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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개발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전문가 한목소리 "전형적인 봉합 정책…실효성 없다"

정부는 10일 용산 참사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조합원에게 분양 뒤 남은 상가를 세입자들에게 우선 분양하고 △휴업 보상비를 현행 3개월치에서 4개월치로 상향 조정하며 △재개발 과정에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세입자가 이주할 주거지를 위한 순환 개발 등이다.

즉각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정부안을 두고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쓴 소리를 던졌다. 이들은 "문제의 본질은 내버려 둔 채, 형식적인 부분만을 건드렸다"며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 정부는 10일 재개발 제도 개선에 관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분쟁조정위원회? 이미 수많은 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가동 안돼

참여연대 민생희망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람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강남 환경에 목표를 맞춰 놓고 거기에 사람을 맞추니 재개발 문제는 늘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정부는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어이없는 봉합주의식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우선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두고 "정부가 얼마나 도시 재개발 문제와 용산 참사를 안이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꼽았다. 그는 "분쟁조정위는 정부가 전형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봉합하는 방식"이라며 "이미 임대아파트 부도 문제, 아파트 비리 문제 등과 관련된 분쟁이 심각해 사회적 문제가 될 때마다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 등 많은 분쟁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위원회는 회의도 열리지 않는 사문화된 제도로 전락했다다"며 "분쟁의 근원이 되는 제도의 결함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위원회가 구성된들 무슨 소용이 있나"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법률적으로 유리한 쪽(조합)은 '법대로'만을 외치고, 철거민은 (분쟁조정위원회를) 가봐야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복지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회단체 나눔과미래의 이주원 지역사업국장의 지적도 같았다. 그는 "행정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강제 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분쟁조정위원회가 무슨 힘을 쓸 수 있겠나"며 "결국 약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법원에 호소하러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이 올라왔다고 해도 조정이 될 때까지 과연 개발을 중단시키겠나"라고 반문했다.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 조합원도 분양 못 받는데…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겠다는 부분도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원 국장은 "소위 잘나가는 곳에 세워진 상가는 조합원들조차 분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상가 분양권은 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상가 세입자용으로 분양권 중 10~17%를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면 믿을 만하겠지만 지금의 발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설사 분양권을 세입자들이 배정 받았다고 해도 이들이 실제 분양을 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가 분양권이 아파트 분양권보다도 비싼 상황에서 영세 상인들이 입주할 수 있는 자본의 여력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임대 아파트를 의무 건립하듯 임대 분양을 한다면 실현 가능하겠지만 지금 구조에서 상인들이 다시 재개발된 상가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남근 본부장은 "우선 분양권은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 상가로 세입자를 내몰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 4구역 같은 곳은 도심 재개발 구역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곳"이라며 "이런 곳의 분양권은 세입자들이 받을 엄두도 내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휴업 보상비 3개월치에서 4개월? 보상보다는 이주 대책이 문제

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 1~2개월의 휴업 보상비를 늘려 주는 것 역시 전문가들은 "전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보상보다는 이주 대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본부장은 "주거 세입자에겐 그나마 있는 이주 대책이 상가 세입자에겐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상금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미 있는 정책이라 한다면 영업권, 주거권 차원의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실제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산 참사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보상을 말하니깐 일어난 것 아닌가"라며 "지주와 세입자 간 비대칭적 '부'가 존재하는 한 용산 참사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55개의 시민, 환경, 주거 단체로 구성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사태 해결을 위해선 시장, 구청장의 책임 행정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재개발 사업은 어느 개발 사업보다 행정관청의 개입이 많고 행정력을 통한 분쟁조정도 가능할 수 있는 공익사업이며 책임 행정이 요구되는 사업"이라며 "관할관청이 사전분쟁조정, 조합원, 철거민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공개의무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분쟁을 조정하는 책임행정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역별로 대용의 이주정착상가단지를 1개 이상 건설해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거나 용산4구역과 같이 상가를 개발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상인들에게 우선적인 입주권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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