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흥길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 문방위에 오는 모든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1차 입법전쟁에서 거론된 미디어법안은 물론이고 '공영방송법'까지 발의·상정될 경우 전면전이 예상된다. 1차전 패배의 설욕은 물론이고 민주당 및 MBC 등 언론노조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이라는 뜨거운 감자까지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20일만에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 ⓒ프레시안 |
고흥길 "여야 합의 맘에 안들어…2월엔 모든 법안 상정"
이날 오후 열린 문방위에서는 1월 중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한 문화산업진흥법, 언론중재법, 전파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고 위원장은 "여야 지도부의 9개항 합의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고, 당장이라도 모든 법안을 상정하고 싶지만 1월 임시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그러나 "2월에 가서는 모든 법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처리의 단초인 법안 상정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시기만 연장됐을 뿐 2월에는 이번 '법안 전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신방겸영 허용,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신문법에 대한 여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초미의 관심사는 떠오르는 것은 미디어 관련법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른바 '공영방송법'의 발의 여부. 이미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정병국 위원장 등은 공영방송법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고, 고흥길 위원장도 '1공영 다(多)민영' 체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물론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방송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방송법과 신문법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결사 저지'에 의해 직권상정 등의 강행 처리 방식을 택할 경우, 공영방송법까지 포함해 한 번 제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 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공영방송법' 내밀까
홍준표 원내대표가 MBC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비난을 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MBC를 손 봐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을 수도 있고, 어차피 '내 편'이 아니라면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항상 가장 센 것을 내밀며 그 다음 센 것을 받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공영방송법을 들이밀며 최소한 방송법과 신문법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구상 중인 공영방송법은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는 수신료로 운영하게 하며 사장은 '공영방송 경영위원회'를 통해 선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수입은 광고에 의존하고 소유 구조가 공영인 MBC는 공영이냐 민영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일각에서 'MBC 매각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방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공영방송인 KBS의 수신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주고, 민영방송인 SBS에 대해서는 광고 판매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방송계의 분열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연말연초 '입법 전쟁'에서 야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던 여당이 야당의 최우선 주력 분야인 미디어 분야에 대한 공략에 당력을 집중할 가능성도 크다.
나경원 "비난 문자 10분에 200건"…전병헌 "난 격려 문자 200건" 개원 이래 항상 '18대 국회 최대 격전지'였던 문방위. 이날 회의가 열린 1시간 동안 물론 조용하지 않았다. 법안 상정에 걸린 시간은 5분. 나머지 50여 분은 서로 물리고 물어 뜯는 설전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민주당의 불법 폭력 점거로 인해 문방위가 최고 악성 상임위로 전락했다"며 "민주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응수했다. 이 의원은 "여당에서 뭐라 말할 것이라 예상했다. 회의를 원만히 진행시키기 위해 자제하려 했으나 얘기가 시작됐으나 말 좀 해야겠다"고 운을 뗀 뒤 "(점거의) 단초를 누가 제공했느냐"며 "군사독재의 후예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전쟁을 경고한 것이 누구냐"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법안 보따리도 풀기 전에 내놓으며 청부입법, 대리입법이니 하는데 의원들이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 국보위 때는 허수아비라도 있었지"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제1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전략이었던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나섰다. 진 의원은 "국회가 전쟁의 장이 아니라 법률의 장이라는 말에 100% 동의한다"면서도 "국회법을 준수해 달라. 우리는 국민을 위해 만든 법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왜 뽑았나.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82석 밖에 못 얻은 것 아니냐. 민주당 대표가 무슨 권리로 본회의장 문을 닫고 여는가. 초등학생한테 부끄럽다"고 독설로 맞대응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바통을 이었다. 장 의원은 "한나라당은 전체적 느낌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 방침이 청와대에 의해 바뀐다는 의구심이 든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심부름 센터인가"라고 말하는 순간 회의장은 폭발했다.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장 의원의 발언 도중에 "말 가려서 해라. 당신들은 법 지켰어"라고 고함을 질렀고, 이종걸 의원은 "'당신'이 뭐냐"고 항의했으며, 강승규 의원이 끼어들어 "해머와 전기톱" 얘기를 꺼냈으며, 장세환 의원이 "외통위 문을 잠그니까 들었지"라고 반박하자, 강 의원은 "잠그긴 누가 잠궈"라고 소리 지르는 등 고성과 반말이 회의장을 가득 매웠다. 주호영 의원도 "한나라당이 외통위 문 걸어 잠근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자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문방위에서 느닷없이 외통위 한미 FTA 단독 상정 논란이 벌어지니까 "뭐 묻은 개나 뭐 묻은 개나 다름 없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여야 말 전쟁의 하이라이트는 양 당 간사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 간의 말다툼이었다. 나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도 점거를 했지만 자일이나 연장은 없었다"며 "문방위 점거 당시에도 민주당 당직자가 아닌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특히 "밖에서는 시위대가 전단지에 언론 5적이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테러 수준의 문자 메시지가 10분에 200건이 와 통화를 못할 정도였다"고 개탄했다. 이에 전병헌 의원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라는데 출입증을 소지한 민주당 당직자들과 보좌진들"이라며 "툭하면 '정체불명'이라고 말하는데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에 삼가달라"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특히 "나도 10분에 200개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격려 메시지였다"며 "비난 메시지가 폭주한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은 "나경원 의원처럼 외모가 훌륭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나 의원의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항의를 받은 뒤 취소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전 의원의 발언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격분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뭘 잘했다는 거냐. 새빨간 거짓말 하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으나, 이종걸 의원이 태연하게 "격려 메시지 내가 봤어요"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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