 뒤 수사팀 의견을 모아 1일 오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일 새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盧, 팽팽한 신경전

이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조사 초반부터 서면질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신문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시사하며 기선을 제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정황증거 등을 제시하며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박 회장의 돈이 권양숙 여사나 정상문 전 비서관, 아들 노건호 씨 등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알았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맞다, 아니다, 기억이 안 난다' 등의 간결한 답변은 물론, 필요에 따라 장시간 설명을 하면서 검찰의 공격에 맞서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 본인도 변호사이지만 곁에는 문재인 전 비서관이 변호인으로 배석해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자료를 상세히 검토하며 신중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대질신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조사의 완결을 이루지는 못했다. 조서 확인 및 날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검찰은 당초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예고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꼼꼼히 조서를 재확인 하느라 2시간 40여 분의 시간이 걸렸다.
▲ 1일 새벽 귀가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정. ⓒ연합뉴스

다시 관건은 '재임시절 인지' 여부

주목할 점은 검찰이 지금까지 알려진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조카사위 연철호 씨와 아들 노건호 씨의 '500만 달러', 정상문 전 비서관의 '12억 5000만 원 횡령' 외에 이른바 '히든카드' 즉 새로운 혐의를 검찰이 제기했느냐 여부였다.

이에 대해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피의 사실은 언론에 다 나왔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의혹에 대한 정황 증거 중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지만,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의혹의 큰 줄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관건은 재임시절 주변 인사들의 금품 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여부로 다시 모아진다. 검찰이 재임시절 인지 여부를 입증해야 '포괄적 뇌물' 혐의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기존의 "몰랐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 기획관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질신문 왜 거부했을까?

이날 소환 조사의 최대 관심사는 노 전 대통령이 막판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거부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통상 뇌물 수수 사건은 경우 뇌물을 준 공여자와 뇌물을 받은 수수자의 진술이 달라 대질신문이 필수 코스로 꼽힌다. 홍 기획관은 "박연차 회장 사건 수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 중 대질신문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됐다. 표면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검찰에게 "자신 있으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수사에 나서거나 기소를 통해 법정에서 대질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대질신문 무산 뒤 "박연차 회장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수사 검사의 제안에 박 회장을 만나 "고생이 많지요. 자유로워지면 만납시다"라고 말했고, 박 회장도 "건강 잘 챙기시라"며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칼을 뽑았는데 무만 벨 수도 없고

이날 홍 기획관은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이의 진실게임인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과 대립관계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정확한지,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정확한지 판단하는 것이 검찰의 수사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노 전 대통령과의 게임'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지만 구도는 결국 검찰의 칼과 노 전 대통령의 방패 대결로 흐르는 모양새다. 그리고 결국 승부의 추를 가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조사 초기인 오후 3시 브리핑 때까지만 해도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조사 타임테이블에 맞춰 끝낼 수 있겠다"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지만, 날이 저문 뒤에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질신문의 필요성이 생겼다" 등 조사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손 흔들며 귀가한 盧

▲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일 새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손흔들어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언론을 통해 '권양숙 여사 재소환', '수십만 달러 노건호 씨 유학자금 유입' 등이 보도되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언론 브리핑을 통해 "대질신문을 할 것"이라고 미리 밝혔다가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무산된 해프닝은 검찰 조사가 미리 짜 둔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노 전 대통령의 표정 변화도 눈길을 끈다. 이날 낮에만 해도 5시간의 버스여행에 피곤한 모습에 착잡한 표정 위로 애써 미소 지으며 대검청사에 들어섰던 그였는데, 장장 12시간이 넘는 조사 후 귀가 하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특히 버스에 오르기 직전 뒤를 돌아보며 오른 손을 살짝 들어 흔들어 보이는 모습에는 자신감이 보이기까지 했다.

봉하마을부터 서초동 대검 청사까지 버스 이동까지 전국에 생중계 되는 등 검찰의 칼이 노 전 대통령을 전면으로 겨냥된 상태에서 권양숙 여사나 정상문 전 비서관 선에서 사법처리가 마무리 되면 검찰로서도 적잖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소기의 성과 얻었다'지만

최상의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의 '자백'을 받아내는 것. 실패했을 경우 검찰이 확보한 증거로만 기소를 해야만 한다. 정황증거만 있고 물증이 부족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유죄 확신이 적어 기소 자체도 불투명하다.

검찰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확보한 증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검찰이 자신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작성한 조서를 면밀히 검토해 사실관계 등의 모순이 없는지 면밀히 분석한 뒤 이후 수사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그런데 30일 상황만 두고 보면 수사가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검찰은 일단 정상문 비서관의 연관된 3억 원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에 대한 비공개 재소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검청사 주변에는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 150여 명이 촛불을 켜고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할 때까지 기다렸으며,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할 때는 "노무현!"이라고 연호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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