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남측의 전단(삐라) 살포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와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박림수 대좌(대령급)를 단장으로 한 3명의 북측 대표단은 2일 오전 10시 40분부터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회담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사례를 상세히 나열하며 이를 남북간 합의위반이라고 말하고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북측 대표단은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공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측 인원의 통행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으며 개성 및 금강산 지구내 남측 인원의 체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北, 전단 살포 '체제 전복 행위'로 인식
이번 회담은 지난달 25일 북측의 제안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당국간 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북측이 갑자기 회담을 제안하자 군사·안보 분야에서 정리된 입장을 밝히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북측이 전단 살포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집중 제기하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보다 강력한 대남 조치를 위한 복선 깔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개성공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포인트"라며 "10.4선언 이행이나 군사 당국간 합의에 대해 남측이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개성공단에 대해 단계별로 옥죄는 행동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북측은 현 정부 출범 후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당국 인원을 추방하고 개성으로의 출입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경협사무소의 민간 직원 등 소위 '비기업인'을 내보낸다거나, 통행·체류에 대한 제한을 더 복잡하게 하거나, 나아가 화물 열차 운행 중단 등으로 나가기 위해 전단 문제를 제기한 것일 수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측이 특별한 대남 구상을 가졌다기보다는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전단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전단을 외부로부터 오는 체제 전복 행위"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진짜 문제가 있다면 외부의 그런 행동에 대해 군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6.15공동선언 4주년이 되는 그해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전단을 살포하자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는 그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삐라 살포 행위에는 별다른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는 최근에는 더 많은 전단들이 뿌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남측 대표단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단키로 한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뒤 북측이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 문제를 개성공단사업 및 개성·금강산 관광 등과 연계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남측, 대통령 비방 및 금강산 문제 제기
반면 남측은 북측의 대통령 비방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거론했다.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육군대령)을 비롯한 3명의 남측 대표단은 회담에서 북측이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상호 비방을 중단키로 한 남북간 합의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한 뒤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어 금강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북 당국간 협의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및 신변안전보장 대책 등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며 북측은 이에 대해 관광객 피살사건의 책임은 남측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남측은 또 남북간 모든 수준의 대화가 전면적으로 재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개성 관광객과 개성공단 사업자들이 남북관리구역 출입 및 통행할 때 겪는 불편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국방부 관계자 "북측은 금강산 사건에 대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돌아가서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같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1시간 30분 만에 회담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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