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계기로 날아든 검찰발 사정 한파에 정치권이 얼어붙었다. 검찰 수사의 향배가 어디로 귀결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체포·소환되자 촉각이 곤두섰다.
검찰은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에 대해선 4월 임시국회 전에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져 있다. 여야 정치권은 '박연차 정국'이 4월 국회와 4.29 재보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이 22일 이틀 연속 소환조사를 받은 데다 김민석, 안희정, 송영길 최고위원, 김재윤 의원 등이 재판 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은 "야당 표적 수사", "공안정국 조성" 등의 의심을 보내고 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정권은 국회가 열리면 MB악법 강행처리에 몰두하고 폐회가 되면 공안정국 조성으로 야당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해야 할 일은 뒤로 한 채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에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대통령 측근인사를 본보기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결국 야당인사를 죽이기 위한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안정국 조성으로 어떻게든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돌려보려는 꼼수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공개할 것이 있다면 즉각 공개하고 관련된 인사가 그 누구이든 간에 공정하게 억울함 없이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엄정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야당 인사는 일단 이 잡듯 뒤지고 보자는 막무가내 수사는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이 정동영 전 장관의 측근 임모 씨 구속에 대해서도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정 전 장관의 지지자 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은 성명을 통해 "정 전 장관의 귀국 시기에 나온 검찰 발표는 공작정치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검찰에 체포돼 긴장감이 높아졌으나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하며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이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 전 비서관 체포와 관련해 "어제 아침에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잘못된 대로 조사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 연루설에 대해서는 "없지 않겠나 싶다. 어디(에서 나온) 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연차 회장의 사업기반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지역이고, 그가 한때 한나라당 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는 점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은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허태열 최고위원, 권경석 의원 등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한마리 미꾸라지가 온 물을 흐려놓았다"며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데 여야나 지위고하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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