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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졸 초임이 162만 원? 전경련의 황당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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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졸 초임이 162만 원? 전경련의 황당 코미디"

[홍헌호 칼럼]<7> 'salary'와 'earnings'의 차이 무시한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 기업 대졸 초임은 월 198만 원으로 일본(162만 원)에 비해 훨씬 높다."(<동아일보> 2월 26일)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은 정말 재미있는 지옥이다. 이런 황당한 수치들이 버젓이 사실인 양 활개를 치고 다니니 말이다.

일본 대졸초임 162만 원이라는 수치는 총급여와 무관한 것

전경련의 발표를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노동통계연보'(2006)를 뒤적여보니 "학력별 신규졸업자 초임 급여액"이라는 자료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연봉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위에 소개한 자료를 보면 이 자료에 나오는 수치들이 전경련이 언급한 162만 원과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하여 ABC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자료에 나오는 수치들이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매우 균일하다고 사실에 주목해야 하고, 또 이 자료가 연봉과는 무관하다는 사실도 바로 알아 차려야 한다.

아무리 일본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차이가 우리나라와 달리 크지 않다 하더라도 이런 수치들을 보고 어떻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덥썩 이것을 연봉이라고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위의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일본 제조업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은 50% 수준으로 30%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높기는 하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 따라서 1인당 부가가치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는 1인당 급여도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에 한해 균일한 급여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전경련 연구자들이 지적으로 성실한 연구자들이라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내놓은 자료들을 보면서 일본 관료들이 'salary'라는 개념과 'earnings'이라는 개념을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학력별 신규졸업자 초임급여액"이라는 자료에서는 'salary'라는 영문표기를 하고 있고, 모든 급여가 총망라된 총급여액 자료에서는 'earnings'라는 영문표기를 해 두고 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노동통계연보라는 책자에서 그들이 사용한 'salary'와 'earnings'라는 개념의 구체적인 내용상 차이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학력별 신규졸업자 초임급여액"이라는 자료에서 'salary'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의 '기본급'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아 차릴 수 있다.

20대 후반 일본 대기업 노동자 평균 연봉은 4128만 원

그렇다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모든 급여가 총망라된 총급여액(earnings)에 대해서는 어떤 자료를 내놓고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후생노동성이 내놓은 자료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대졸자들이 신규채용되는 주연령대인 25~29세의 경우, 일본인들은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연 평균 502만 엔(월평균 41.8만 엔), 한화로 연 평균 4128만 원(월 평균 344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경련이 언급한 162만 원이라는 수치와는 2.1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노동부가 발표하는 통계 자료들에는 "학력별 신규졸업자 초임급여액"이라는 비교자료가 없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양국의 통계자료 중 '학력별,기업규모별, 근속연수별 임금구조'와 관련하여 가장 공통점이 많은 자료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위에 소개한 '일본의 1000인 이상 대기업 대졸 이상자 임금구조'라는 것과 아래에 소개하는 '한국의 500인 이상 대기업 대졸 이상자 임금구조'라는 자료이다.

위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자들은 25~29세의 경우, 상여금 포함 평균 3371만 원의 총급여를 받고 있고, 55~59세의 경우 평균 8071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 후반 일본 대기업 노동자 총급여는 한국의 1.22배

양국의 대기업 노동자들의 총급여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위에서 소개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기업 임금구조 자료들을 종합하여 비교해 놓은 것이 바로 아래에 소개하는 '한일 양국의 대기업 임금구조'라는 자료이다.

위의 자료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는 25~29세의 경우 각각 1.9년, 3.7년으로 약 2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국민개병제를 통해 남자들의 군복무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 노동자 총급여는 25~29세의 경우 한국이 3371만 원, 일본이 4127만 원으로 일본 노동자의 급여가 약 757만 원 많고, 55~59세의 경우 한국이 8071만 원, 일본이 8560만 원으로 일본 노동자의 급여가 약 489만 원 정도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의 대기업 노동자 총급여는 25~29세의 경우 대략 1.22배 차이가 나고 55~59세의 경우 1.06배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국가간 노동자의 급여수준을 정확하게 비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간 물가도 고려해야 하고, 산업구조도 고려해야 하며, 공공복지수준도 고려해야 하고, 국가간 1인당 GDP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백번 천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전경련처럼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매우 균일하게 나타나는 기본급 수치를 가져와 그것을 총급여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코미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이 지적으로 성실한 연구자들이라면 결코 그런 수치스럽고 무분별한 언행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위기 때 부유층 몰아주는 정책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갈 것

그렇다면 바람직한 일자리나누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위에 소개한 자료들을 보면서 바람직한 일자리나누기 대안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지속적으로 MB정부에 요구해왔다. MB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향후 4년간 90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거액을 부유층에게 퍼주려는 감세안을 포기하고 그 재원으로 연봉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때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훨씬 더 심하게 고통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소비성향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 또 경제위기 때는 고소득층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도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MB정부가 4년간 90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거액을 부유층에게 퍼 주겠다고 우긴다면 그들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더욱 더 치명적인 상태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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