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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은행에 20조원 지원키로…사실상 공적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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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은행에 20조원 지원키로…사실상 공적 자금

'은행 자본확충 펀드' 조성…한은 10조 투입

시중은행에 자본금을 지원하는 가칭 '은행권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될 전망이다. 시행된다면 한국은행이 영리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 발생하게 된다. 한은의 발권력과 국책은행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8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업무계획 대통령 보고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시중은행의 자본이 늘어나야만 금융위기를 다잡을 수 있다는 이유다. 달리 보면 현재 은행권의 상황이 그만큼 위급함을 입증한다.

한은, 자본확충펀드에 10조 지원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는 내년 1월 2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한은은 내년 1월초 금통위에서 자금 투입을 결정한 후 10조 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나머지 자금은 펀드가 기관 및 일반투자자로부터 약 8조 원을, 산업은행에서 약 2조 원을 조달한다.

시중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우선주, 상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의 증권을 유동화 시킨 파생상품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후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모집은 금통위 이후 1월 중순경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펀드가 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일정기간 이후 은행이 매수권인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상품) 등을 매입하는 이유는 이들이 자본계정에 계상돼 티어1(Tier 1), 즉 기본자기자본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늘어나야 은행은 BIS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는다.

한은이 영리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융자에 나서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7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자금 중개시장이 마비돼 단기차입금 상환 압박이 들어와도 장기대출금을 원활히 회수하지 못한 종금사 등을 대상으로 3조 원 규모의 특융을 제공한 바 있다. 한은이 영리기업에 여신하기 위해서는 금통위 위원 4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한다(한은법 제80조).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은행에 대한 대출에 직접 나서는 까닭은 은행권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이성태 총재는 "지금은 비상 사태로 가는 경계선"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자금 조달은 한 번에 정해진 금액을 모두 붓는 게 아니라 은행권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약정 비율을 투입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이뤄진다. 펀드 지원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만 이뤄질 예정이다.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조성도. 한은이 펀드에 10조 원을 대출하고 펀드는 시중은행의 증권을 매입해 자본을 확충시킨다. 펀드는 이들 증권을 신기보의 보증을 바탕으로 유동화시켜 기관과 일반투자자를 모집한다. (자료제공 : 금융위원회) ⓒ프레시안

정부 부인하지만 사실상 공적자금

정부는 펀드의 한은에 대한 대출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낮은 만큼 은행의 자본조달 금리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적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침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큰 규모로 한은이 은행 자본 건전성 개선을 위해 개입하게 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은행에 대한 한은과 정부의 발언권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금융위도 "비용절감 등의 자구노력과 중기·서민지원 노력, M&A 등 불필요한 자산확대를 자제하는 등의 최소 지원 조건은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11월 이후 후순위채 발행 등 자체 자본확충 실적이 부족한 은행에는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도 아직 금통위가 열리지 않아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은행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요청은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 요청을 받아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조건 등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만약 지원을 실시하게 된다면 은행의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 공개 등 채권자로서 가질 권리 행사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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