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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투자부진? 문제는 중소기업이야!

[경제, 위기 탈출 해법은] ②MB, 철지난 '적하효과론' 버려야

"투자가 많이 필요할 때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에서 조명업체 지원한다는 소리는 들리지만 혜택은 일부 제한된 기업에만 돌아간다."

한 중견 조명업체 이사는 시기상 지금이 투자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아 기존 수은등을 대체할 신상품 설비를 늘릴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데다 지원을 바라는 기업이 워낙 많아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는 정부 말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중소기업 경기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외환경 변수가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 여파로 투자환경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특화된 정부 대책 역시 난망이다.

중소기업은 국내 고용의 88%를 책임진다.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아야 고용 문제, 내수침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외변수가 좋지 않아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는 대기업을 지나치게 중요시 여긴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침체가 문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금융시장 지표의 악화 때문이 아니다. 가계는 빚에 쪼들리고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데다 기업투자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경계감이 근거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6개월째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부진이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증가율이 -0.4%였다는 점은 기업의 투자부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뭉뚱그리는 이와 같은 시각에 반대한다. 투자부진 문제는 엄밀히 말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문제라는 얘기다. 대기업의 투자는 지금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공시정보에는 기업의 새 투자계획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고정자산 투자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많은 재벌기업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시도하며 새 성장 동력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당장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굵직한 기업의 새주인 찾기가 경제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전경련이 발표한 '600대 기업 상반기 시설투자 실적'을 보면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00대 기업의 시설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8% 늘어난 45조 874억 원에 달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지난 2일 "연말까지는 (600대 기업의 투자가) 26% 늘어난 1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항목에 토지 개량, 시설물 설치비용 등 제반 비용이 모두 포함돼 다소 포괄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볼멘소리와 달리 실제로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투자 대부분이 일부 재벌 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져 투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전경련 자료에서 45조 원 중 30대 그룹이 투자한 금액이 29조 1248억 원에 달했다는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1일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1986~2006년간 2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 분석' 자료는 한국경제가 다시 외환위기 이전 재벌집중 체제로 돌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대 기업 가운데 30대 그룹 계열사는 1996년 129개에서 2001년에는 100개로 줄었으나 지난 2006년에는 다시 116개로 늘어났다. 이들이 2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자산비중도 69.1%에 달해 1996년 67.6%보다 오히려 커졌다.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세부 기업군별 국민경제적 비중의 변화'. 그래프에 따르면 한동안 완화되는 듯하던 상위 50대 기업에의 경제력 집중이 최근 들어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

대기업이 경기 침체와는 상관없이 성장세를 달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 고금리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내수시장 침체와 구조적 문제인 대기업과의 하도급 마찰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의 55.6%가 추석상여금 지급에도 곤란을 겪는 지경이다(중소기업중앙회 조사).

당장 현장의 목소리가 이를 반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대출 부담이 가장 힘들다. 경기가 어렵다고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승인을 대폭 까다롭게 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기업 운용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는 이에 대해 "기업 투자가 부진하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엄밀히 말해 재벌기업의 투자는 부진하지 않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마땅한 지원방안 찾기 어려운데 연신 헛발질하는 정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8일 제278회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제공

사실 정부로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 집단이 처한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투자 증대와 고용 활성화를 유도할만한 계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아무리 빌어도 안 된다. 국가가 무턱대고 '투자하라'고 독려하다 과잉투자로 경제가 무너지는 경험을 이미 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역시 기업이 활력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집단이 보수화된 것은 단순히 경기침체와 맞물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보수화됐다.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벤처산업연구원장)도 "중소기업의 투자촉진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30~40%를 차지하는 납품업체는 대기업과의 하도급 문제가 있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고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의 경우 최전선에서 경기 침체의 충격을 입는다"며 "결국 경기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넋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책이 제대로 된 해법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하반기 시작과 함께 내놓은 대표적인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이 건설경기 부양책과 감세 정책이다.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일부 재벌총수에 대한 대대적 사면까지 '떡'으로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이 하나같이 잘못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재벌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 뻔한 재벌총수 사면의 경우 당장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개발협력연구실장은 "정부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재벌 총수 사면이라는 '선물'을 주면 기업에서도 보답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올바른 기업인이라면 수익성과 위험성을 감안해서 투자를 한다. 정부가 여전히 경제위기 전에나 통용되던 '정치 상인'을 상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감세정책의 경우 세금부담을 경감한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에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맞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상조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소수 대기업의 투자확대 결실이 중소기업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트리클 다운 효과에 매몰된 게 문제다. 감세정책이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등 부문 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이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져 있다"며 "세금부담을 낮춰준다고 해서 지금보다 중소기업의 투자나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장 중소기업 정책 관계자도 정부 정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책금융과 신용보조 등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감세정책의 경우 과연 그 효과가 얼마나 중소기업에 크게 나타날지는 확실치 않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일각에서 기대하는 건설경기 부양책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자칫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조 교수는 "자칫 건설경기 부양이 일용직만 양산한 채 버블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너무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건설경기 의존도를 낮추는 길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유동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미세조정으로 서서히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도 "정부가 각종 세제와 규제를 풀어 가수요를 창출하려하는데 자칫 가계부채 추가 증가와 버블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정작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대책에는 정부가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대기업의 일방적 착취구도로 이어지고 있는 하도급 문제가 그것이다. 대기업의 납품업체 쥐어짜기에 대해서는 비단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정부도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의 하나로 일단 불공정한 계약을 요구하는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징벌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내놓은 '2008 정기국회 입법과제'에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의 원인이 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미국의 클레이톤 액트(Clayton Act) 제4조와 같이 인정된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3배 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인권, 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총수들에 대한 '면죄부 사면' 반대와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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