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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만 혼자 봄?…겨울 시작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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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만 혼자 봄?…겨울 시작도 안 됐다

윤증현 "세계경제 비관 안해…봄이 멀지 않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던 때 한 말이다. 2004년 탄핵파동으로 노무현 정권과 집권 여당에게는 '봄'이 늦게 왔다. 물론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주고, 헌재가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뒤늦게라도 여느 해보다 화창한 '봄'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새삼 5년 전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2009년 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봄' 타령이 나와서다.

"이제 겨울이 가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은 반드시 온다"고 요 며칠 사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경제의 '봄'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조심스럽게 2008년 1사분기에 '저점'을 찍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1월에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2월에도 이런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에 큰 폭의 조정이 이뤄졌고, 2월에 수출에서 일부 개선 징후도 있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봄'을 언급한 배경이다.

윤증현 "세계경제, 비관하지 않는다"

윤 장관은 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낙관론을 이어갔다. 윤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외신기자들에 맞서 "대외의존도가 높다보니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지만 대외 지불능력 방어막은 확실하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97년 외환위기 때는 외환보유고가 100억 달러도 안 됐다. 지금은 (한미 통화스왑 등) 제2, 제3 방어막이 있어 대외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수출의존도' 때문에 세계경제 침체기의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 윤 장관은 "수출시장도, 품목도 다변화돼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라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우리와 직접적 거래관계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를 다들 비관적으로 보는데 나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한 국가만 부양책을 쓰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론의 근거를 밝혔다.

하지만 윤 장관이 '세계 경제 낙관론'을 언급한 5일 미국 증시가 대폭락했다. 이날 뉴욕 다우존스지수는 6600선이 무너지면서 1997년 4월 이래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 주가가 폭락한 것은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시티, 최대 제조업체인 GM, 그리고 최대 금산복합체인 GE 등 주요 기업의 파산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2차 위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기업들의 감원과 도산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기업 생산성은 떨어지고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국들의 위기설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5일 "세계경제위기의 가속화로 중남미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의 경우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불안의 여파로 6일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날 환율은 22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정부가 방어선으로 삼은 16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40분 현재 전날보다 6.60포인트(0.62%) 내린 1051.58을 기록하고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 정부 신뢰 갉아먹는 주범

'봄'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론은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미 강만수 전임 장관(현 국가경쟁력위원장)이 충분히 입증해줬다. 강만수 경제팀은 낙관론과 위기설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잃었고 시장에 대한 통제 능력도 상실했다.

서민들의 삶을 쳐다보면 더더욱 '봄'은 아직 멀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몇몇 경제지표와는 무관하게 서민들의 일상은 갈수록 고되고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 해 어렵사리 버텨온 중소기업들은 다시 급등한 환율과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신음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한계에 내몰렸다. 이들에게도 과연 '봄' 기운이 느껴질까?

"일부 사람들이 '경제가 금년 하반기에는 좋아진다'고 말하는데 근거없는 말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한국경제는 지금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지금부터라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최근 한 강연회에서 내린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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