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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길→이광재→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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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길→이광재→박진→?

'박연차 리스트' 어디까지 가나?

'박연차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관련자들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협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의외의 인물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를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특히 한나라당의 3선 중진인 박진 의원이 전격 소환된 일은 이번 사건이 박 회장의 사업기반인 부산경남권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확대된 첫 사례여서 여의도 정치권 전반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진 '혐의 부인'…검찰 '대질신문도 가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27일 오전 9시50분께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미국 달러화 형태로 수천만 원 어치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주인 곽 모 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박 의원은 "전혀 근거 없는 오보이며 터무니없는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검찰은 박 의원의 금품수수 장소가 뉴욕이 아니라 국내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해 필요하면 박 의원과 대질신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 조사에서 박 의원은 박 회장 측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박 회장과 만난 사실까지는 인정했지만 강연료 등 명목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박 의원을 조사한 뒤 일단 귀가조치하고 향후 재소환할 예정이다. 만약 박 의원이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밝혀지면 이미 구속된 이광재 의원과의 수사 형평성을 고려할 때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 2~3명 수사선상

한편 이광재 의원은 "보통사람으로서 재판을 받겠다"고 의원직 사퇴까지 공언하며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을 통해 "전직 보좌관이 박 회장 측으로부터 일부 금품을 받은 것 같다"며 "책임을 피하고 슬쩍 넘어가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너무 좋은 사람이다. 내가 의원직 사퇴로 책임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8월 이 의원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태광실업의 현지 법인 사무실에서 보좌관이 박 회장 측으로부터 받은 5만 달러를 갖고 공항에 갔다가 '7000달러 이상 국외 반출 금지'라는 베트남 공항 규정에 따라 출국이 저지되는 일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 출두를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서 의원도 이광재 의원과 마찬가지로 미국 뉴욕 모 한인식당 주인으로부터 금품을 전달 받은 혐의를 두고 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서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 의정활동을 이유로 출석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검찰이 서 의원에 대해 체포 등의 강제 수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이밖에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1~2명의 의원에게 소환 통보를 했으나 해당 의원들이 모두 출석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월 1일 임시국회가 개시되면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 30일까지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 뒤 4월부터는 의원 외의 정치인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지난해 12월 '기내난동' 사건 관련 재판을 받고 법원을 나서던 박연차 회장. ⓒ연합뉴스

수사 장기화 가능성 커

전·현 정권을 막론하고 정·관계 마당발이었던 박 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이번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당초 '로비대상이 부산·경남 지역 인사 및 친노 인사들'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추부길 전 비서관이 구속된데 이어 PK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서울의 박진 의원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며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인 APC에서 차명으로 배당 받은 수익금 685억 원에 대한 추적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수사의 가지가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높다. 보통 불법정치자금 등의 금품수수 사건은 공여자의 계좌에 대한 추적을 통해 사용처를 캐다가 증거를 확보해 진술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검찰 관계자는 "(리스트에서) 곶감 빼먹듯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연차 리스트의 전면 공개를 주장하며 야당이 제기하는 '표적수사' 의혹에 대한 부인이지만, 앞으로 수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검찰은 일단 4월초 이미 구속된 인사들에 대해 기소한 뒤 2단계 수사에 착수하며 언론이나 정계에서 제시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도 모두 확인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는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의 특검 도입까지 요구하고 있어 상당기간 '박연차 정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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