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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폭탄'으로 저소득층 1인당 235만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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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폭탄'으로 저소득층 1인당 235만원 손해

[기고]영혼 없는 관료들이 만든 'MB 감세폭탄'

1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은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함마저 느끼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좀 엽기적이다. 우선 먼저 그들이 발표한 문건에서 '세제개편에 따른 경제 효과'라는 소제목을 달고 서술한 대목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하자.

*법인세율 5%p 인하시 투자 및 성장에 미치는 효과 : 실질GDP 6조 원 증가, 국내투자 10조 원 증가, 취업유발 18만 명
*[성장] 법인세율 5%p 인하시(9조 원 감세) 성장률은 0.6%p 상승효과
*소득세(3.6조 원 감세),재산과세(0.5조 원 감세) 등 기타 직접세 인하효과는 0.1~0.2%p로 추정
*[소비] 소득세율 인하 등으로 민간가처분소득(연간 3.6조 원)를 통해 소비증가율 0.5%p 상승효과
*[투자]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투자증가율 7%p 상승효과
*[고용] 투자증가에 따른 취업유발 증가로 18만 명 수준의 취업자 증가 예상


[표-1] <세제개편의 경제적기여도>

(출처) : 기획재정부, 2008년 세제개편안(2008.9.1)

과연 이 문건을 대한민국의 기획재정부가 만든 것일까. 재정부 관료들은 이 문건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문건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논리와 근거를 내팽개친 광기에 찬 눈으로는 자신들의 오류를 발견하기가 쉬지 않았겠지만 이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0.6%p 추가 성장으로 18만 개의 일자리 창출?

문건 자체가 온통 오류투성이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엽기적인 대목은 '고용'에 관한 것이다. 물론 나는 9·1 감세대책으로 0.6%p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0.001%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0.6%p 추가 성장으로 18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니 이 무슨 황당한 코미디인가.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 중에서 최근 한국경제가 GDP 1% 추가성장으로 6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최근 우리 경제가 매년 4~5% 성장으로 25~3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므로 GDP 1% 추가 성장은 6만 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정부 관료들이 정부 문건에 버젓이 "0.6%p 추가성장으로 18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 다음 또 어이없는 대목. 이들은 9.8조 원의 법인세 감세가 0.6%p의 추가 성장을 가져온다고 하면서 나머지 15.6조 원에 대해서는 @로 처리하고 있다. (1일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법인세에서 9.8조 원, 소득세에서 5.8조 원, 상속·증여세에서 0.9조 원, 개별소비세에서 0.6조 원, 관세에서 0.8조 원, 기타 3.4조원 도합 21.3조원 외에 유류세 환급까지 총 25.4조원의 감세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재정부 스스로 법인세 인하 9.8조 원 감세는 0.6%p 추가 성장을 가져오지만 나머지 15.6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다. 감세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증가와 경제성장을 가져온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법인세 감세로 0.6%p 추가 성장?

그렇다면 법인세 9.8조원의 감세가 0.6%p의 추가성장을 가져온다는 재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 아니 추가 성장 가능성은 커녕 법인세 인하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법인세 9.8조 원의 감세가 추가 성장을 가져오려면 최소한 그것의 70% 이상이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가정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런 가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기업들은 현금이 넘쳐 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 546개사가 내부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현금·수표·당좌예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현재 62조7447억 원에 이른다. 2006년 말보다 10조2053억 원(19.4%) 늘어났다. 특히 10대 그룹이 쌓아둔 현금은 33조5184억 원에 달했다."(<중앙일보> 6월 26일)

물론 재정부 관료들은 이런 초보적인 반문을 할지 모른다. 9.8조 원 중에서 20~30%라도 투자로 이어진다면 그것만이라도 이익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9.8조 원 중 2~3조 원 정도 투자로 이어지고 나머지 7~8조 원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정부가 9.8조 원을 법인에게 퍼 주지 않고 대신 9.8조 원 전액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할 경우, 저소득층들은 100% 전액을 즉각적으로 소비하게 될 것이고 경제적 효과는 기업들의 2~3조 원 투자증가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07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10개 분위 중 최저소득층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220.7%, 2분위는 112.7%, 3분위는 99.7%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평균소비성향이란 가계가 벌어들인 가처분소득 중에서 몇 %를 소비에 지출하고 있느냐를 나타낸다.)

재정부 관료들은 또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9.8조 원 중에서 20~30%만 투자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2005년 이후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시라. 2005년 이후 임시투자세액공제로 2조 원 정도 법인세를 줄여 주고 법인세율 2%p추가 인하로 2조 원 이상 법인세를 내려 주어, 도합 4조 원의 법인세 부담 경감을 해 주었지만 2005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표-2]임시투자세액공제액과 설비투자액 변화추이

(자료 출처) : 재경부, 한국은행

2005년 재정부, 감세보다 재정지출의 효과가 크다고 인정

9·1 세제개편안에 실린 재정부 관료들의 경제적 효과 추정방식을 보면 이들이 경제 분석의 기본적인 ABC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9.8조 원의 법인세 감세의 경제성장 효과를 추정하려면 (1)법인세 9.8조 원 감세로 나타날 투자증가 효과와 (2)9.8조 원의 세수 감소로 나타날 저소득층의 소비위축효과를 비교해 보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재정부 관료들처럼 (1)만 침소봉대하여 9.8조의 법인세 인하가 0.6%p의 추가 성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만약 (1)의 성장추가효과와 (2)의 성장률 삭감효과 중에서 양자가 동일하거나 후자가 더 크게 나타난다면 법인세 인하로 인한 추가성장효과는 제로(0)로 나타나거나 마이너스(-)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재정부 관료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11월 당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감세논쟁의 주요논점정리'라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감세의 경기진작 효과>
□감세할 경우 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의 감세혜택이 많아 단기적인 경기부양효과는 크지 않고 정부의 재정적자와 물가상승만 야기할 가능성 큼(Krugman, Samuelson, Stiglitz, 01년)
□일본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Carroll, 00년)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큼 (조세연구원, '01년)
ㅇ 조세승수는 0.23(1조원 감세는0.23조원 GDP증가)
ㅇ 지출승수는 0.40(1조원 지출확대는 0.4조원 GDP증가)
(출처 :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2005.11),"감세논쟁의 주요논점정리")


위 보고서를 보면 최소한 2005년 11월까지만 하더라도 재정부 관료들은 감세정책의 효과를 재정지출정책의 효과와 비교하며 그 경제적 효과를 추정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올바른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2005년 그렇게 올바른 태도를 견지했던 바로 그들이 2008년 정권교체 후 강만수 사단의 위세에 눌려 너무나도 쉽게 영혼을 팔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만수 사단이 균형 있고 유능한 인재를 한직으로 내몰고 입맛에 맞는 자들을 중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20조 원 감세로 저소득층 가구당 125~235만 원 복지수혜 기회 박탈

그렇다면 25.4조 원의 감세는 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글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아래에서는 25.4조 원의 감세액 중에서 유류세 환급 부분을 빼고 나머지 21.3조 원의 영향에 대해서만 서술하기로 한다.)

우선 나는 재정부 관료들과 시각을 달리해 그들이 애써 눈을 감고 외면하는 '감세로 인한 복지수혜 기회박탈로 인해 발생하는 가계의 손실액'에 대해 추정해 보기로 한다. 21.3조 원의 감세는 각 계층의 가계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복지수혜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인가.

조세연구원의 성명재·박기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간된 연구보고서, '조세,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효과'를 통해 상당히 시사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보고서는 5조 원의 재정지출을 확대할 때 각 소득계층별로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추정하고 있다. 그 추정결과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3] 5조 원의 지출증대가 가져오는 복지혜택

(주)1분위 기초생활보장비 : 가구당 62만 8930원 가정
(주)기초생활보장,건강보험 지원,임대주택지원에 대해서는 생략함
(자료 출처) : 성명재·박기백(2008.2) '조세,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효과'

위의 표를 보면 5조 원의 복지재정지출 증가로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의 경우 가구당 26~99만 원, 5분위 이상의 경우 가구당 평균 20만 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5조 원이 아닌 20조 원의 재정지출은 각 소득계층의 가계에 어느 정도 복지혜택을 가져올 것인가. 아래 [표-4]는 5조 원의 복지재정지출을 20조 원으로 늘리되 1분위에만 해당되는 기초생활보장액은 그대로 두고 대신 다른 부분의 지출액을 4.75배 증가시킨다는 가정을 하여 산출한 수치들이다.

[표-4] 20조원의 지출증대가 가져오는 복지혜택

(주)기초생활보장,건강보험 지원,임대주택지원에 대해서는 생략함

역시 위의 표를 보면 20조 원의 복지재정지출 증가로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의 경우 가구당 125~236만 원, 5분위 이상의 경우 가구당 평균 90만 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20조 원의 감세는 4분위 이하의 경우 가구당 125~236만 원, 5분위 이상의 경우 가구당 평균 90만 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내는 만큼 복지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잘못이지 납세자의 잘못은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복지정책을 한다면 성명재·박기백의 2008년 2월 보고서에서 보여지듯이 국민들은 상당히 많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9·1 감세폭탄, 경제퇴행을 가져올 것

9.1 세제개편안에 담긴 MB정부의 재정부 관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정부소비는 낭비적이요, 민간소비는 생산적이라는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생각들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소비든 민간소비든 기업의 생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다를 게 없다.

정부투자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건설투자를 하든 민간이 건설투자를 하든 둘 다 건설사의 생산물을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를 게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의 건설투자는 대부분 SOC 투자여서 그 이익이 정부이익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이익으로 잡힌다는 것 뿐이다.

다만 다른 점은 "설비투자"에서 나타난다. 기업은 설비투자를 하는데 정부는 설비투자를 거의 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감세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감세액의 몇 %가 설비투자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21조의 감세액 중 2~3조 원만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나머지 18~19조 원 감세액이 단순히 저소득층으로부터 고소득층으로의 소득이전만을 가져올 경우 우리 경제는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퇴행하게 될 것이다.

재정부 관료들은 레이건, 대처 운운하면서 이들의 감세정책이 성공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버클리대의 해롤드 L 윌렌스키 교수는 2005년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OECD 국가의 사회지출과 경제성장' 국제심포지엄에서 수많은 실증자료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회지출 규모가 큰 유럽 국가들이 영미권보다 경제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 증가율(79∼96년)은 북유럽 2.4%, 대륙유럽 2.0%, 영미권 1.7%이며, 실질임금 증가율은 북유럽 1.5%, 대륙유럽 1.1%, 영미권 0.8%였다."

필자가 IMF 자료를 토대로 미국의 호경기였던 1993년부터 2002년 사이 OECD 30개국의 의 1인당 실질GDP 상승률을 산출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다. 당시 미국의 1인당 실질GDP 상승률 성적은 30개국 중에서 24위에 불과했다. 이것은 레이건의 감세정책이 90년대 미국의 호경기를 가져 왔다는 일각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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