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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외면한 기륭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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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외면한 기륭 비정규직

[기자의 눈]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른가?

얼마 전 평소에 친분이 있던 조그만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장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보수 성향으로 한나라당 지지자였던 그가 민주당 칭찬을 시작했다.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편이잖아.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키코(KIKO) 문제제기를 하는 거 보니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만."
  
  대선과 총선의 잇따른 참패를 겪고 만신창이인 상태에서 '정세균 호(號)'로 다시 선 민주당. 출범 3개월 보름이 되가는 시점에서 민주당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당 내 일각에선 나온다.
  
  좋게 보자면 경제정책에 대한 훈수에선 10년의 '집권 경험'이 우러나고 언론 문제 등에서 보여준 견제 능력도 인정을 받을 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흔들리지 않고 고수해 온 이른바 '대안정당론'을 중심으로 한 '정세균 스타일'에 대해서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에 비어 있는 것
  
  하지만 중산층과 서민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임에도 실제로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륭전자 비정규직노조가 20일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갔으나 투입된 용역과 경찰특공대에 의해 연행되고 강제 해산 됐다. 그럼에도 21일 민주당 어디에서도 '기륭'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도 찾아볼 수도 없었다.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물론이고, 대변인 논평에서도, 심지어 38명에 이르는 부대변인들 그 누구의 입에서도 기륭 문제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쌀 직불금,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미국발 경제위기, 국정원의 국정감사 사찰 논란 등 뜨거운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어 유수의(?) 종이신문에는 나오지도 않는 기륭전자 문제까지 돌아볼 틈이 없었을 것이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슈 관리가 안 된다"고 할 정도다.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당 지도부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단식이 한창이던 때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정세균 대표를 찾아가 기륭전자 문제 해결을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
  
  이 때 정 대표는 "기륭전자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원래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지만, 아예 입법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했다"며 "지속적으로 필요한 법개정과 현실적 채널을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당장은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고 협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정 대표의 입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듣기 어려웠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자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한 원외인사는 "과거 열린우리당 내에는 부작용을 예상했지만 여당 입장에서 절충안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공범이라는 인식이 있어 자신감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 오면
  
  여기에는 '집권 경험'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당 대표에 현역 의원 중 경제부총리 출신만 3명이다. 이들이 국정 운영의 여러 국면에서 날카로운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으로 이런 경험이 결국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재선 의원은 "아직도 집권 마인드를 못 버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개별 사업장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가 나서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개별 사업장 문제에 개입하는 것보다 '제도 개선' 차원에서 접근을 했는데, 민주당 역시 그와 같은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현장에서 멀어졌다. 이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를 보면 국민을 향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만 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은 좋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야 하는데, 과거 집권 경험만 갖고 대결하듯 정부와 여당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009년 7월에는 현재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냐 '해고'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봤을 때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노동부와 재계에서는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니면 2년 고용 제한 규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는 조만간 민주당도 눈감고 넘어가기 힘든 상황으로 번질 게 자명하다. 비정규직 문제의 '공범'인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삶의 현장에서 고통을 느끼는 국민들에 대한 스킨십 부족은 그들의 대책을 또다시 탁상공론화시키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출구가 전혀 안보이는 비정규직 문제의 총체적인 집결지나 다름없는 기륭전자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대하는 태도가 이러니 말이다.
  
  한 재선 의원은 "사실 소수 야당이 된 상태에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그러나 방송 카메라 앞에서만 날을 세우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유모차 부대를 만나 돕겠다고 약속을 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직접 찾아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는 열정을 보여줘야 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데 현 지도부는 너무 국회 안에서 제도개선에만 집착 한다"고 쓴 소리를 덧붙였다.
  
  민주당에게 '더 낮은 곳으로 임하라'고 주마가편(走馬加鞭)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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