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잠깐! 딱 열 달만 참아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잠깐! 딱 열 달만 참아요"

하리하라의 '육아 일기' <19>

2007년 2월 25일 - 임신 중 먹어서는 안 될 음식들에 대하여

잘 지내니, 별아? 우리 별이는 지금 얼마나 컸을까? 별이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열심히 크고 있을 테지만, 아직까지 엄마는 별이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어서 별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해. 얼른 별이가 자라서 엄마 배를 툭툭 차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요즘 엄마는 별이의 모습도 못 견디게 궁금하지만, 못 견디게 그리운 것이 또 하나 있어. 바로 커피야. 예전에 엄마는 하루에도 서너 잔씩 커피를 비우곤 했었지만, 별이를 가진 이후로는 커피를 멀리하고 있거든. 임신부와 태아에게 카페인이 좋지 않다고들 하니 커피에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
▲커피, 정말 마셔도 되는 걸까? ⓒtime.com

커피 뿐 아니라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홍차, 초콜릿, 콜라 등도 피하게 되더라고. 하지만 기호 식품이라는 게 단칼에 끊기가 참 어려워서, 나쁘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가끔씩 정말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단다.

임신을 하고 나니, '먹어서는 안 될 것들'의 리스트가 늘고 있어. 보통 임신부에게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와 함께 술·담배 등이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기 마련이야. 그런데 실제로 이런 것들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아볼까?

먼저 술. 엄마는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술을 못 마셔 괴로워한 적은 없지만, 주변의 임신한 사람들을 보면 '치킨과 곁들여 먹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너무 그립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 그런데 임신 중의 술은 정말 금기 중의 금기야. 임신 중에 엄마가 술을 마시게 되면 아기가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Fetal Alcohol Syndrome)'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거든.

모든 술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서 마시면 취하게 되지. 이 때 '취한다'라는 것은 알코올 성분이 뇌로 들어가 정상적인 뇌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거야. 원래 술을 마시게 되면 술 속에 포함된 알코올은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간으로 흘러가. 그러면 간세포는 ADH(alcohol dehydrogenase·알코올 탈수효소)을 이용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고, 이것은 다시 ALDH(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해 소변으로 배설시켜.
▲흔히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을 일컬어 '술취한 개'라고 하는데, 이는 알콜이 뇌의 이성 관장 부위를 마비시켜 일어나는 현상이다. ⓒdcinside.co.kr

하지만 알코올의 섭취량이 간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게 되면 남는 알코올이 뇌로 들어가지. 알코올 성분은 뇌신경세포의 막을 약해지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녹일 수 있어. 신경세포의 막이 알코올에 의해 약해지게 되면 내부에 들어 있던 화학물질, 즉 정보를 담당하는 화학물질이 흘러나와 평소와는 다른 정보들을 다른 세포들에게 전달하게 되어 정보의 교란이 일어난단다. 그래서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게 되면 알딸딸하게 취하게 되는 거야.

뇌로 침투한 알코올은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 전두엽 부위에서 교란을 일으켜 사람을 감정적으로 변하게 하고 때로는 '욱' 하는 성질에 못 이겨 싸움까지 벌이게 만들기도 하지.

또 몸의 운동을 조절하는 소뇌로 흡수된 알코올은 몸을 비틀거리게 하고 똑바로 걷지 못하게 하며, 기억과 관련이 깊은 해마에 침투한 알코올은 술 마신 다음날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가져올 수 있어.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알코올에 의해 뇌가 완전히 손상되어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지.

다 자란 어른들의 뇌에도 술은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하물며 지금 막 자라나고 있는 태아의 뇌에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야. 엄마가 섭취한 알코올은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자라나고 있는 태아의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게다가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는 태아에게 독성을 가지고, 태반을 통한 영양과 산소의 공급을 저해시키고, 태아에게로 흘러들어가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태아의 성장을 방해해. 그래서 임신 중 술을 마신 산모의 아기는 그렇지 않은 산모의 아기에 비해 출생 시 체중이 더 가벼운 특징을 보이지.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특징들. 작은 눈과 눈 안쪽의 주름, 지나치게 작은 머리, 평평하고 낮은 콧대, 인중이 길고 홈이 거의 없으며 윗입술이 얇은 특징을 보인다. ⓒembryology.med.unsw.edu.au

특히 임신 중에 알코올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태아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미쳐서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가진 아기가 태어날 수 있어.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특징적인 얼굴 모습과 정신 지체, 시력 이상, 저체중 및 성장 장애 현상을 보인단다. 특히나 눈의 발달과 시력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그렇다면 엄마가 얼마나 술을 마셔야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건지 궁금하지? 사실 가끔 한 번씩 맥주 한 잔 정도 했다고 해서 아기에게 심각한 이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임신부가 매일같이 과음(하루 알코올 섭취량 120㎖ 이상, 소주 1병 반, 맥주 5병 정도)을 했을 경우에는 약 30~50%, 일반적인 수준의 음주(하루 알코올 섭취량 50ml, 소주 2/3병, 맥주 2병 정도)를 즐겼을 경우 약 10~15% 정도에서 FAS 아기가 태어났다고 해.

알코올의 영향이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FAS는 섭취된 알코올의 양 뿐 아니라, 임산부의 음주 시기와 유전적 요소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야. 또한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임신 초기부터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임신 7주 이후부터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에 비해 더 심한 이상이 나타남이 관찰되어서 섭취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어. 앞서도 말했듯이 임신 초기에는 엄마 스스로도 본인의 임신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술은 자제하는 것이 아기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란다.

막 자라나는 태아에게 술보다 더 해로운 것은 담배야. 먼저 흡연은 혈액 속에 일산화탄소의 농도를 높게 만들어. 일산화탄소란 물체가 불완전 연소시 발생되는 것으로 체내에 들어오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키는 물질이야. 지금은 거의 없지만 엄마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겨울철 난방 연료로 연탄을 많이 사용했는데, 겨울철이면 연탄에서 나온 유독가스가 허술한 방구들 틈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심심찮게 보고되곤 했어. 그래서 겨울이면 '연탄가스 조심'을 늘 들먹이곤 했었는데, 이 때 말하는 연탄가스가 바로 '일산화탄소'야.
▲임신부에게 흡연은 태아를 유독 가스를 직접 노출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간접흡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kdaq.empas.com

담배를 피우게 되면 혈중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산소가 부족해지게 되고, 태아는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태반의 크기를 늘리게 돼. 그럼 가뜩이나 부족한 영양분이 태아에게로 못 가고 태반으로 빠져나가니 태아는 자라는 속도가 느려지지. 그래서 흡연자들의 경우 미숙아 발생률이 높아. 게다가 담배 속의 니코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니 가뜩이나 태아에게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을 줄이지. 이는 마치 엄마의 폐 속으로 들어온 담배 연기가 태아를 질식시키는 것과 같아. 산소가 부족해지면 태아의 크기가 작아질 뿐만 아니라, 태아는 엄마 뱃속이 견디기 힘들어 일찍 세상에 나오려고 하기 때문에 조산의 위험이 높아지고, 몸집이 작고 일찍 태어나는 비율이 높으니 그만큼 태아의 사망률도 높아져. 게다가 숨도 잘 못 쉬고 잘 못 먹어서 그런지 선천성 심장병이나 손가락 기형, 무뇌아 등의 기형아 발생율과 정신 지체를 일으키는 비율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다고 해.

그러니 임산부는 물론이거니와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반드시 금연을 하는 것이 좋아. 다 큰 어른들도 담배 연기를 맡으면 눈이 맵고 기침이 나는데 이제 막 발생하는 태아는 얼마나 힘이 들겠어? 그리고 엄마 뿐 아니라 아빠나 주변에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면 임신 중에는 강력하게 자제시키는 것이 좋아. 실제로 연구 결과, 엄마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경우라도 아빠가 흡연자였다면 아이의 기형 발생 및 미숙아 발생률이 아빠의 흡연량에 비례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니까 말이야.

마지막으로 커피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카페인의 영향에 대해 알아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커피는 잠을 쫓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각성 작용을 가지고 있어. 이는 커피 속의 카페인의 각성 작용 때문인데, 카페인은 체내에 존재하는 아데노신의 역할을 방해하는 기작을 통해 이런 작용을 해. 아데노신은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물질이야. 예를 들어 피로가 쌓이게 되면 우리 몸속의 아데노신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피곤하니 잠을 자서 피로를 풀어라'라는 명령을 내보내게 돼. 그런데 카페인은 바로 이 지점에 작용해. 즉, 카페인은 아데노신 대신 아데노신 수용체에 달라붙어서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시 동안은 덜 졸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아데노신이 우리 몸에서 너무나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팔방미인이라는 거야. 그리고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작용하는 모든 지점에서 방해할 수 있고. 그래서 카페인은 몸속에서 각성 효과 뿐 아니라, 혈관 수축, 혈압 상승, 위액 분비 촉진, 장 운동 촉진, 인슐린 분비 촉진, 이뇨 작용, 칼슘 배출, 지방 분해 등 안 끼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지점에 작용하지.

태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야. 카페인이 워낙 다양한 지점에 작용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술이나 담배처럼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워. 하지만 연구 결과, 하루 평균 3잔 이하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는 별다른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4잔 이상의 커피를 매일같이 마시는 경우 출생시 신생아의 아프가 점수(Apgar score)와 평균 체중을 감소시킨다고 해. 아프가 점수와 평균 체중은 태아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직접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아. 그리고 카페인은 커피 뿐 아니라, 녹차나 홍차, 초콜릿, 코코아, 커피우유 등에도 들어 있어. 개인의 체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임신 중에는 표를 참조해서 카페인 섭취가 하루에 100~200㎎ 이상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아.

이렇듯 살펴보니 술과 담배는 임신 중에는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고, 커피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만 과용은 역시 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 우리 별이를 위해 그 정도 못 참겠니.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커피 한 잔 정도는 별이도 엄마를 위해 이해해주겠니? 그럼 별아, 다음에 또 볼 때까지 안녕.
▲아프가 점수표. ⓒ프레시안

아프가 점수(Apgar Score)


갓 태어난 신생아의 심박 수, 호흡, 근육 긴장도, 피부색, 자극에 대한 반사 등을 측정하여 태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분만 후 1분과 5분 후에 실시한다. 옆의 표를 참조하여 아프가 점수를 매기는데, 7점 이상이면 양호, 4~6점이면 중등도의 곤란, 0~3점이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태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함을 뜻한다. 아프가 테스트를 2회에 걸쳐 실시하는 것은 출생 후 1분에 실시한 검사로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출생 후 5분에 실시한 검사로는 태아의 신경 손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구재옥, '현대 임산부의 영양과 건강 문제-임신 중 질병, 음주, 흡연과 환경 오염 물질이 임산부의 건강 및 태아에 미치는 영향', <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 제7권 제2호, 1997.

김일옥 외, '알코올 섭취가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 <여성건강간호학회지> 제6권 제1호, 2000.

오승민 외, '우리나라 여성의 임신 중 커피 음용 실태와 산모혈 및 제대혈 중 지질치 변화에 미치는 영향', <약학회지> 제42권 제4호, 1998.

이규식 외, '임신 중 알코올 섭취에 의한 기형 유발 기전에 관한 연구', <식품의약품안전청연구보고서> 제6권, 2002.

이이다 외, '임신 중 알코올 삽취에 의한 기형 유발의 시기 특이적 기전 연구', <식품의약품안전청연구보고서> 제9권, 2005.

이정재, '흡연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 <대한주산회지> 제13권 제4호, 2002.

조윤근 외, '내사시를 동반한 태아 알코올 증후군', <대안안과학회지> 제46권 제10호, 2005.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