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 조사단'은 "자체 조사 결과 경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찰에게 명백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22일 서울 용산 참사 현장 앞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1차 조사 결과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전광석화 같은 경찰 투입, 직무집행법 위반"
▲ 지난 20일 용산 농성 현장을 강제 진압 하고 있는 경찰. ⓒ뉴시스 |
조사단 측은 "이처럼 전광석화 같이 경찰을 조기에 투입하기 전에 한 차례라도 퇴거를 위한 제대로 된 설득과 협상이 있었나"라고 물은 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강제 진압 경위를 놓고 "농성자들이 골프공을 쏘거나 화염병을 근처 건물에 던져 화재가 발생하고, 염산 병을 도로에 투척하고 지나가는 행인과 차량에 벽돌 등을 투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도 조사단은 "농성이 시작된 이후 철거업체 용역들이 건물 3층에서 폐타이어를 태우며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면서 철거민을 자극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데도 경찰이 이를 방조한 사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 문건을 보면, 경찰은 "농성 건물 내에 시너, 화염병 등 위험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극단적 돌출 행동 역시 우려된다"고 적었다. 이 문서에는 유류화재에 소화 가능한 소화기와 소화전을 준비하고 에어매트, 그물망, 안전매트리스, 소방차 6대, 소방 고가사다리차 2대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조사단 측은 "그특공대가 투입될 당시 현장에는 소방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전부였고, 에어매트나 그물망은 설치하지 않았고 매트리스만 드문드문 설치했을 뿐"이라며 "유류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화염병 발화, 객관적 증거 없는데도 영장 청구"
이어 조사단은 "진압 과정에서도 철거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콘테이너 박스로 망루를 밀지 않았으며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과정에서 불이 붙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특공대를 실은 콘테이너가 망루 꼭대기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2~3회 충격을 가했으며 콘테이너로 망루를 수평 방향으로 밀어 망루가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또 콘테이너에 탄 특공대원 한 명이 호스를 들고 망루 안을 향해 살수했으며 다른 한 명이 노루 발 못 뽑기(일명 '빠루'·굵고 큰 못을 뽑을 때 쓰는 연장)로 망루 외벽을 반복해 타격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농성자의 공통된 증언에 따르면 특공대가 망루 2단을 지탱하던 중앙의 기둥을 뽑았고, 이로 인해 2단 가운데가 함몰되면서 무너질 것 같았다"며 "결국 2단에 보관하던 인화물질 등이 가운데로 모여들어 매우 위험해졌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밝혔듯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모든 사람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수사기관 역시 화염병에 의해 발화가 됐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발화 원인을 놓고 객관적 증거는 상당히 중요한데도 수사기관이 경찰특공대의 증언 등에만 의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화재 발생 후 망루에서 옥상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에 대해 안전 조치를 취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부상자와 사망자가 더욱 늘어났다"며 지적했다.
"위험 인지하고도 안전 조치 없었다"
조사단은 강제 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경찰권 남용이며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자'를 처벌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6명의 인명이 희생된 것도 형법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될 개연성도 크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 비례 원칙을 위반하고, 사고 발생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예견되고 또 이를 인지했으며,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어긴 과실이 있다"며 "국가 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단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검 절차도 재차 지적했다. 조사단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부검을 할 때는 예를 잊지 않도록 주의하고 미리 유족에게 통지를 해야 하는데 검찰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부검을 강행했다"며 "이는 형사소송 최고의 이념이자 헌법12조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사건 발생 24시간 내에 검찰과 경찰 단독으로 부검을 시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이라며 "특히 신분증이나 실종자 명단, 여러 정황으로 신원 확인을 할 수 있었는데도 유족에게 부검 동의 및 부검 참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유족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부검 강행은 기존 전례와 관행에서도 어긋난다"며 "부검은 실체 진실에 입각한 사인 규명이 목적인데 유족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부검을 한 것은 사인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경찰의 책임을 축소시키기 위해서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찰, 원인 제공 했으면서 사실 왜곡"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아직 사실이 밝혀진 바가 하나도 없는데, 경찰이 스스로의 발표가 다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원인 제공을 분명 경찰이 했는데도 마치 철거민이 했다고 하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균 실장은 "면담한 환자나 접견인에게 물어보면 검찰이 결론을 화염병을 던져서 불났다고 확정하고 끼워맞출 뿐 다른 상황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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