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 방용석 퇴진 촉구 결의대회' 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일 근로복지공단 산하 전국 46개 지사 항의방문으로 시작된 열흘간의 '민주노총 집중투쟁' 마지막 날 행사로 마련됐다.
***"노동운동 30년 방용석 이사장, 노동자 너무 잘 알아서 그러냐?"**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10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은 근로복지공단 옆 도로를 가득 메웠다. 뜨거워진 날씨만큼 연사들의 발언도 뜨거웠다. 첫 발언은 노-사 갈등으로 발병한 정신질환에 대해 산재 신청을 제기했다 불승인 받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 김혜진 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에 대해 '쓰다가 버리면 그만'이란 인식은 여전하다. 일하다가 다치고 아프면 치료받고 쉬어야 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런 상식을 부정하는 사용자와 근로복지공단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투쟁을 통해 골병(근골격계 질환)을 산재로 인정받았다. 정신질환도 수차례 산재인정을 받았다"며 "하이텍 불승인 사건은 진일보한 공단 결정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더욱 견결한 투쟁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방용석 공단 이사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가짜 칡냉면 만든 업체가 적발돼 업주가 구속됐다는 보도를 봤다. 노동자 건강에 관심없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칡 없는 칡냉면을 판 업주와 마찬가지"라며 "공단 이사장은 칡냉면 업주와 마찬가지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부끄러워서 이름을 언급하기도 힘들다. 노동운동 30년 했다는 방용석 이사장은 노동자를 잘 이해한다면서 노동자의 건강을 외면하는 지시사항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방 이사장을 용서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라"**
이들은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발표한 '투쟁결의문'에서 "1년에 300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10만 명이 산업재해로 신음하고 있다"며 "그러나 산재보험제도 집행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현실을 외면하고 산재 노동자를 폭력적으로 탄압하겠다는 반노동자적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말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 ▲요양업무 처리규정을 산하 지사에 전파하더니 올해에는 ▲집단민원대응지침을 마련해 산재노동자와 노조의 이의제기를 범죄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반 노동자적 정책수립과 민원인에 대한 폭언을 행사한 방용석 이사장은 조속히 퇴진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반노동자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민주노총은 방 이사장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호, "이제 실력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집회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노·정 갈등 와중에 민주노총의 투쟁 기운을 한 데 모으는 자리기도 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해체 투쟁에 들어간 중앙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가 모두 노동부와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기관"이라며 "경제도 못 살리고, 내수도 진작시키지 못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의 하부기관으로 존재하는 노동부는 반노동자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은 이미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제는 실력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투쟁으로 돌파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
***"배려있는 집회 문화가 아쉽다"**
이날 집회가 막 시작할 무렵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집회 장소 바로 옆에 위치한 '근로자 합숙소' 관계자들이 집회장으로 뛰어든 것. 근로자 합숙소는 조계종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노숙자 쉼터다.
이들은 "너희가 정말 운동한다는 사람들 맞냐", "대문을 막고 무슨 짓이냐", "참으려고 해도 정도가 있지..."라고 소리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합숙소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두 달 내내 합숙소 옆에서 집회를 해 그동안 노숙자 분들이 너무 힘들어 했다"며 "오늘은 대형 마이크로 소음이 심하고, 더구나 합숙소 정문까지 가로막자 참을 수 없어 노숙자들이 뛰쳐 나갔던 것"이라고 그간의 정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요한 문제로 집회를 하는 것은 안다"며 "하지만 최소한 민주노총에서 집회 협조 공문이나 사전 양해라도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민주노총이라고 성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유있는 분노였다.
결국 김창한 금속연맹 위원장이 대화에 나섰다. 그 결과 민주노총이 사과문을 합숙소 측에 전달하고 방송 마이크를 통해 공개 사과 하는 것으로 10여 분 간의 충돌은 마무리 됐다.
합숙소의 소장 스님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는 주의 주장은 그 정당성과 무관하게 외면 받기 마련"이라며 "합숙소에 거처하고 있는 노숙자 분들에 비해 집회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강자가 아니냐"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