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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우석훈 칼럼]<22> 경제의 해, 2008년을 보내며

모든 것이 숨가쁘게 전개된 무자년 쥐띠해가 이제 3일 남았고, 지금부터는 쥐의 기운에서 소의 기운으로 바뀌는 기축년 2009년이 열린다. 12개의 12지신 중 가장 한국인다운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평소에 생각하는 소의 해지만, 새로운 한 해는 너무 무섭다. 연말연초, 올해를 평가하고 내년을 예상해달라는 각계의 부탁들이 수첩에 가득 차 있지만, 정말로 내년도 예측은 무섭다. 무서운 예측은 다음 주 칼럼에서 하기로 하고, 안 그래도 무거운 이 시기, 좀 가벼운 마음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로 하자.

한국이라는 공간의 집합성과 통일성이라는 것은 무서울 정도인데, 우리는 월드컵 4강의 해도 있었고, 황우석의 해도 있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올해는 단연 경제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크루그만의 해 혹은 오바마의 한 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선부터 시작된 오바마의 대역전성 그리고 노벨상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받던 크루그만의 노벨상 수상, 이것들은 일본식 표현으로 '네오 리베'라고 부르는, 고이즈미 총리 시절의 '우정국 민영화'로 상징되던 신자유주의가 클라이막스를 지나 이제 또 다른 세계 체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경제 대통령'이 권좌에 올랐는데, 이유야 조금 다르겠지만, 어쨌든 2008년은 누가 뭐래도 경제의 한 해였다. 한 문장으로 올해를 축약해보면, 촛불로 시작해 경제로 문을 닫은 한 해 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움츠려들은 듯하지만 속으로 잔뜩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촛불은 언제든지 횃불로 전환될 기세인 것 같고, 마치 영화의 후반기가 되어야 비로소 제 본 모습을 보이는 괴수영화의 전형처럼, 한국의 대공황은 이제 막 그 발톱을 보였을 뿐인데, 우린 아직 그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최소한 36개월짜리 즉 3년 정도 맹위를 떨칠 '한국형 대공황'이라면 우린 이제 갓 석달을 지냈을 뿐이니, 영화의 1/12 즉 두 시간짜리 영화의 10분을 본 셈이다.

물론 우리의 자상하신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내년 1/4분기만 지나면 된다고 하시니, 10분만 더 참으라고 말하고 계신 셈이다. 그러나 보통 <고질라>와 같은 전형적인 괴수영화에서 괴물의 본 모습을 보는 것은 영화의 절반 정도 지난 셈이니, 이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2010년 3월, 드디어 한국형 대공황의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월드컵 예선이 한참 치루어지고 있을 시간이고, 지방 선거를 앞두고 '4대강 정비'와 같은 선심성 토목 정책이 클라이막스에 올라가 있을 시점, 드디어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 대공황의 본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무섭다.

내년이면 나도 경제학자로 학위를 받은 후로 계산하면 14년째가 된다. 경제 칼럼으로는 연전 <시사인>의 '경제 오트르망'이 처음이고, 지난 8월부터 연재한 프레시안의 칼럼이 두 번째다. YS 정권 시절부터 경제학자로 활동을 했는데, 내 기억에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경제학자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음으로 양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자의 입을 쳐다보는 시기도 처음인 것 같다.

경제학자와 증권분석가 사이의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경제학자는 가난하고 증권분석가는 가난하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농담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증권투자를 하지 않는데, 지나치게 특정 증권이나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하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태를 해석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노동소득 정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제학사 내에서는 리카도가 증권투자가로 유명했지만, 그는 성공한 증권투자가에서 나중에 경제학자로 활동 방향을 바꾼 사람이다. 포트폴리오 이론을 만든 케인즈도 증권으로 유명해지기는 했는데, 그는 발레리나 출신이었던 부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이 두 가지 직종의 사람들이 가진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학자는 장기 분석 그리고 시스템 분석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면, 증권분석가는 단기분석과 추세분석에 더 관심이 있다는 정도일 것 같다. 물론 좋은 증권분석가들은 엉성한 경제학자보다 훨씬 정확할 수 있고, 분석에 사실성을 가질 수 있다.

2008년,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증권분석가는 패했고, 미네르바는 승했다. 어쩌겠는가? 추세의 전개과정이 그가 말한 큰 흐름대로 갔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프레시안에서 경제칼럼을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연재하면서 나도 격동의 시기를 보냈고, 주말마다 월요일 아침에 내보낼 주제를 분류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얘기들을 종합하면서, 덩달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21번을 쓴 글 중에서 지금 와서 돌아보면 가장 어려웠던 것이 9월 초, '진짜 위기는 9월부터 시작이다'라고 9월 위기에 전개와 양상에 대한 글이었다. 이 칼럼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예 돗자리 깔아라"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솔직히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것과 마찬가지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이 3대 장치 산업이 내년 상반기부터 대단히 위험해질 것이라는 단락은 퇴고 마지막 순간에 뺐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예상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자기실현성 명제'라는 딜레마에 종종 부딪히고는 한다. 이 얘기를 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건전한 국민경제를 기대하는 경제학자로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어쨌든 해를 넘기면서 각 기업체에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에게 약간의 기술적 조언을 하나 한다면, 아마 지금쯤 비상경영계획(contingency plan)을 짜느라고 정신들이 없겠지만, 여기에 민감도 분석 같은 것을 꼭 추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공기업과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경제 성장률 3%, 환율 1200원에서 1400원 사이, 그리고 유가 70달러 선에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짰을 것이다. 이 중에서 우선적으로 성장률 0% 그리고 마이너스 3%인 경우에 대한 민감도 분석, 즉 이 경우의 각종 경영수치의 변화 정도는 한 번 계산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점이다. 유가는 70달러 정도면 어느 정도 유사할 것 같은데, 이것도 50달러로 한 번, 70달러로 한 번, 이렇게 해서 수치계산을 하시기 바란다. 한 마디로 하면, 내년 상반기에 이미 대통령이 얘기한 마이너스 경제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비상경영계획을 짤 때 꼭 검토하시기 바란다. 위기의 기업, 그 시간에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세말 풍속도 "김주하가 파업에 나섰다"는 한 마디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 김주하가 파업에 나선 지금, 대한민국에 경제적으로 안전한 사람은 별로 없다. 2%? 3%? 국회에는 망치가 등장했고, 2009년 9월 정도로 예상되는 국제 금융통화에 대한 일대 전환에 대한 논의가 슬슬 물밑에서 에너지를 모아가는 지금, 한나라당은 스크럼을 짜고 민주당의 농성 수비망을 깨기 위해 에너지를 모아가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 하나를 생각해보고 싶다. 기획재정부 장관에 장하준을 앉히면 된다. 국내 경제는 그가 실무를 잘 몰라도 한국에 생각보다 좋은 실물과 금융 전문가는 많이 있으니, 지금과 같은 밀실행정과 폭주행정만 안 해도 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피해갈 수 있다. 아닌가? 게다가 장하준은 세계은행을 비롯해서, 많은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이 합리적인 사람으로 인정하는 국제 기준의 상식적인 경제학자이다. 그가 한국의 경제팀을 맡는다면, 일단 최소한 외환과 국제금융에서는 '시장'이 안심할 것이다. 말로는 '글로벌'이라고 하면서, 소망교회 버전의 경제행정, 촌스러워서 외국에서는 아무도 안 믿는다. 그게 9월 위기의 첫 불발 모멘트가 아니었는가?

'귀에 공구리 친' 이명박 정부와 그의 소망교회 관료들과 입씨름하느라, 나도 2008년은 너무 힘들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크든 작든, 집안 살림을 꾸려가느라고 힘드셨을 것이고, 장바구니가 너무 가벼워져서 허탈해하셨을 것 같다.

다들 힘 내시고, 격동의 쥐띠 해가 지나가고, 소의 기운이 다가오니,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대반전을 소망하시며, 모두 행복하시기 바란다. 올 한 해 (소망교회파 빼고)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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