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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국의 인권·환경만 문제더냐?"

[베이징 2008] 올림픽 운동에 보내는 냉소

베이징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인권 논란'은 개막식을 코 앞에 둔 지금까지도 중국의 환경 문제 등과 함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감춰진 논리는 지극히 '서양중심적'이란 지적도 있다. 사실 올림픽은 이미 하나의 서양 중심적 '가치'이다. 득세하는 서양식 스포츠들, 그리고 스폰서와 광고에서 드러나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주의적 경쟁 등을 이해한다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스포츠사회학 교수 앨런 베어너(Alan Bairner)는 현대 스포츠는 화합 대신 경쟁과 폭력적 갈등을 불러올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오직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가열된 경쟁구도가 자본주의적 윤리와 결합해 결국 다국적 기업만을 최후 승자로 만들어줄 뿐이라며 올림픽에 대한 냉소를 보냈다.

다음은 미국의 외교 문제 전문 사이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베어너의 글 '베이징의 영웅 : 서양의 승리'(Heroes of Beijing : The Triumph of the West) (☞
원문 보기)의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편집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인권과 환경 문제에 집중되는 동안,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한 손에는 자본을 다른 한 손에는 서양 스포츠의 '이상'을 든 악당과 계약을 맺는 또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할 권리'를 둘러싼 논쟁에는 올림픽은 '좋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양이 '좋은' 것이라고 규정한 것들을 가진 '좋은 국가'에만 올림픽 개최가 허용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내포해 있다.

인권과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논쟁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중국의 (인권) 기록을 지지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인권문제에 대한 분노가 서구식 민주주의, 특히 올림픽의 도덕적 가치에 대한 허황된 망상을 지지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스포츠 : 총성 없는 전쟁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많은 분석은 국민국가가 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자신들을 과시하고 스포츠 사업을 이끄는지에 관한 것들에 주목해 왔다. 가령 냉전 시기에 소련과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했다.

국제적인 (동서) 경쟁은 육상 트랙 경기나 체조의 평균대 시합에서뿐만 아니라, 올림픽 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한 한 일이나, 소련과 그 동맹국들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이 그랬다.

또한 여러 나라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권을 얻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지원국들은 홍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 현대 국가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스포츠가 (국가에 대한) 자신감과 존경심을 얻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스포츠는 외교 영역에도 이용된다. 정부, 특히 스포츠 관련 정부 부처에서 스포츠는 국제세계의 긴장을 완화해 주고 때로는 평화를 중개하는 데 있어 가치 있는 도구라고 인식된다. 미국이 1960년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탁구 선수들을 외교관처럼 이용했던 핑퐁 외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일명 새둥지(냐오차오)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의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 ⓒ로이터=뉴시스

최근에는 스포츠가 북아일랜드나 중동 같은 곳의 평화 정착에 기여해 왔거나 기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통합적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주장은 주의를 기울여 검토해야 하겠지만, 많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반사회적 행동, 특히 공동체 간 긴장과 관련된 폭력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스포츠와 운동시설에 많은 돈을 투자해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그 속성상 화합 보다는 폭력의 촉매제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러한 시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중국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려 했던 데에는 이상과 같은 것들이 고려됐다. 중국이란 나라를 상점 윈도우에 내놓고 싶은 욕망,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 그리고 이 부분의 상처를 기꺼이 치료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성공적이진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의 결과가 특별히 긍정적일 거라고 예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조지 오웰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물을지 모른다.

오웰은 국제 스포츠 경기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말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이 말은 너무나 모호해서 해석이 두 가지로 극단적으로 갈린다. 한편에서는 국제 스포츠 경기는 전쟁 가능성을 낮게 하는 안전 밸브의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실제로 오웰은 국제 스포츠 경기가 긴장을 조성하고, 그 피할 수 없는 결과가 폭력적 갈등이라고 믿었다.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경쟁적이며, 그 안에는 충돌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스포츠는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거나 재생산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가 사람들을 한데 모아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긴장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스포츠의 이같은 속성은 지배자가 국가 통합을 위해 스포츠에 기대는 신생 국가에서 특히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승자, 패자,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자

만약 베이징 올림픽이 세계를 더 조화롭게 만들지 못한다 해도, 그건 처음 있는 일도, 마지막 있는 일도 아닐 것이다. 일단 개막식이 끝나기만 하면, 개최국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은 내심 기쁠 것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현대 올림픽의 정신이 되어 온 상업화의 광기를 중국이 받아들여 왔고 이로써 소비자 자본주의의 도입이 거의 완성된다는 점이다.

국제 올림픽 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은 때가 되면 평화와 화합에 대해 위선적인 말을 해오긴 했지만, 올림픽의 가장 큰 업적은 스포츠를 하거나 조직하는 여러 대안적 방법들을 제안하고 실행했던 이들의 도전을 물리친 것이다.

소련과 그 위성국들은 저항을 멈추고 부르주아 스포츠에 항복했다. 노동자 스포츠 운동은 올림픽 운동의 지위를 넘보았지만 실패했다. 이제 중국은 매우 인상적인 방식으로 그 클럽에 가입했다.

스포츠를 바라보는 방식의 문제만이 아니다. 스포츠는 사회에 만연된 시각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시각을 강화한다. 우리는 오직 승자에게만 관심이 있다. 패자에게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예술적인 측면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중국인의 인권침해가 심각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들이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이 세계의 미래는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승리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승리를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수 있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리는 칭찬받는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속임수로 이어진다. 그것은 경기 트랙 말고도 정치, 주식시장 등에서 마찬가지가 된다.

많은 세계화 이론가들은 세계화가 민족과 국가에 가하는 위협을 경고한다. 그 점에 있어 베이징 올림픽은 최소한 당분간은 그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자체는, 특히 개막식은 국가적(민족주의적) 형상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이 거대한 국제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그런 실수는 없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그 규모에 있어 글로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쟁구조로 볼 때 국가들 간의 경쟁 무대가 될 것이다.

각 나라들은 메달 수상대에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고, 많은 경우 중국의 국가(國歌)가 울려퍼지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될 것이다.
▲ 지난달 5일 중국 베이징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아디다스 컨셉트 매장이 들어섰다. ⓒ로이터=뉴시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그 연단에는 결코 서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의 로고가 올림픽 기간 내내 보일 것이다. 다국적기업은 지난 삼십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베이징의 최고 지배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서양의 자본주의적 가치는 결승선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올림픽에 만연해 있는 서양 스포츠의 '가치'나 소비자 자본주의의 윤리가 언제 어디서 저항에 부닥칠지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슬람 세계의 일부가 스포츠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서양의 가치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새로운 무역라운드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며 서양 세력에 맞서 왔다.

그러나 스포츠의 더 나은 미래와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은 애석하게도 최근의 경제침체(그것은 환경 문제와 무관치 않다)에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는 과연 그 많은 연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위기가 심해지면 메이저 리그는 붕괴할까? 여행이 환경을 해치고 수천 명의 선수가 여기 저기로 이동하는 것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에서 거대한 스포츠 행사는 존속할 수 있을까?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시작될 때, 스포츠의 세계와 일반적인 이 세계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그 동안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즐겨라. 베이징의 진짜 영웅인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 콜라의 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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