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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집권기간 중 부동산 규제책 내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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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집권기간 중 부동산 규제책 내놓을 것"

[경제, 위기 탈출 해법은]③지지층 아니라 시장을 봐라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의욕을 갖고 8.21대책과 9.1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8월 초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매매 시장은 미동도 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고가주택 매도자들은 세제 개편 이후 팔면 양도세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규제 완화책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기다리면 정부가 반드시 추가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이제까지 한 번도 배신당한 적 없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정부 대책이 실수요자가 아니라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자 등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국민과 대화'에서도 "연간 50만호 정도 공급돼야 하는데 이전 정부는 평균 30만호 정도 공급했다"며 "공급은 억제하고 세금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해서 실패했다"고 '공급부족론'을 거듭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 부족을 강조하면서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를 일부 풀어서라도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급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수도권 미분양만 2만5000가구…철 지난 '공급부족론'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급부족론'이다.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다른 상품에 비해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고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또 공급이 남아 도는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도 없다. 따라서 주택 공급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공급만이 살 길'이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전 환경부 차관)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천지개벽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경원 관료 시절이던 1990년대 초에나 통했을 정책"이라고 말했다.

현 주택보급률은 전국적으로 100%를 넘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김 교수는 "서울도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은 3월 현재 정부가 공식집계한 미분양 아파트만 2만5000여 가구에 달할 정도다. 김 교수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연합을 구축하자' 보고서에서 "전체 아파트 재고의 반 정도가 지은 지 10년 이내의 주택"이라며 "지방의 미분양 사태는 일과성이 아니라 이미 주택시장의 근본 환경이 바뀐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1980-90년대처럼 짓기만 하면 수요가 따라주던 시대는 끝났다. 물량위주의 공급을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론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서 연간 30만 세대 공급에 그치는 등 공급 억제책을 썼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외환위기로 파탄난 경제를 수습해야 하는 책임을 떠맡은 김대중 정부에서조차 연간 30만 호가 넘는 주택이 공급됐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연간 40만 호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공급된 물량이 김영삼 정부 때보다 많았다.
▲ 역대정부 연평균 주택공급량(단위:호)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재건축·재개발하면 아파트값 내려간다?…주거 양극화만 심화

이 대통령은 또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려 아파트 값을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아파트 값은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에서 아파트 값이 폭등한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노무현 정부 들어 재개발.재건축으로 신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었다.
▲ 강남3구 신규아파트 증가량(단위:호)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 대통령 말처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무주택자, 세입자 등의 주거 사정을 호전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은 '뉴타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찬가지 논리로 서울시장이던 시절 강북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은평뉴타운-아현뉴타운-용산-뚝섬-청량리부도심-미아뉴타운-도봉뉴타운으로 이어지는 U자형 주거벨트를 만들어 강남 못지 않은 강북을 만들겠다는 'U턴 프로젝트'가 그 완결판이었다. 이 'U턴 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용산과 뚝섬은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이 대통령 주장처럼 '강남 못지 않은 강북'이 됐다.

하지만 급등한 집값으로 이 지역에 원래 거주하던 서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쫓겨나야만 했다. 은평뉴타운 등 대부분의 뉴타운의 경우 원주민 정착률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인근 지역의 아파트 값과 전세값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덩달아 뛰어 오른다. 최근 의정부, 동두천, 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의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게 바로 강북에서 쫓겨난 사람들 때문이다.

백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가뜩이나 한국사회에서 부족한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 것 같다"며 "주택을 그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으로 어떻게 하면 더 명품화시킬 것인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재건축, 재개발을 말하지만 집 주인만을 위한 것이며 세입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며 "주거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식 '새마을'을 '뉴타운'이라고 영어로 바꾼 것일 뿐 근본적인 인식은 똑같다"고 이명박식 재개발 사업에 대해 비판했다.

김수현 교수도 "서울 시내 주택의 15%가 영향권에 들어 있는 뉴타운 사업은 서민들의 전세값과 대학생들의 하숙비를 크게 올리는 부작용이 확인됐다"며 "세입자들의 주거권이나 영세 가옥주들의 재입주 가능성 등은 애초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지층 고려한 부동산 정책…정치 위기 맞을 수도
▲이명박 정부는 실수요자가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의 추가 구입'을 권장하는 방식의 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판교신도시 공사현장. ⓒ연합뉴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아니 훨씬 더 노골적으로 부자들을 위한 것이다. 8.21 대책과 9.1 세제개편은 고주택자나 다주택자, 건설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의 추가 구입'을 권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가뜩이나 왜곡돼 있는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시킬 뿐이다. 현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공급물량이 적은 게 아니고 공급 물량이 투기 집단에 의해 과점화되는 것이다. 낮은 은행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투기의 배양 조건이 되기도 했다.

최근 나타난 부동산 경기 침체 현상은 왜곡된 시장에 의해 부풀려진 거품이 자연스럽게 꺼지면서 나타난 것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7월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깨지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의 22.8%, 주택 가격의 7.9%는 거품"이라고 밝혔다.

한국 뿐 아니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거품을 살리려는 부양책을 들이대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미국이 2001년 9.11 사태 이후 이 문제 대응을 위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끌고 와서 과잉 유동성을 만든 결과로 나타난 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면서 "우리나라 부동산 버블도 이런 유동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현재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는 중인데 아주 안정적으로 꺼지고 있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지금 인위적으로 수요를 유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변 교수는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이 현재 660조에 달해 1가구당 4000만 원이나 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억지로 거품을 키워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실수요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대출 등 빚을 지고 집을 사야 한다. 그러다가 집값이 폭락하면 가계 부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 부동산 시장이 이 대통령이 건설사 사장을 하던 70-80년대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 공급만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는 것을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수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 인프라와 국민들이 기대 수준이 바뀐 것을 모르는 듯 하다"며 "이 때문에 현 집권층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규제완화책이 입안, 집행될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나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것이며, 인터넷 여론의 불만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비록 법안 처리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이 인화성 높은 물질을 누가 불붙였는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 완화 3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다시 부동산 규제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시기가 더 앞당겨 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서울 강남 등 지지층의 요구해 부응해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임기 내 부동산 규제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백준 교수도 "이미 건설 재벌과 투기세력들의 결합을 통해 왜곡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곪을 대로 곪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이전 정권에 비해 빨리 부동산 부양책의 실패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단 가만히 있어라…그리고 눈을 돌려 아래를 봐라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부동산 정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전국민의 5%도 안 되는 일부 계층, 즉 '강부자', 건설재벌, 보수언론 등의 얘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대책, 8.21 대책, 9.1 세제개편 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들은 늘 '더 내놓으라'고 아우성쳤다. 한번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그야말로 소수의 의견일 뿐이다.

따라서 규제완화 정책을 멈추고 종부세, 양도세,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등 있는 제도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고령자에 대한 세금 납부 유예 등 미세한 조정만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갈수록 심화되는 주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데 정책적 주안점을 둬야 한다. 현재와 같은 주거 양극화, 자산 양극화를 그대로 놔둘 경우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수현 교수는 "실수요자를 지원하는 주거복지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차별화해야 한다"며 "주거 복지는 최저주거기준 미만에 거주하는 사람을 줄이는 것 뿐 아니라 과다한 주거비를 낮추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 뿐 아니라 실수요자를 위한 내집 마련 자금 지원 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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