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법 졸속처리, 대국민 사기극"

경제개혁연대 "한세대 이상 영향 미칠 법안인데…"

공적자금 관련법안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0일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침체를 속도를 늦추고 회복세로 돌리기 위해선 관련법안의 통과가 빨리 돼야 한다면서 4월 국회에서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의 졸속처리는 곧 국민의 혈세 낭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168조5000원 가운데 현재까지 절반이 약간 넘는 93조6000억 원만 회수됐을 뿐, 미회수분과 이자비용은 국민세금 등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의 공적자금이 아직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30일 논평을 내고 "한 세대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한국의 금융산업구조와 재정건전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공적자금 관련법안의 처리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금융안정기금의 관리주체인 정책금융공사에 최소비용 원칙 입증자료의 작성ㆍ보관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공사에 최소비용 원칙 입증자료 작성ㆍ보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금융안정기금은 중소기업 등 실물지원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직 부실이 현재화되지 않은 '정상'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므로 사전적으로 최소비용 원칙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최소비용 원칙에 대한 오해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최소비용의 원칙은 단지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을 확인하는 데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소비용의 원칙은 공적자금의 사용 방법 중 국민세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의무를 부여하는 원칙이라는 것. 파산, 인수합병(M&A), 국유화 등 여러 가지 금융기관 부실 처리 방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선택하고, 그 방법이 가장 효율적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작성ㆍ보관토록 하여 사후 감사를 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실이 현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입되는 금융안정기금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최소비용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신용 경색을 지원하는 방안도 △직접 예산안에 반영되는 중소기업 관련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법 △기술보증기금ㆍ신용보증기금ㆍ중소기업은행 등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방법 △금융안정기금 등을 통해 민간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지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금공급을 늘리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들 중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 중 금융안정기금을 이용할 경우, 금융안정기금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2중, 3중으로 점검해야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입증 자료의 작성과 보관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가 '맘대로 하고 책임지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정책적 판단을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당국과 정부로부터 전혀 독립적인 못한 정책금융공사(과거의 산업은행)에만 맡긴다면, 결국 '선제적 지원'이라는 것을 핑계로 장기적으로 한국의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