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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안병만 말고 공정택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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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안병만 말고 공정택에 물어봐

[기자의 눈]안병만의 교육비전 실종

4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병만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에서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학의 비전임교원, 즉 '시간강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 "대학총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대책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최대한 노력을 하겠지만 여기에 대한 대책을 준비 못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라"고 답했다. 안 장관은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한 마디로 "대책이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부겸 교과위원장이 바로 안 장관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시간강사 문제는 40~50년 된 문제이고 대학 재정의 현실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인데,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렇다고 분명하게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 장관의 '대책이 없다'는 답변을 나무랐다.
  
  안 장관이 다시 "워낙 이 문제가 복잡하다. 이것을 연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지 연구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의 변명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교육 수장들이 연구를 안 한 것이 아니다"면서 "한국 지식사회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분들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훌륭한 논문을 발표한 사람들도 있으며, 매우 중요한 고등교육에 관한 문제인데 외대 총장하면서 이 문제에 부딪혀본 분이 연구만 하겠다면 어떻게 문제가 풀리느냐"고 질타했다.
  
  뒤늦은 인사검증…한 달 동안 뭐했나
  
  국회의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에 임명돼 취임된 지 한 달여가 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4일 뒤늦게 인사검증은 물론 업무보고를 통해 앞으로의 교육정책에 대한 집중 검증을 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안 장관에게서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 방향을 가늠하긴 불가능할 것 같다. 안 장관은 대부분의 질문에 우물쭈물하며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잘못 답변했다가 실무자의 귀뜸을 받아 답변을 정정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아직 취임 한 달' 밖에 안 됐다고 이해해보려고도 했지만, 요즘 신문만 잘 챙겨봤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국제중학교'나 '고교 선택제'와 같은 핫 이슈에 대해서도 얼버무리는 듯 한 태도는 심각해 보였다.
  
  권영길 의원이 "국제중학교가 아직 개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사교육 시장에는 국제 중학교 입학을 위한 특별반도 만들어졌고, 광범위하게 사교육 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안 장관은 "보고 안 받았다"고 말하는 무책임한 태도까지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국제중학교가 생기면 사교육비가 줄 것 같냐, 늘 것 같냐"는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다만 "국제중학교의 설립 의미는 좋으나 사교육비 조장하는 일이 생긴다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제중학교' 설립 자체가 사교육비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 답변이 참 구차하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를 막을 아무런 대책 없이 설립 발표 먼저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제발 소신껏 일해달라
  
  안 장관의 모호한 답변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은 답답한 듯 "제발 소신껏 일해달라"고 호소했고, 야당 의원들도 "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국회에서 밀어주겠다"고 응원을 할 정도였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2일 안 장관에게 "기대가 컸고 열정과 의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하루를 지켜보니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며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초대 교육수장으로서 안병만 표 교육비전 브랜드를 기대했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한 숨을 지었다.
  
  권 의원은 4일에도 "상임위에 나와 하루 때우고 간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국제중학교도 장관님 소신껏 하되 여러 가지 부작용 요소들에 대해 교육부 공무우들과 머리를 맡대 국민들 우려를 방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권 의원은 국제중학교에 대한 '국민들 우려'에 대해 "귀족학교라는 것, 돈 있어 사교육 받을 수 있는 애들이 가고 소외계층은 접근도 못 한다는 것 아니냐"며 "사회적 약자에게 정원의 30%를 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를 지냈던 김진표 의원은 "교육부는 자기들이 쓰는 예산 없이 일선에 다 내려보내는데도 다른 부처에서 돈 많이 쓴다고 욕 먹고, 정책 효과가 대통령 임기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고 조언하며 안 장관에게 '밀리지 말고 힘내라'는 선배로서의 충고까지 했다.
  
  교육 정책은 공정택에게
  
  가장 좋은 교육정책은 "안 바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 교체와 함께 수도없이 변해왔다. 그 배경에는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가려진 유약한 교육수장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카리스마보다 더 무서운 건 '강남 아줌마들'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 사이에 이미 다 자란 사람들과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자기가 무슨 실험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인생의 봄을 지내오는 불행을 겪어 왔다.
  
  사실 안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은 대학 총장 시절 업무추진비의 과도한 골프비 사용, 총장 전별금 의혹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안 장관의 교육철학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 인해 야당 의원들은 '도덕성 점검'보다 '교육 철학 점검'에 더 애를 쓰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기자가 듣기에 안 장관이 가장 소신있게 말한 대목은 이것 하나 뿐이다. 2일 인사검증이 끝나고 마무리 발언에서 준비된 원고 대신 "총장을 두 번 하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재단을 정상화 시킨 것이다. 재단을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분명 나타나는데 이 사람들이 나를 보기에 원수처럼 된다. 음해는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자들에 대해서는 이와 같이 단호하게 공격하면서도 교육 철학과 정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안 장관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21세기 한국 사회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피플 프렌들리', 즉 창조적 인재 육성에 대한 어떠한 비전도 찾을 수 없었다.
  
  상임위 회의장 주변에서는 "앞으로 교육정책은 공정택 교육감에게 물어보는게 낫겠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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