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김모(47) 씨의 통장에 찍힌 월급이다. 그는 월급 통장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네 식구가 한 달을 살아갈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2001년부터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다. 10년 동안 그가 만든 엔진을 단 소나타와 산타페는 미국와 유럽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현대기아차는 세계의 자동차회사가 됐다.
그는 10년간 자신이 만든 소나타와 산타페를 한 번도 사보지 못하고 낡은 프라이드를 끌고 다녔지만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엔진공장에서 주야 12시간, 휴일 특근을 하며 받았던 월급 250만 원은 적지만 네 가족의 목숨이었다.
10년 일했는데…"비정규직 130명 나가라"
지난 주 현대자동차는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엔진공장에서 일하는 13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다.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비정규직만 강제 퇴근을 시키고, 비정규직만 강제 휴무를 하더니, 급기야 비정규직만 해고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이 마흔 일곱인데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있겠어요?"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고, 강제 퇴근과 강제 휴무로 반토막이 난 월급으로 간신히 버텼던 그와 동료들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경제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900억 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전용비행기를 구입했다. 미국 보잉사의 비즈니스 제트기(BBJ) 737-700기다. 구매에 따른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지난주 초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도 이미 채용했단다.
BBJ 737기는 조종사·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20명까지 탈 수 있다고 한다. 최대 비행거리는 1만140km로 미국까지 직항이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간 전용기가 없어 해외공장 방문 등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전용기 도입으로 비행 스케줄 조정과 해외 출장 기간 단축 등 이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전용비행기를 구입했다. 정몽구 회장의 전용비행기 값인 900억 원은 현대차가 아산공장에서 해고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 130명에게 연 2000만 원을 35년 간 줄 수 있는 돈이다. ⓒ뉴시스 |
245명의 비정규직 20년 연봉
정몽구 회장의 전용비행기 값인 900억 원은 현대차가 아산공장에서 해고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 130명에게 연 2000만 원을 35년간 줄 수 있는 돈이다. 울산공장에서 에쿠스를 만들다 해고된 115명을 포함해 24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으로 정년이 될 때까지 2000만 원씩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정몽구 회장 전용비행기 값 900억 원은 1조9468억 원의 주식을 가진 정 회장에게는 4.6%밖에 안 되는 '껌값'일 지 모르지만 평균수명 13년을 단축한다는 야간노동을 하면서, 연봉 2000만 원도 받지 못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고, 정작 자신이 만든 소나타와 산타페는 평생 사보지도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평생의 일터를 지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다같이 살자 총고용보장"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 선전전과 점심시간 공동집회를 열며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공장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매일 아침 공동 선전전과 연대 집회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경제 위기를 빌미로 한 구조조정에 대해 "공장 및 라인운영 관련 협의시 총고용보장을 전제로 비정규직 의제 상정를 상정해 우선해고와 차별을 저지한다"고 결정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워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프랑스 사르코지는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라고 했고, 미국 오바마는 '사장님'의 연봉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와 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월급 150만 원이 아까워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900억 짜리 전용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정몽구 회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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