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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운동 선수 78% 폭행 피해, 63% 성폭력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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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운동 선수 78% 폭행 피해, 63% 성폭력 노출

인권위원회 국내 최초로 '학생 선수 인권 실태 보고서' 발표

전국의 중·고교 학생 운동선수 78.8%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63.8%는 성폭력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을 경험한 학생 56.4%는 "운동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19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운동 선수 인권 상황 실태 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국 중·고교 학생 선수의 학습권, 폭력, 성폭력 실태 전반에 관해 진행된 국내 최초의 포괄적 인권 실태 조사 보고서이다.

이화여대 산학 협력단은 지난 5월 2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국 중·고교 남녀 학생 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30여명에 대한 심층 면접, 전문가 10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일반의 인식보다 훨씬 심각했다.

"또 때려요"…"선생님도 그러시는데요"

조사 사례

"(지도자가) 뺨을 때려요. 별 이유가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쌍둥이 있거든요. 피하다가 고막이 나가가지고 수술했거든요. 그러면 안 때려야 되잖아요. 작심삼일이에요. 삼일 지났다가 또 때려요…." (중학교 3학년)

"운동할 때 감독님이 수비는 이렇게 하라면서, 어쩔 때 막 (옆구리를 가리키면서) 여기 만지고 가슴 만지고 만지는데 한 번쯤은 우리가 실수로 만졌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그 다음에도 할 때요, 계속… 정말 기분 나빠요." (여자중학교 2학년)

"옷을 벗으라고 하고 그냥 몸 만지는데요. 여기 중요 부위 같은데요. 아무 때나 그러는데요. (남자) 선배도 예전에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대요. (질문: 선생님은 아세요?) 선생님도 가끔씩 그러시는데요…." (남자중학교 2학년)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훈련과 상관없이 욕설 또는 폭력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5%는 일주일에 1~2번 이상, 5%는 매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폭력을 당한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56.4%였으며 "화가 난다"는 응답이 45.3%를 차지했다. 반면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0.1%에 불과해 폭력을 경기력 향상으로 미화하는 일부 지도자와 사회적 편견이 그릇됐음이 증명됐다.

폭력을 행사하는 이는 코치, 선배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도자의 폭력이 학생 선수들간의 폭력과 구타 문화를 재생산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또 폭력이 주로 일어나는 장소는 훈련장과 합숙 장소였다.

한편, 성폭력의 경우 전체 조사 대상자의 63.8%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 58.3% △강제 추행 25.4%를 차지했으며, 강간 및 강제적 성 관계 요구 사례도 각각 1%(12명)와 1.5%(17명)로 나타났다. 피해 장소는 주로 합숙소나 기숙사였으며, 특히 친구, 선후배 간 성폭력 문제가 심각했다.

성폭력에 대처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해당 응답자의 33.2%는 "불만을 말하면 선수 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으며, 16.3%는 "그런 이유로 운동부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

고교 선수 "더하기 빼기부터 다시 공부하는 수준"

▲ 인권위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전국소년체전 참가는 운동부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심지어 어떤 고등학생 선수는 스스로를 '더하기 빼기'부터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또 학습권 침해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학생 선수들의 정규 수업 참여 시간은 시합이 있을 때 1주일 평균 2시간, 시합이 없을 때는 4.4시간 정도 여전히 부족했다. 또 82.1%의 학생들이 수업 결손에 대한 보충 수업은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면접 조사 결과는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더욱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많은 학생 선수들이 오전 수업 정도를 들어가지만, 그마저도 전지 훈련이나 대회 참가를 하고 오면 진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에 실제 수업 참여는 하지 않고 인터넷을 하거나 잠을 잔다는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전국소년체전 참가는 운동부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심지어 어떤 고등학생 선수는 스스로를 '더하기 빼기'부터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 조사는 학생선수 인권 관련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고, 특히 폭력,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정책이 시급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06년 인권위의 권고안에 명시됐던 △최저학업기준인정제, △체육특기자제도 개선, △수업 결손 금지, △합숙소 개선, 전국(소년) 체육대회 개선 및 유소년 축제로 전환,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선수 인권 종합대책'을 구성해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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