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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은행 부분 국유화'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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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도 '은행 부분 국유화'해야 하나"

위기의 은행들, 어찌 하오리까 (中)

"2개월 전에는 시장의 모든 이들이 외환보유고를 쳐다봤다면 지금은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시장의 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9월말 국내 은행의 BIS비율이 전 분기에 비해 하락하고, 부실채권 비율도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줄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11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시중은행을 포함해 17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BIS자기자본비율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이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상황이 좋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지도기준은 8%이나 10%가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분류된다. 외환위기 당시 BIS비율이 8% 미만인 12개 은행 중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 은행이 퇴출됐다.

BIS비율을 높여라…은행들 후순위채 6조원 발행
▲ 3분기 일부 은행들의 BIS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짐에 따라 외환위기 당시인 부실은행 퇴출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98년 퇴출 소식이 알려지자 울먹이고 있는 동화은행 노조원들. ⓒ연합

은행들에게 'BIS비율 높이기'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은행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섰다. 자본확충을 위해서는 주식을 발행하거나 신종자본증권 또는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손쉬운 방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13일까지 8000억 원 규모로 만기 5년6개월짜리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며, 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도 은행채 발행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주요 은행들이 발행했거나 발행 예정인 후순위채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6조 원이 넘을 전망이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거래(RP) 방식의 은행채 매입을 통해 후순위채를 사들일 계획이다. 은행들이 더 어려워지면 은행채를 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최근 산업은행에 총 1조 원을 증자한 것도 은행들의 후순위채 매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확보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공사채를 한국은행이 사들이고, 이 돈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겠다는 것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는 주택담보대출을 넘기면 자금 유동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그만큼 부실자산을 털어내 BIS비율을 높일 수 있다.

후순위채 발행, 악순환의 고리될 수도

은행들의 자본 확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BIS비율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신용등급 하락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은행들에 대한 의구심을 꺼뜨리지 못한다면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순위채 발행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은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라며 "은행 수익성에 압박을 주는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후순위채는 일종의 빚인데, 최근 후순위채 발행을 둘러싸고 고금리 경쟁이 발생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을 통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사회적 통제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산은을 통해 관치금융 방식으로 은행에 자본확충을 하게 되면 사후적인 감시와 방만 경영으로 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의 절차가 생략될 수밖에 없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는 "과거의 실패는 눈 감고, 현재는 관치금융을 부추기고, 미래에는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정부가 지원하기 위해선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재무 건전성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은행들의 자산 부실화 정도, 이것이 향후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 시장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봉책에 불과…보다 본격적 준비가 필요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의 측면 지원 방식에 대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치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좀 더 강력한 대응책을 주문했다.

전 교수는 "은행들의 증자 필요성이 이 정도의 조치로 끝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보다 본격적인 조치를 준비해야 된다고 본다"며 "다음 단계로 정부가 직접 은행들의 증자 지분을 사주는 부분 국유화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책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일부 은행들을 국유화한 것과 마찬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은행에 증자는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 문제도 있지만 제2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증권사, 카드사 등을 지원할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보험사인 AIG까지 공적자금을 투여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 정도 위기 상황은 아니며, 이런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보다 적극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상조 교수도 유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보다는 부분 국유화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동의를 거친 공적자금을 조성해 부분 국유화를 할 경우 사후 감시와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7일 경실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부분 국유화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은행 부분 국유화라는 카드를 꺼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부분 국유화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런 판단을 관료 몇 명이 책상에 앉아서 내려서는 안 된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기상조론'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외국계 은행 등 기존 주주들을 통해 증자가 가능한 은행들은 크게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일부 은행들의 부실은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업체가 부실화돼서 BIS비율이 더 떨어지고 일부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이 돼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이 오도록 두는 것보다 지금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MB정부'를 믿고 맡겨도 될까?

은행 부분 국유화와 관련해 또 하나의 논쟁적인 지점은 '관치금융' 논란이다. 가뜩이나 외국인들이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연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하는 이명박 정부가 주도권을 쥐는 게 과연 바람직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겠냐는 의혹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포커스가 가 있는 것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관치금융으로의 회귀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으로 건설사 부도 등 대규모 손실이 온다면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당장 외환위기 때처럼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분 국유화를 통해 정부가 금융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가져가야 하는지는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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