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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치고 빠지기'…경찰력 동원 명분쌓기?

사무처 자해ㆍ고사ㆍ한나라 투입 등 각종 시나리오 난무

3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국회 사무처 경위들의 4차례에 걸친 진압 시도를 모두 막아낸 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 모여 앉아 약식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는 "저지조는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위치를 지켜라. 끌려가는 당직자를 구출하기 위한 기동대는 따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직접 진두지휘를 했다.
▲ 직접 작전지휘를 하고 있는 원혜영 원내대표. 이날 1차 진압 시도에서 안경을 잃었다. ⓒ프레시안

'방어력' 앞서는 민주당

사람수로는 민주당이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에 비해 전력이 앞선다. 국회 사무처는 오전 1차 진입 시도 직전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의 숫자는 140여 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당초 민주당 관계자들은 200명이 넘는 규모였으나 전날 밤 '외박권'이 주어져 상당수가 국회를 빠져나갔었다. 국회 경위가 65명이고 방호원이 90명임을 감안할 때 숫자에서는 밀리지 않는 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 국회의원 80여 명이 가세하면서 경위들은 수적으로 밀리고 말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1차 진압에서 끌어낸 30여 명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2층 민주당 사무실 창문으로 넘어 들어오는 혼란을 틈타 미처 국회의사당 본청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던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대거 본청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 비서관이 뒤에서 덜미가 잡혀 떨어지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병원에 응급후송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3일 저녁 본회의장 앞에 집결한 민주당 인사들은 2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사무처가 대규모 경찰 병력 증원을 요청한 것은 이같이 외부 민주당 인사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병력은 국회 담장 외곽을 봉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청 건물도 1~2m 간격으로 병력을 배치해 기습 진입 시도에 대비하고 있다. 나중에 다시 진압을 시도해 국회 경위들이 끌어내는 민주당 사람들을 연행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 국회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찰 병력. ⓒ프레시안

경찰 의사당 내 투입?…'정치적 자살' 가능성 커

국회 경위와 방호원 인력만으로 진압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 따라서 일각에서는 '경찰 병력 투입'의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현행 국회법 제150조는 "국회 안에 현행범인이 있을 때에는 경위 또는 국가경찰공무원은 이를 체포한 후 의장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의원은 회의장 안에 있어서는 의장의 명령 없이 이를 체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도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경찰이 '점거 농성' 중인 민주당 인사들이 '특수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등의 현행범이라고 판단할 경우 의장의 지시 없이도 본청 안에 진입해 진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석하겠다는 것. 극단적인 경우에는 의장의 명령에 따라 본회의장 안에 있는 민주당 의원도 체포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 경위들이 4차례나 진압을 시도하면서도 '치고 빠지기' 식으로 적극적인 진압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경찰 투입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정식으로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고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상황을 지휘하고 있는 김형오 의장이 '헌정 사상 초유인 경찰의 국회의사당 내 진압'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것은 너무나 큰 모험이다. 현재의 '질서유지' 상황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비겁하게 질서유지 운운하지 말고 경호권을 발동하라"고 따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강제 진압'이라는 칼을 뽑아 든 김 의장 측에서 마냥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 국회 계단을 지키고 있는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들. ⓒ프레시안

'자해' 작전? 한나라당 투입?

이에 민주당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첫째는 국회 사무처의 '자해 작전'에 대한 대비다. 국회 사무처가 완전한 진압이 불가능 할 경우 "정당한 공권력이 민주당의 불법적 폭력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론의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충돌시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오자 민주당 지도부는 흥분한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관들을 말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소화기를 들었으나 이를 뜯어 말린 것은 민주당 보좌진들이었다.

그 다음은 국회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직접 진입하는 작전이다. 2, 3층 본회의장 출입문은 거의 민주당에 의해 장악돼 있으나, 4층 방청석 쪽 출입문은 방어가 허술한 편이다. 오후 6시 3차 진압이 시도됐을 때 경위 일부는 4층 방청석 통로 유리문을 깨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지만 쉽지만은 않다. 4층 방청석에서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로프나 사다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위험부담이 크고, 민주당 의원들이 등산용 자일로 몸을 묶어 '인간 사슬' 작전을 펴면 이를 끊어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 인사들이 투입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 손에는 피를 안 묻히겠다"는 한나라당이 이 작전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바닥에 앉아 의논 중인 민주당 국회의원들. ⓒ프레시안

'고사' 작전? 장기화 가능성

마지막으로 계속 진압 시도를 하며 '고사 작전'을 펼치리라는 시나리오도 회자되고 있다. 국회 회기가 8일까지 이기 때문에 7일까지 5일에 걸쳐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민주당 관계자들의 힘을 빼놓은 뒤 전격적으로 진압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국회 사무처는 음식물의 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월요일부터 국회 식당 운영도 중지 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농담을 주고 받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은 일단 일요일(5일)을 넘기기 위해 음식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가 '저지조'와 '돌격조'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동안 국회의사당 본청 정문에서는 '쵸코파이' 한 상자를 두고 민주당 보좌관과 국회 경위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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