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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보수 행태에 '환멸' 느껴…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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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보수 행태에 '환멸' 느껴…참담하다"

<조선일보> 인터뷰, "그들 편에 섰던 결과가 이거였나"

"국내의 보수 세력이 하는 걸 보면 나를 참담하게 만들어요. 내가 그동안 어쨌든 보수 편에 섰던 결과가 '아 이거였어, 이거였어' 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는 거죠."
  
  소설가 이문열 씨가 입을 열었다. 현재 2년째 미국에 체류 중인 그는 24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나와 있는 동안 국내 상황이 개선되고 치유되고 해소되기를 바랐다"며 "그런데 이회창 씨도 나오고, 국내의 소위 보수 세력이 하는 걸 보면 나를 참담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어서 "20년을 (보수 입장에서) 글 써왔던 것이 반드시 내 삶에서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 전투를 해야 되는 것에 대한 가치, 지금 보수라는 자들의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있어서, 내가 저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하느냐는 회의(懷疑) 같은 게 든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곳곳에서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 이 씨는 그간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1980년대 자신이 '민중', '진보' 쪽에 서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다수가 주도하는 정치적 역동성에 대한 불신, 집안이 겪은 것과도 관계가 있었지만) 일종의 정치적 무관심 같은 것, 역사적 허무주의였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일본 근대 작가들의 역사적 허무주의가 결국 군국주의(극우주의)로 갔다'는 질문에 "나도 그렇게 갔는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사실은 내가 간 것이 아니라 그들에 의해 몰려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병든 낭만주의, 역사적 허무주의 비판을 받다가, 그냥 보수로 몰려가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이어서 "내가 글로써 정치에 적극 개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진보)에 의해 몰린 면도 있지만, 보수 쪽 독자를 위해 내 역할을 맡은 측면도 있다"며 "좀 유치하지만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독자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물론 내 머릿속의 독자는 이상화된 보수주의자였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이상화된 보수주의자의 관점과 지금 목도하는 현실 사이에서 나는 괴리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까?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 허무주의로 회귀할 것 같다. (…) 글을 못 쓰면, 나도, 내 삶도 끝이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묻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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