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은 총재, '靑 지하벙커 회의'에서 나와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은 총재, '靑 지하벙커 회의'에서 나와라"

경제개혁연대 "한은 독립성은 경제위기라도 침해돼선 안 돼"

한국은행은 정부에 속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정부조직법 상의 행정기구로 두지 않고, 독립된 합의제 행정위원회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수난을 당해야만 했다. 특히 7% 고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은에 수차례 노골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력을 넣었었다.

급기야 8일 청와대 내 지하벙커에서 가진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 재경원과 한국은행 간 갈등과 대립이 있었는데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 '경고성 발언'을 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했지만, 현 정부 들어 금리와 환율 문제 등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충돌이 잦았다는 점,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이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닮은 꼴'이라는 점 등을 볼 때, 이는 이성태 총재를 겨냥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한은 총재에 대한 공개 경고에 대해 "아무리 현 상황이 전대미문의 위기라고 하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통령의 발언은 한은의 금리정책을 협의의 정부정책에 종속시키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이라며 "작금의 경제 위기 극복은 물론 위기 이후 경제안정화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과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매우 전문적이고 신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감사원 감사나 국회의 감시와 같은 통상적인 행정감독 장치로는 그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화신용정책의 결정 자체를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합의제 위원회에 맡기고, 협의의 정부기구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이런 원리는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1970년대식 한은특융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

경제개혁연대는 또 이명박 정부의 한은에 대한 몰이해로 "한은이 정부의 막무가내식 위기극복 대책에 뒷돈을 대는 금고지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은행의 BIS비율 제고를 위해 20조 원 규모로 조성될 은행자본확충펀드 역시 한은의 10조 원 대출이 종자돈"이라면서 "21세기에 1970년대식의 한은특융(한은의 특별융자)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은특융은 한은이 긴급 상황이나 위기시 금융기관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지난 1972년 '8.3사채동결조치', 1985년 부실 해외건설업체 지원, 1992년 투자신탁 운용회사의 경영정상화,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에 한은특융이 동원됐다. 이성태 총재는 1992년 자금부 부부장 시절 정부의 한은특융 지시가 불합리하다며 결재서류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아 한때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은 총재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 불려가서 마치 어느 힘 없는 부처의 장관인 것처럼 공개적 경고 발언이나 듣고 있는 것은 심각하다 못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이 총재는 자신뿐만 아니라 한은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그게 한국경제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한은의 금리정책은 여타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선에서 다른 경제부처와 공제체제를 갖춰야 하지만 그것이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주재하는 회의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이 총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