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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권력 재미 '홍위병', 각 분야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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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권력 재미 '홍위병', 각 분야서 저항"

"대운하 폐기된 게 아닌데 폐기한 것처럼 오도"

지난 10년간 '보수 대변인'을 자청했던 소설가 이문열 씨가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에 대해 "기득권 싸움"이라고 정의내리며 최근 국회 갈등에 대해서도 "민주고 언론이고 뭐 사수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민주도 언론도 아니고 지난 10년 그 방향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씨는 6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10여 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교만의 병이 널리 퍼진 것 같다. 한번 쯤 돌아보는 자기반성을 하는 겸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씨는 "사실은 기득권 유지의 목적인데 거기에도 온갖 자기주장을 덧붙여 자기 기득권 유지가 곧 민주화되는 것처럼 우기다 보니까 싸움이 더 맹렬해지고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위병 발언 신념 변함 없어"

지난 2001년 진보진영을 향해 '홍위병'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 씨는 '신념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 때 홍위병들이 각 분야의 권력 핵심에 들어가서 재미를 보다가 이제 내놓게 되니까 각 분야에서 저항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고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씨는 같은 맥락에서 보수 진영에 대해서도 "지난 10년 동안 소위 보수 쪽도 기득권 상실에 대한 어떤 아쉬움 혹은 불만, 불평, 이런 것들이 같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무턱대고 동조한 것은 아닌가, 구별하지 않고 그냥 전부 다 합쳐 동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말 한 강연에서 "지난 10년 간 내가 보수 우파를 앞장서서 대변했지만 과연 잘 한 일이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감정이 없는 두 아이를 불러다가 마주보고 따귀를 때리게 한 것처럼 지식인들에게 따귀 때리기를 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었다.

이명박 시대? "춘래불사춘"

'이명박 출범 이후 보수 대변자에게 보상이 됐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받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보기에는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1년 동안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은 기분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소회는 대운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의견에 녹아났다. 이 씨는 '대운하 공약은 폐기되지 않았는데, 사회의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씨는 "대통령 선거의 큰 공약 중 하나였던 대운하를 폐기했는지, 그리고 폐기했다면 그 공약을 걸고 선거에 나온 대통령한테 찍은 많은 투표자들이 있는데 그 투표자들한테 어떤 식으로 양해를 받았는지 그걸 묻고 싶다"며 "현재 방송에 나오는 걸 보면 꼭 당연하게 폐기돼 있고 전 국민이 반대하는 걸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운하 언제 폐기 논란 언론이 이상하게 만들어가"

이 씨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라는 말밖에 한 게 없는데 그걸 대운하를 하겠다는 것이 국론분열이 된다고 단정지어지는 논의 방식이 참 이상하다"면서 "사회적 의사결정에서도 이상하게 언론이 그냥 만들어가는 모양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운하를 포기한 것이면 대통령과 정부가 대운하를 지지하는 지지층에게 명확하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마치 국민 대다수가 대운하를 반대하고, 정부는 대운하 공약을 폐기한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자는 인터뷰 말미에 "오늘 말씀이 또 큰 여파를 몰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고, 이 씨는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면 공식적인 것이 되는게 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문열 씨는 올해부터 조선일보에 '소설 안중근 불멸'을 연재하고 있다. 이 씨는 안중근 의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지금은 우리가 각자의 자기가 보는 측면들을 이해하고 있다"며 "내가 보기에 (안중근 의사는) 거의 우리 근대사의 모든 문제점을 다 담아서 어떤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종합적인 코드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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