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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돈키호테가 되고 싶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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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돈키호테가 되고 싶은 검찰"

[박상표 칼럼] <PD수첩> 마녀 사냥하는 검찰

광기와 몽상에 빠진 돈키호테
  
  검찰의 <PD수첩> 수사는 돈키호테가 웃다가 지쳐서 나자빠질 지경인 것 같다. 17세기 초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살던 돈키호테는 중세의 기사도 이야기를 밤낮으로 읽다보니 어느새 정신이 이상해져 버렸다. 돈키호테는 세상이 변한 것을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광기와 몽상으로 세상을 편력하면서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독자들이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것은 그에게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광기와 몽상을 부린다면 결코 풍자와 해학과 웃음을 건네주지 못한다. 피비린내 나는 고통과 절규가 뒤따를 뿐이다.
  
  소설 <돈키호테>가 출판될 당시 스페인 사회는 광기로 가득 찬 헤콩키스타(Reconquista)와 마녀 사냥이 끝난 후 근대 사회로 접어든 시기였다. 로마 가톨릭을 신봉하던 스페인 북부의 왕국들은 718년부터 1492년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세들을 축출하는 헤콩키스타라고 불리는 재정복 전쟁을 벌였다. 정복자는 이단 심문소를 설치하여 마녀 사냥을 통하여 죄 없는 사람들을 처형하는 참극을 벌였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내세워 16세기 스페인 사회의 광기를 풍자했으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검찰
  
  21세기 대한민국의 검찰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졸속 협상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PD수첩>의 왜곡선동(?)'에 의한 것이라는 20세기 냉전시대의 광기와 몽상에 사로잡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 같다.
  
  광우병(BSE)의 원인체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는 아직까지도 과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Vincent Beringue etc, 'Prion agent diversity and species barrier', <Vet. Res> (2008) 39:47).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과학자들이 광우병의 원인체, 발병 기전, 진단 방법, 치료법 및 예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현대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보다 여전히 알지 못하는 내용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공안 검찰이 무슨 수로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진실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의 편파 수사는 정부와 수구 보수 언론이 우리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놓고는 수사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완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명약관화하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겠다.
  
  농림부 영문 오역, <중앙일보> 허위 사진 연출, 주미대사 매국 행위는?
  
  첫째, 민주당의 김우남 의원이 국정조사 비공개 자료를 검토한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4월 관보에 게재한 사료 조치가 이전보다 완화됐음을 알고도 은폐를 시도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은폐 시도가 드러나자 실무자의 단순 '영문 오역'으로 거짓 해명까지 했다는 사살이 밝혀졌다.
  
  주미대사관은 4월23일자로 "공표될 사료 조치 강화 규정은 업계 등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농장에서 매몰되거나 랜더링되는 가축의 경우 뇌와 척수 제거가 제외되고, 우지 등에서도 당초 안이 다소 변경됐다고 함"이라고는 한글 문서를 보고했다.
  
  둘째, 중앙일보는 지난 7월 5일자 9면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손님 사진을 경제부 기자와 대학생 인턴기자를 동원하여 허위로 연출했다. 매일경제신문도 7월 7일자 16면 기사에서 식당 종업원과 종업원 친구를 동원하여 사진을 연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식당은 수입육협회 회장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밝혀졌다.
  
  셋째, 민주당의 강기정 의원이 외교통상부 문서를 열람한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 북미통상과는 쇠고기 추가 협상 고시가 관보에 실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상부 지시 사항이니 미 업계 및 정부쪽을 접촉해 수입 재개 초기 단계에서 수입 위생 조건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는 문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지난 3월31일에도 미국 네브래스카 등 축산업이 발달한 3개 주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개방의 돌파구가 열릴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그는 "(쇠고기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며 곧 제거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검찰, 언론 자유 설파한 돈키호테 서문 읽어보라
  
  검찰은 정부와 수구보수 언론의 이러한 사실 왜곡 사례들에 대해 눈을 감은 채 계속 <PD수첩>을 '마녀사냥'하듯이 몰아붙이기에 앞서 <돈키호테>의 서문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서문에서 이렇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설파했다.
  
  "그대의 영혼은 그대 자신의 몸속에 간직되어 세상에 누구 못지않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왕께서도 마음대로 세금을 내라 하실 수 있는 것처럼, 그대들도 집안에서는 주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알다시피 '내 두루마기 속에선 왕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결국 이런 모든 것이 그대를 배려와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며, 그대는 나쁜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욕을 먹거나, 좋은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상을 받거나 할 염려 없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이 이야기에 대해서 무슨 말이라도 다 할 수 있다."
  
  오늘 검찰이 발표할 예정인 '문화방송(MBC) <PD수첩>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돈키호테보다 더 광기와 몽상에 사로잡힌 21세기 권력의 시녀 공안 검찰의 비극적인 코미디 각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검찰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독재 권력이 일시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모르나 영원히 승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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