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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의사는 손자에게 햄버거 안 먹인다"

[인터뷰] 마이클 핸슨 美 소비자연맹 수석과학자

"아직도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뜨거운 이슈인가요?"

그는 기자와 인사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미국 소비자연맹(Consumers Union)의 수석과학자인 마이클 핸슨 박사. 생태 및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광우병, 유전자 조작(GM) 식품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110개국의 250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국제소비자연합(Consumer's International)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공청회'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파동이 확산되는데) 나도 일정 정도 역할을 한 셈"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한국에서 핸슨 박사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4월 방영된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검찰이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한 바로 그 부분에서 그의 인터뷰가 나갔다.

그는 2006년에도 한국에 입국해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는 논란 끝에 미국산 쇠고기가 뼈없는 살코기만을 조건으로 수입됐을 때였다. 민주노동당의 광우병 증언 대회에 참석했던 그는 수입된 첫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됐을 당시 정부 당국자, 열린우리당, 축산업자 등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이날도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4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도 그는 소상히 알고 있었다.

"QSA는 믿을 수 없는 서류에 불과"
▲ 5일 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한 마이클 핸슨 박사 ⓒ연합뉴스

"지난 4월 18일 맺었던 위생 조건은 모든 연령대의 쇠고기 수입을 허락했다는 점에서 우선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는 작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한국이 아닌 미국 정부에 넘겼다는 점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자신의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또 다른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해도 한국은 수입을 막을 수가 없다. 유일한 방법이 국제수역사무국(OIE)가 미국의 통제 지위를 낮추는 것이라니.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핸슨 박사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수입위생조건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QSA(품질 평가 체계)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이것이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임을 보장해준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건 여전히 자발적인 프로그램이며 서류 절차일뿐이다. 그 규정에서는 미국 농무부의 검사관이 물리적으로 직접 개입해 소의 연령 등을 검사한다는 말을 찾을 수 없다. 30개월 미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부실하다. 미국에서는 이력추적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치열 검사를 통해서만 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규정을 어기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광우병은 소멸된다? 유럽을 보면 그렇겠지!"

핸슨 박사는 광우병 논란이 발생한 이후 한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광우병이 전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질병"이라는 주장에 코웃음을 쳤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같은 말을 할 뿐이다. '유럽을 봐라. 광우병이 줄어들고 있지 않나'라며. 맞다. 영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줄어들고 있다. 그쪽에서는 엄격한 사료 정책을 시행하니까! 그러나 미국은 그에 비해 너무 뒤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미국의 광우병 대책을 시한폭탄이라고 묘사한 영국의 과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맞장구쳤다. 우선 미국 농무부(USDA)는 절대적으로 적은 양의 소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 USDA는 2007년 3430만 마리의 도축된 소 가운데 약 4만 마리(0.11%)에 대해서만 검사를 실시했다. 일본(100% 검사 시행)이나 유럽연합(25% 검사 시행)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미국의 사료 정책도 국제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핸슨 박사는 "국제수역사무국은 모든 SRM 부위가 사료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소의 뇌와 척수만 금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민들은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는다? 그는 광우병의 위험성에 비해 미국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핸슨 박사는 "그들은 대장균에는 관심이 많지만 광우병은 관심이 없다"며 "광우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보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5일 공청회가 열렸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핸슨 박사의 말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또 핸슨 박사는 여전히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와 미국은 떨어져있지 않다며 캐나다의 사례는 즉 미국의 사례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는 서로 소가 오가고 있고, 전혀 분리돼 있지 않다"며 "캐나다의 사례는 북미의 사례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미국 수의사들도 실망…어떤 나라도 한국 같지 않을 것"

그는 이처럼 부실한 미국의 광우병 대책에 대해 미국 내 과학자와 수의사뿐 아니라 기업조차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맥도날드, 카길, 프리온 질병 과학자, 검사 프로그램을 맡았던 전문가까지도 FDA(식품의약품안전청)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며 서한을 보냈다"며 "주로 이런 서한은 반대의 경우에 일어나는데…"라고 말했다. 핸슨 박사는 특히 과학자들이 점점 더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인정받는 수의사들이 모두 실망하고 있다. 미국이 광우병에 대한 정책을 철저히 펴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미국 최고의 수의학자 중 한 사람은 '나는 내 손자들에게 햄버거를 먹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크릭스톤팜스'사의 경우를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려 자체적으로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하려 했지만 농무부는 이를 막았다. 회사는 2006년 이에 대해 미국 정부를 고소했고, 2007년 법원은 크릭스톤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농무부는 항소했다.

"정부는 만약 크릭스톤팜스가 광우병 검사를 하게 해주면 다른 회사들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검사를 할 것이라며 이를 형평성 문제라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GM사에 사이드에어백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그러면 포드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 논리에서는 당연한 현상 아닌가."

"가족의 태도 변화에 미국 정부도 일정한 역할 했을 것"

한편, 핸슨 박사는 국내에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며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PD수첩> 오보 논란에 대해 "미국 정부가 뭔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빈슨 가족의 사례는 4월 초에 이미 미국 내 모든 언론에서 vCJD라고 보도했던 사안이다. 의사는 MRI 결과 등을 바탕으로 빈슨의 증상이 vCJD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냈고, 그것이 바로 빈슨 가족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다시 왔을 때 그 가족 중 한 명인 폴 스미스는 이제 이 이슈가 정치적 선전에 쓰이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이나 그 가족이나 그들은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는 가난한 흑인 가족이다. 이날은 그 가족이 빈슨의 부검 보고를 다녀온 날이었고, CDC(질병통제센터)의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CDC는 아레사 빈슨이 vCJD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 사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방송이 나간 뒤 미국 정부는 빈슨의 사인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정부가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결정한 이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했다.

"나는 이것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부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다른 어떤 나라도 이 같은 조건으로 수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은 했다. 한미 FTA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 본 모든 미국 의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 FTA 협정은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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