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고막리의 야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회원 10여명이 국군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전단 10만장이 담긴 대형 풍선을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회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경기 김포시 월곶면 일대에서 북한 황해도를 향해 국군포로 생사 확인 및 송환 촉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계도와 건강이상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지 10만여 장을 10개의 풍선에 매달아 날렸다. 풍선에는 1달러 미화와 10위안짜리 중국 인민폐도 남겨 있다.
경찰은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고, 동향 파악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대북 비방 전단 살포를 단속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이후 정부는 19일 통일부·경찰청 등 유관부처 협의를 통해 적극 대처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보란 듯이 20일 다시 '대북 삐라'를 띄운 것.
박지원 "우리하고 북한 처지가 같은가"
민주당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위원장 심재권)는 성명을 통해 "현재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느냐, 대화와 화해로 나아가느냐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남측 민간보수단체들의 대북 비방 전단 살포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즉각적인 강력 단속을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남북간에 교류협력하고 상호비방하지 말자고 합의했는데, 민간이 지키지 않으면 정부 책임"이라며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고, 삐라를 보내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관하고 오히려 즐기다가 개성공단 폐쇄하겠다는 등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니까 이제야 삐라를 단속하는 척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진정성을 믿어 주겠느냐"며 "정부는 단속을 하고 민간단체는 정부의 합의대로 삐라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 현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푸는 제일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에 대해 "북한은 이 대통령의 선거과정, 당선, 취임 후에 상당기간 침묵을 지키면서 남한의 대북정책 태도를 주시했다"며 "그런데 많은 삐라를 살포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존심을 건드리니 그 쪽에서 비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물론 북한이 매체를 통해 우리 대통령에게 험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뭐라고 해도 북한을 도와줘야 할 큰 형님 같은 집인데, 자존심 하나 갖고 통치하는 북한에게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렇게 삐라가 오는데도 북한에서는 두 번의 군사회담을 먼저 제의해서 삐라 문제를 중단해 달라 요구를 했고, 비공식적으로도 수차례 얘기를 했는데 계속되기 때문에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경고 등을 한 것인데, 사실 대화 단절까지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정부 측의 신속한 행동개시를 촉구했다.
지난 15일 부터 19일까지 평양에 다녀온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북측과 유엔인권결의안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 (삐라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중단되지 않는한) 북의강경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함께 다녀온 이영순 최고위원도 "(북측은) 이명박 정부가 한편에서는 방조하면서 즐기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촛불시위를 막아내는 것 보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는 일 아니냐며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강제로 막을 순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계속되는 '대북 삐라' 발송이 부담스러운 눈치지만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윤상현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삐라 살포가 이어져왔는데, 지금 법으로 강제로 막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지금 북한을 자극하지 않게끔 삐라 살포를 자제해달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남경필 의원 등이 삐라 살포 중단을 주장했지만 박희태 대표나 홍준표 원내대표 등 책임있는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편 기독교인들도 대북 삐라 발송 중단을 촉구하고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 움직임에는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보수적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인 조용기 목사 등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 성공을 기원하는 기독인'들은 21일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현 정부가 중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 1장에는 '상호 비방과 중상 금지'라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며 "일부 탈북 및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원칙은 남북한 정부 뿐 아니라, 남북의 개별국민에게도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신성한 안보의무에 입각해 진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중대 사항을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일부 단체들이 강행하는 것은 더 이상 방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이 변화되는 것은 대북 전단이 아니라 차분하게 진행되는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협력에 의해서라는 점도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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