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은 이명박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기관들을 제외하고 다 내놓은 전망이다.
재정부(올해 경제성장률 3% 전망), 한국은행(2%), KDI(0.7%) 등 국내 기관들이 성장률 예측치를 다소 높게 잡은 것과 관련해, 사실상 정부의 외압으로 이달말 물러나는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29일 "정부가 경제성장률 예측치마저도 정치변수화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외압으로 연구기관들이 제대로된 예측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성장'은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총재 "올해 마이너스 성장 확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이코노미스트클럽 조찬 모임에서 "작년 4분기를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본다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다"면서 "올해 1-2분기가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5.6%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 올 상반기에 계속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 하다는 것.
그는 "올해 고용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만에 오는 심각한 경제수축기"라며 "이제는 월 단위도 모자라서 주 단위로 경제전망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 총재는 "경제.금융시장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책 유효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기준금리의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현 시점에서는 금융안정과 경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된 이후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위기대응 과정에서 도입한 각종 정책수단을 무리없이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64억 달러 적자…자본수지 509억 달러 순유출
이 총재가 이날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한 것은 각종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에 비해 훨씬 나쁜 쪽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64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82억9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적자 규모도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45억 달러보다 늘어났다.
또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 등 '셀 코리아' 현상 등으로 인해 지난해 자본수지는 연간 509억3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의 순유출을 보였다.
1월 무역수지 적자…수출감소율 30%대
한편 올 상반기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무역지표가 지난 연말에 비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정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1월 무역 적자는 38억-4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한 요인이었던 유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
특히 자동차나 선박류 등은 작년 동월 대비 수출 감소율이 35% 안팍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연말 수출 감소율이 10% 후반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도 '최악'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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