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1일 체포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박연차 로비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현정권 인사라는 점에서 소위 '박연차 리스트'는 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로 떠올랐다.
검찰은 4월 국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칠 방침이어서 금주부터 정치인들에 대한 줄소환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면 불체포 특권이 없는 전직 의원들 및 관계 인사들이 잇따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검찰에 불려나갈 인사들의 수가 줄잡아 50~60명,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인사는 20여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부길은 '실패한 로비'?
무엇보다 관심은 지난해 9월 청탁과 함께 박 회장의 돈 1~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부길 전 비서관을 체포한 검찰의 칼끝이 현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냐다. 추 전 비서관은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 박 회장이 추 전 비서관을 통해 자신에게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과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구명로비를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추 전 비서관을 구속 중인 박 회장과 대질신문한 뒤 조만간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은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차단했다. 또한 추 전 비서관이 돈을 받기는 했지만 세무조사를 막는 데 실제 역할은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한 로비'라는 것이다.
▲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뉴시스 |
이에 따라 검찰의 추 전 비서관 체포는 여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액션이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추 전 비서관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비난하는 등 돌출 발언으로 사퇴한 인사라는 점에서 여권에선 그를 '돈키호테'로 내모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MBC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추 전 비서관 외에도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막후 실세로 알려진 한 기업인에게 10억 원을 전달한 단서가 포착됐다. 이 시점은 박 회장이 추 전 비서관에게 거액을 건넨 직후인 지난해 9월 말이다. 박 회장이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추 전 비서관 외에도 현 정권의 핵심 측근들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盧정부 실세 전방위 수사
'추부길 체포'를 계기로 '박연차 리스트'의 폭발력이 배가된 건 사실이지만, 검찰 수사의 본령은 여전히 노무현 정부의 실세에 맞춰져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추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을 연결해 준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비서관도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건평 씨와는 종종 연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건평 씨는 또한 지난 19일 구속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은 2005년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에도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구체적인 진술과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17시간 동안 소환조사 한 뒤 22일 새벽 귀가시켰으며, 이날 오전 재소환했다. 검찰은 이 의원과 박 회장의 대면조사를 실시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2~3차례에 걸쳐 달러와 원화 등의 불법 정치자금 1억 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검찰에서 충분히 밝혔다. 정치자금을 받은 바 없고 대질 조사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검찰은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수익금 685억 원 중 일부가 국내외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작년 12월 홍콩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 지난주 처음으로 계좌 내역 일부를 받았으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특히 미국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지인이 APC 계좌를 통해 박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받은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해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홍콩에서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자금의 흐름을 쫓고 사용처를 추적하다 보면 수사 대상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수사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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